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대현 '라구요'

clint 2018. 5. 6. 17:55

 

 

 

이성민 노인은 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이다. 625가 발발하기 전, 막 결혼을 했던 그는 아내 금순과 결혼 10일만에 헤어지고만다. 삼대독자이던 그를 살리려고 성민의 아버지는 성민을 경성으로 피신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마을 인민위원장의 협박에 그는 아버지를 살리려고, 몰래 인민군에 입대하게 된다. 미군 폭격의 와중 탈출한 그는 국군 패잔병을 도와 준 인연으로 다시 국군에 입대하고, 이젠 국군이 되어 고향 마을을 찾는다. 하지만 1.4 후퇴에 밀려 고향 문전에서 뒤돌아 서게 된다.

한편 그의 아내, 금순은 남편이 입대한 줄을 모르고, 경성으로 갓난 아기를 업은 채 남편 찾아 와서는, 결국 성민과 생이별을 하고 만다. 두 사람은 같은 하늘 아래에 있으면서도 만나지를 못하게 된다. 성민은 전쟁이 끝나고 삼팔선이 가로막히자 절망의 세월을 보내다가, 전쟁 미망인 순옥을 만나 가정을 꾸리게 되고, 두 아들을 두는데, 이름을 통일과 행진이라 지어준다. 그의 통일 염원은  병적인 증세에 가깝고, 결국 아들들과 불화가 생긴다. 80년대초 이산가족찾기 생방송에서 그토록 그리던 아내의 손녀, 옥희가 방송중에 자신을 찾는 것을 보지만, 아내가 재가하여 잘 사는 줄 알고 그녀를 찾지 않는다. 그런데 운명은 기구하게도 그 옥희라는 처자와 성민의 아들 행진을 연인 사이로 만들게 되는데, 그들은 알고보면 조카 삼촌 사이인데, 분단의 비극이 그들을 또 하나의 끔찍한 비극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줄거리

1950년 초 평양 인근 마을. 성민 부친은 주변 상황이 심상치 않자 성민 보고 경성 김첨지 집에 내려가 있으라고 한다. 초야를 치룬지 며칠 되지 않은 삼대독자인 성민은 아내인 금순을 두고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선다. 그러나 집 앞에서 머슴 살았던 배서방 아들과 마주치면서 성민은 서울로 향하지 못한다. 완장을 두른 배서방 아들이 인민군 징집영장을 성민에게 안겨주며, 내일 아침 당장 공회당 앞으로 집결하라며, 만에 하나 징집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 성민 부친까지 인민재판에 회부될 수밖에 없다고 협박한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성민은 부친에게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문밖에서 안절부절거리다 결국 아내 금순만 몰래 불러 대동강가에서 하루밤을 지새고 떠난다. 인민군이 된 성민은 6.25를 맞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폭격의 혼란한 틈을 타서 전사한 것처럼 위장한다. 그렇게 도망치다 패잔병인 국군을 만나게 되고 그 인연으로 국군에 다시 입대한다. 그러나 아내 금순은 성민을 찾아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경성 김첨지 집으로 찾아간다. 하지만 그 곳에 성민이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고 고향에도 못가는 처지가 된다. 멀어져만 가는 고향. 성민은 고향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죽음의 사선을 넘는다. 그러나 고향을 눈앞에 두고 전진하던 도중 1.4 후퇴로 후방으로 물러서게 된다. 그렇게 성민과 금순의 두 사람의 운명적인 엇갈림이 시작되면서 전쟁은 종지부를 찍는다. 강원도 전방. 마지막 전투가 끝나고 철책이 높아지자 성민은 고향가는 길을 막는 철책을 원망하며 통분의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성민은 자살하려는 순옥과 우연치 않은 인연으로 재혼해서 두 아들을 갖게된다. 첫쨰 이름은 통일, 둘째는 행진, 성민은 두 아들을 군대식으로 다룬다. 점점 자기 세계에 빠진 성민은 철책방조 및 훼손죄로 불명예 제대 당하고 만다. 그러자 사회생활에 적응 못하고 실어증과 폐인의 길을 걷는다. 그 바람에 순옥은 병치레도 제때 못한 채 죽음의 길에 들어선다. 순옥이 죽자 성민과 두 아들의 갈등은 점점 깊어져 가고, 마침내 성민에 대한 두 아들의 반항적인 행동은 행진의 가출과, 통일의 입대로 이어진다. 한 편, 혼자 남은 금순은 결혼한 아들을 월남전선에서 잃고, 손녀딸 옥희와 둘이 살게 된다. 1980년 중반 방송국에서 이산가족찾기를 하자 금순은 옥희에게 성민을 찾아보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성민은 팻말 들고 티브이에 나온 옥희 모습을 보고 금순이가 재가해서 잘 살고 있을 거라는 추측과 자신의 재혼으로 인해 서로 만나봐야 괴로움만 가증될 것이라 생각하며 금순을 찾질 않는다. 그러나 금순은 이산가족찾기 방송프로가 끝나자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어 상실감에 빠져 결국 운명한다. 뒤늦게서야 생각을 고쳐먹은 성민은 금순을 찾아가려 하지만, 옥희와 행진의 결혼으로 실어증에 걸리고, 눈뜨고 볼 수 없는, 살아있는 자체가 죄라며 회한에 젖어 죽음을 준비한다.

 

 

 

 

『라구요』는 6.25를 소재로 분단의 아픔을 그린 작품.관객들에게 지나치게 익숙하다는 점에서 6.25는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운 소재지만 강산에의 노래 『라구요』처럼 현대적인 감성으로 풀어낸 무대가 돋보인다. 이북출신 아버지와 음악을 사랑하는 아들.얼핏 보면 별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는 평범한 부자관계가 전쟁.가족.사랑과 상처 등의 얘기들을 탄탄하게 끌어나간다. 과거의 기억에 얽매여 현재와 미래를 반납한 전쟁세대 아버지에대한 아들의 증오,자기 외에는 역사와 통일에 관심없는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분노는 세대간 단절은 물론 아픔이 아픔을 낳는 비극적 상황을 보여준다. 그러나 극중에서 전쟁세대와 전후세대의 갈등은 웃음 속에 파묻혀 그 모습을 드러낸다.관객들의 웃음이 터지는 대목은 아버지 이성민의 초혼 첫날밤 풍경.초야의 설렘과 긴장을 해학적 분위기로 펼쳐낸 이 장면은 깊고 어두운 상처를 관객들에 게 애틋하게전한다. 치유되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드러내 듯 푸른 주름으로디자인된 무대와 오히려 밝은 색채로 극의 무게를 덜어낸 음악도돋보인다.극중에서 노래 『라구요』는 막이 내리며 단 한번 나온다. 이때 흘러나오는 『라구요』는 아버지 세대의 얘기를「…라구요」라며 간접 화법으로 밖에 전할 수 없는 우리 현실의 아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