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 신문문예 당선작

<눈뜨라 부르는 소리가 있어>는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다가 휴지가 없어서 화장실을 나가지도 못하는 재미있는 상황설정을 통하여, 삶의 고단함을 코믹하게 풀어내고 있는 작품이다.
<눈뜨라 부르는 소리가 있어>는 코믹한 음악으로 시작한다. 살면서 더 난감한 상황을 겪을 수 있지만, 살면서 겪는 작은 어려움 중에서 크게 느껴지는 어려움 중의 하나는 배설과 관련된 어려움일 수 있다. 화장실에 갔을 때 휴지가 없다는 것을 나중에 인식하게 되는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것인데, <눈뜨라 부르는 소리가 있어>는 그런 공감대를 기반으로 하여 웃음을 관객들과 효과적으로 공유한다.

<눈뜨라 부르는 소리가 있어>에서 더욱 재미있는 점은 혼자서 그런 상황을 겪는 것이 아니라, 옆 칸의 사람도 같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홍대리는 옆 칸의 상사인 김부장과 서로 대화하는데, 어떨 때는 서로의 불만을 고해성사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눈뜨라 부르는 소리가 있어>는 리부팅하는 것처럼 이야기가 어떤 순간으로 돌아가서 다시 펼쳐진다는 점이 관객들을 크게 웃게 만드는 설정의 재미가 되고 있다. 반복하여 보는 재미에, 점차로 변하는 것을 만끽하며 웃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부장 옆 칸의 화장실을 쓰고 있는 홍대리의 칸은 이야기가 리부팅되어 다시 시작할수록 넓어진다. 반복으로 인하여 같은 공간도 크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추측이 들기도 하는데, 이야기가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단순히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화장실 칸의 크기는 작은 것에 집착하고 있는 남자들간의 주도권의 크기일 수도 있다. 홍대리가 있는 칸의 크기가 커질수록 홍대리는 상대적으로 더 왜소하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부장이 나간 칸에 들어온 회사 후배 최명성의 말이, 홍대리에게 있어서는 김부장의 말보다 더 설득력있게 전달된다는 점 또한 재미있다.

화장실에서 김부장과 홍대리, 그리고 최명성과 홍대리의 남자들의 수다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코미디 프로그램처럼 등장하는 홍대리의 아내는 극의 재미를 한층 배가시킨다. 마치 영화에서 인서트된 회상 장면처럼,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별도의 공간에서 말하고 있는 것 같은 아내의 등장은, <눈뜨라 부르는 소리가 있어>의 참신한 연출력을 다시 생각하도록 만들어준다. 남편과 직접 대화하지는 않지만 아내가 남편인 홍대리에게 분명히 했을 것 같은 멘트는 화장실안에 어쩔수 없이 갖혀있는 홍대리의 상황과 절묘하게 어울리면서, 이중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만들고 그로 인하여 관객의 호응을 유발시킨다. <눈뜨라 부르는 소리가 있어>에서 연극적인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네 명의 배우들의 연기력은 “휴지를 기다리며...” 만들어가는 극적 재미를 높여준다. <눈뜨라 부르는 소리가 있어>는 에피소드가 추가되어 장막극이 되어도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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