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의 나라』는 80년대 초반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소설로, 도덕적 자부심밖에 없는 촌놈 백찬규가 불현듯 상경해 세상의 잘나터진 사람들, 이를테면 지식 가진 자·권력 가진 자·돈 가진 자들을 좌충우돌하면서 온갖 사설로 '갖고 노는 짓거리'를 담은 작품이다. 80년대 폭압적 정치논리에 억눌린 사람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던 백찬규의 걸쭉한 사설과 천둥벌거숭이 같은 웃기는 행태는 '가진 자'들의 '구린내'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사회 안에서의 계급적 편차가 심화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지점이 있을 것이다. 서울공화국의 단면을 그리고 있는 일종의 풍속화다. 박정희 정권의 개발 독재의 바탕 위에서 비로소 한국 사회가 단군 이래 최대의 부를 구가했다고 평가되었던 80년대 이후의 한국 사회를 세밀하게 그림과 동시에, 작가는 서울이 거대한 욕망의 도시로 변해가는 방식과 그 과정에서 지방 사람들이 서울시민이 되기 위해 어떻게 몸부림쳤는가를 희화적으로 보여준다.

서울 취직을 위해 상경한 찬규는 미모의 은하를 알게 된다. 은하는 룸싸롱 마담이며 옛애인을 향한 배신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 찬규는 길수를 만나 카세트 세일즈 일을 하고 있다. 찬규는 소비적이고 향락적인 은하와 동거를 한다. 은하의 태도 변화와 추악한 서울의 참모습을 발견한 찬규는 허상에 가득찬 자신을 발견, 은하와 결별한다. 민호의 음모로 은하는 사기죄로 피소되고 찬규에게 찾아가 의지한다. 찬규와 은하는 고향으로 내려가지만, 은하는 서울에 남은 미련으로 다시 상경한다.

꿈이 있는가, 오늘의 우리들은? … 우리에게 꿈이 있다면 우리시대에도 꿈이 있을 것이다. 부패한 자는 꿈이 없다. 꿈의, 죽음의 허울만 화려하게 뒤집어 쓰고 있을 따름이다. 꿈은 그러므로 건강한 희망이고 가슴 뜨거운 진실이며, 아름다운 목숨이다. '불의 나라'의 주인공 백찬규는 그리하여 오늘도 불의도시 특별시 이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면서광야의 선지자처럼 푸르른 목소리로 우리들에게 묻는것이다. 당신은 꿈이 있는가?

박범신(朴範信.1946.8.24∼ )
소설가. 충남 논산군 연무읍 출생. 호 와초(臥草). 황북국민학교 졸업, 1967년 전주교육대 졸업, 당시 성적이 좋지 않아 2년간 전북 무주의 벽지 괴목국민학교 교사로 발령받아 근무, 1969년 교직을 사직하고 무작정 상경하여 그 후 1년은 서울로 올라와 버스 계수원, 중국집, 주방 보조, 잡지사 기자 같은 여러 직업을 거친 다음 1971년 원광대 국문과에 편입, 졸업, 강경(江景)여중고 국어 강사를 지냈다. 이때인 1973년 결혼 후 단편소설<여름의 잔해>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등단하면서 서울로 올라왔고 그해부터 1978년까지 서울 문영여중에서 교사 생활을 했다. 1978년 [엘레강스]지에 연재한<죽음보다 깊은 잠>이 책으로 나와 대성공을 거두면서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소설과 수필 말고도 희곡 2편을 썼으며 소설 10여 편이 영화 또는 텔레비젼 연속극으로 만들어졌다.<겨울강 하늬바람>으로 1981년 대한민국 문학상을 받았다.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ㆍ문화일보 객원 논설위원 역임. 1981년 장편<겨울강 하늬바람>으로 대한민국문학상(신인부문)을, 2001년 소설집<향기로운 우물 이야기>로 제4회 김동리문학상을, 2003년 장편<더러운 책상>으로 제18회 만해문학상을, 2005년 장편<나마스테>로 제11회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가. 충청남도 논산 출생. 전주교육대학교를 거쳐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1967년부터 1973년까지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 생활을 하였고,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여름의 잔해>가 당선, 데뷔. 1970∼1980년대의 작품 대부분은 폭력의 구조적인 근원을 밝히는 데 중점을 둔다. 그러나 거대한 폭력에 맞서는 소설의 주인공들에게는 언제나 패배가 예정되어 있고, 패배의 결과는 죽음으로 이어진다. 또 도시와 고향이라는 이분법적 대립구조를 통해 가치의 세계를 해부하려는 단순한 작품 구조로 인해 ‘대중 작가’라는 곱지 않은 평을 듣기도 하였다. 1993년 한 일간지에 소설을 연재하던 중 절필을 선언하고 1996년 중반까지 칩거에 들어갔다. 1996년 [문학동네] 가을호에 중편소설<흰 소가 끄는 수레>를 발표하면서 다시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자연과 생명에 관한 묘사에 중점을 두었다.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1995∼2004) 역임. 현재 한국방송공사 이사ㆍ서울문화재단 이사장. 대한민국문학상(1987)ㆍ원광문학상(1998)ㆍ김동리문학상(2001)ㆍ만해문학상(2003)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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