
작품의도
1) 생명력의 여성모형
이 희곡은 생명력과 파괴력에 찬 여자를 그려내고자 합니다. 우리의 전통적인 여자는 팝박받고 한을 인내하는 모습으로 묘사되어졌습니다. 그러나 제가 우리네 여자들에게 느끼는 감동은 그런 인내의 수동적 모형이 아니라 삶과 싸우는 능동적이며 심지어 호전적이기까지 한 모습입니다. 그런 생명력은 역사의 앞에 나타나 거대한 사회를 움직이는 거추장스러운 행동이 아닙니다. 그녀들 스스로가 생명력에 차있는 것입니다. 그녀들 몸안에 있는 생명잉태의 가능성과 그것을 지켜나가는 본능 그리고 또한 그것을 파괴하는 본능을 봅니다. 그녀들은 한 손에 죽음을 한 손에 재생을 들고있습니다. 저는 늘 여자에게서 남자보다도 강한 본능적인 생명력을 봅니다. 그런데 우리의 문학이나 예술에는 그런 여성모형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항상 지치고 쫓기는 지지리 궁상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여자들은 무섭도록 생동감이 넘치고 또 한편 섬뜩하도록 파괴적입니다. 그녀들은 기존의 가치를 부수는데 온 정열을 쏟습니다. 전 그런 모습들에서 호전적인 전사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이 희곡 「꽃뱀이 나더러 다리를 감아보자'하여」는 여자의 본령인 걷잡을 수 없는 생명력과 그것이 극에 달해 나타나는 파괴력을 담아 볼 것입니다. 그 두 힘이 이 연극의 맛이 될 것입니다.
2) 신화의 재창조
생명과 파괴의 여성 모형을 찾던 노력은 바리더기를 발견하면서 가능성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신화는 그 폭넓은 울림이 한편의 연극으로 담기에는 너무도 거대합니다. 너무나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 또한 일화의 나열 식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그래서 벌리지 않고 집약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특히나 일인극은 대개가 요설과 춤, 노래 등을 적당히 혼합한 원맨쇼가 되왔습니다. 단순한 볼거리였지 성격의 창조는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일인극도 드라마가 있어야 겠습니다. 극적 압축미가 있어야겠습니다. 이야기는 버려진 딸이 여섯 언니의 핍박을 물리치고 병든 부모를 위해 약수를 찾아온다는 기본 구조만을 빌렸습니다. 죽은 자를 생환시키기 위한 그녀의 영웅적인 (전사적인) 모습에 중점을 두고 새로 이야기를 꾸몄습니다. 중심 줄거리 이외의 이야기는 모두 창작입니다. 바리더기 이야기 구조의 기본만을 빌렸지 전여 새로운 인물이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펼쳐진 사설조의 무가가 연극의 극적 짜임을 획득하자는 것입니다.
3) 배우(이야기꾼) 의 마력
연극의 감동은 궁극적으로 배우가 만들어낸다는 것은 연극을 할수록 절감하는 부분입니다. 특히나 「꽃뱀--- 」이 드러내고자 여자의 생명력, 파괴력은 바로 배우가 관객에게 숨을 멎게하는 마력의 정체이기도 합니다. 배우가 무엇을 하던간에 무대 위에서 몸짓을 벌리는 열정은 생명력 그 자체이고, 그것만으로도 관객의 혼을 빼앗기에 충분한 것입니다.
「꽃뱀--- 」은 배우의 에너지를 충분히 쏟고 거둬들이고 던질 수 있도록 배려할 것입니다.
마치 소리꾼이나 광대가 그렇듯이, 연기는 물론이고 창, 몸짓, 소리, 인형 놀리는 재간을 때론 신들린 듯 때론 시처럼 풀어놓을 것입니다.

극의 톤
「꽃뱀--- 」은 힘이 넘치도록 역동적이며 동시에 신비로운 체험이 될 것입니다. 현실과 몽환과 신화를 꿈처럼 넘나들며 생명수를 찾아 여행하는 여성전사를 보게 될 것입니다. 신비와 열정의 만남은 기묘한 환상을 체험토록 할 것입니다.
형식
1) 이야기 전개의 모티브-일인극의 전통
흔히 일인극은 연극에 필요한 여러요소들이 제거되어졌다는 개념에서 연극의 특수한 모습으로 취급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일인극 안에 총체극 못지않은 스펙타클이 숨겨져 있습니다. 일인극으로서도 하나의 완결된 드라마가 가능합니다. 판소리를 듣다보면 소리꾼 혼자서 산천을 들었다 내렸다 합니다. 저혼자 조조가 되었다 심봉사가 되었다 합니다. 제 앞에다 동해물을 풀기도 적벽을 옮겨 놓기도 합니다. 이야기 전개의 중심구조는 그런 소리꾼의 방법을 본으로 삼습니다. 여배우 혼자서 여러가지 연극적 방법을 사용하여 무대의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결국 연기의 형식이 극의 형식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여배우는 판소리, 민요에 능하여야 합니다. 거기에 보조적으로 인형 놀리기, 복화술, 역활바구기, 춤, 지전 오리기 등의 연극적 요소를 사용하여 극이 진행됩니다.
2) 무대, 오브제
무대는 텅 비울 수도 있습니다. 만일 채운다면 이렇습니다. 기본 무대는 갈대 숲입니다. 그리고 장에 따라 변화를 줍니다. 1장은 넓직한 바위, 2장은 수 개의 갈대발이 드리워지고, 3장은 작은샘, 4장은 다시 갈대발입니다. 오브제는 이 연극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연기를 도와주고 때로는 한 역활도 담당합니다. 빈 무대라면 그네에 사용할 오브제들을 걸어 놓습니다. 일종의 오브제 박스입니다. 여배우는 그곳에서 사용할 오브제를 손에 들면 장면이 만들어지고, 다시 그네에 걸면 장면이 끝납니다

줄거리
1장. 바리더기가 늙은 부모를 위해 삼을 찾으나 없고 도리어 다리에 화사가 감겨든다. 돌중으로부터 얻은 화살을 쏘고 돌아오니 부모가 그 화살에 맞아 죽어있다. 다시 돌중에 찾으니 편지가 기다리는데 생부가 따로 있으니 찾으란다. 생명은 죽어야 태어난다한다.
2장. 화사의 눈을 가려 궁에 가니 생부모는 병들어 있다. 여섯언니들은 바리더기를 시험한다는 구실로 뒷간에서 여섯언니의 의복을 지으라 한다. 바리더기는 악취를 참고 의복을 짓지만 여섯언니는 바리더기에게 칼을 휘두른다.
3장. 바리더기가 비몽사몽간을 걷는다. 그녀가 다리의 화사를 찾으나 화사는 없다. 계속 걷는데 화사의 소리가 들려온다. 바리더기가 가랑이 속을 들여다보니 화사는 그녀의 자궁 속에 들어가 앉았다.
4장. 바리더기는 금강산 초입에서 수수꼐끼를 풀고 신선계로 들어간다. 신선 장정을 만난다. 바리더기는 장정을 안심시키기 위해 얘를 일곱씩이나 낳고 현모양처 된다. 애들은 하나같이 뱀의 형상을 닮았다. 애 낳아준 댓가로 약수를 훔쳐 뒤 안보고 떠난다. 일곱 아들마저 데리고 떠난다.
5장. 이승으로 돌아오니 화사가 다리에 다시 감긴다. 여섯언니가 약수를 뺏으려 한다. 바리더기는 일곱아들을 시켜 여섯언니를 죽인다. 그리고 화사를 풀어 잡아먹게 한다. 죽은 부모 찾으니 이미 다 화장하고 난 뒤다. 화사가 그녀의 다리를 떠나 승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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