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통 - 보편적 상상력에 관한 저항
등장인물 : 실행자 관리자 관망자 부서장 어머니 기타 부서원 다수 아무도 모르는 곳.
어디에선가 우리가 모르는 존재들이 있다. 외계인(또는 정보기관) 이라 할수 있는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위계질서가 있고 인간의 삶을 관리한다.
그들중 몇몇은 인간의 삶과 감정에 매혹되어 있다.
한 남자가 태어나고 죽는다. 그들은 남자의 삶을 관리 한다.
그러던중 그들 사이에 분란이 일어난다. 분란도 곧 제압되고
그들은 또 다른 인간의 삶을 관리할 준비를 한다.

보편적 상상력에 관한 저항. 장진의 희곡 "틀통"에 붙은 부제이다. 독특한 제목보다, 트루먼쇼의 트루먼을 연상시키는 주인공보다, 메트릭스류의 사건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부제에 달린 이 단어 '보편적 상상력' 그리고 '저항' 보편적 상상력은 경험통계학적 상상력이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해왔고 그렇게 평가받았으며 그런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널리 인정하고 유통하는 상상력이다. 얼마 전 친구가 헤어졌을 때 "니가 사랑을 알아"라고 무시하거나 또 다른 친구가 고시에 합격했을 때 "그 녀석 이제 너무 건방져."라고 비꼬거나 늘 붙어다니는 남녀를 보고 "저 친구들 수상한 걸"이라고 추측하거나. 너무 쉽게 뱉어낸 말들. 너무 편하게 단정지어버린 추측들.
이처럼 '보편적'과 '상상력'이 만나면 세상은 단순해진다. '보편적'이라는 점에서 가장 하기 쉬우면서 개개 사건과 개개 감정이 지닌 내밀함과 전후 사정을 무화시켜버리고 '상상력'이기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안줏거리로 삼기 위해 추측하고 예측하고 단정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들만 믿는 것처럼 나의 경험을 넘어서는 것들 나의 무딘 감각으로는 느낄 수 없는 그 미묘함에 관해서는 보편적 상상력에 의해 자신의 클리셰와 선입견 안으로 수렴하여 왜곡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놈의 보편적 상상력에 저항할 수는 없는 것인가? 나의 보편적 상상력 때문에 그들에게 상처 주지 않고 그들의 보편적 상상력에 의해 구속받지 그런 자유는 가능한가. 그의 희곡 제목이 말해주듯이 장진은 그런 저항과 탈출이 '허탕' 치기 쉽고 '들통'나기 마련이라고 말한다. 그런가? '보편적'으로 '상상'하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오랫동안 비어있는 메일 박스임을 알고 있음에도 하루에 몇 번씩 들어가듯이. 아무 생각 없이 몇 분째 일련의 같은 사이트들을 질질질 순회하듯이.

자꾸 보편적 상상력이 작동한다. 보편적 상상력 또한 반동한다. 머리 속의 체인이 얽힌다. 이 모든 작동을 잠시 정지시키기 위해 질문을 누르자. 당신은 왜 보편적으로 상상하는가. 지금 너의 말들은 단순한 상상아닌가.
또는 당신은 왜 보편적 상상력에 저항하는가. 너는 특별하다고 말하지만 결국 다 똑같은 것 아닌가.
나를 '높이'거나 남을 '낮춰서'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드러내려는 욕망을 죽이는 것. 사람들은 이런 욕망에 '시달'리는데 이 욕망의 결과 - 즉 한껏 높인 존재 - 는 특별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모두 이해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에 '보편적 상상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특히 남을 '낮추는' 것이 그렇다. 농담 중 가장 쉬우면서 질 낮은 농담이 이런 것들이다. 또한 나를 나 자체로 보지 않고 남을 남 자체로 인정하지 않고 높이거나 낮추는 것은 결국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남이 보고 있지 않으면 또는 남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뭐하려고 높이고 낮추겠는가. 누군가가 보고 있고 또 보고 있다고 생각/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 상상력을 발동시키는 타인의 시선. 물론 도덕이나 양심 또한 타인의 시선과 관련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떤 타인인가에 달려 있다. 그리고 여기서 사람들의 착각은 시작한다. 혹자는 자신의 매력에 듬뿍 빠지고 자신의 힘을 인정해줄 것 같은 타인들을 느끼고 있다. 정말 그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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