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공지영 '봉순이 언니'

clint 2018. 5. 6. 13:55

 

 

줄거리
처음에는 의붓아버지에게서 도망치고, 벚꽃 핀 창경원에서 외숙모의 손에 버림받고, 교회 집사네 집 식모로 들어가지만 봉순이는 또 다시 도망친 봉순이가 찾아간 곳은, 집사 네 집에 세들어 살다 이사 간 맘씨 좋았던 셋집 아줌마였다. 맘씨 좋은 셋집 아줌마는 넉넉지 못한 처지에도, 너그럽게 봉순이를 거둬들인다. 그렇게 봉순이는 아줌마네 식구가 되어, 말 잘 듣고 얌전히 일 잘하면, 학교도 보내주고, 좋은 데 시집 보내준다는 아줌마의 말씀만을 철썩같이 믿는다. 그러나 아저씨가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후 아줌마네 집은 경제적 성장을 거듭하며 자연스럽게 브루조아 계급에 속하게 되고, 봉순이는 점점 식구가 아닌 식모가 되어간다. 그 후 건달 총각과의 첫사랑에 참혹하게 실패해 만삭의 몸으로 뱃속의 애를 지우고, 맞선으로 만난 남편과 사별해 갈 곳을 잃지만, 아줌마에게 봉순이는 더 이상 식구도 식모도 아닌, 귀찮은 남이었다. 그 후로도 봉순이는 공사판 목수와, 떠돌이 개장수와... 넷이나 되는 아이들을 내버려두고 끊임없이 정을 찾아 떠다닌다. 
서울 아현동 언저리를 배경으로 이제 막 다섯 살 된‘짱아’가 식모인 ‘봉순이 언니’와의 만남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삶에 눈 떠가는 과정을 놀라운 기억력으로 촘촘하게 복원해낸 2000년대 대표작가 공지영의 베스트 셀러이다.

 

 

 

 

작가의 글 - 공지영
생각해보면 어려운 시대에 절망하기는 얼마나 쉬운가, 허망해져버리기는 또 얼마나 쉬운가,
한때는 나도 허무의 뭉게구름 엷게 흩뜨리며 우아하게 도피하고도 싶었다.
절망하거나 허망한 사람은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니까.
그러나 형벌처럼 내 마음 깊숙이 새겨진 단어 하나,
희망을 가진다는 것은 얼마간 귀찮음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희망은 수첩에 약속시간을 적듯이 구체적인 것이고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쓰레기를 치우는 것처럼
구차하기까지 한 것이지만, 나는 그저 이 길을 걷기로 했다.
왜냐고 묻는다면 할말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니까 그건 내가 작가라서가 아니고, 내가 고상한 인간이어서는 더더욱 아니고 그냥 그것이 뭐랄까,
내 적성에 맞기 때문이라고 대답할밖에.
비록 너무나 짧은 엎드림으로부터 나온 상투적인 결론이라 해도, 나는 이 붓을 멈추지는 않으리라.
누구를 괴롭히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듯이,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살아가지도 않으리라.
나 자신을 믿고 나 자신에게 의지하며 그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하면서,
고이는 내 사랑들을 활자에 담으리라. 가슴이 아플까 봐 서둘러 외면했던 세상의 굶주림과 폭력들과
아이들을 이제는 오래 응시하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잔뜩 흐려 있지만 바람은 온화하다. 이제 저 이파리 지고 나면 얼마큼
더 뒤척이다가 봄이 올까. 다시 잎이 필 때까지 혹은 꽃이 질 때까지 가끔
눈 내리고 바람 불고하는 일들이 일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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