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많고 순박한 서툰 도둑과 당차고 귀여운 서툰 집주인의 하룻밤이야기.
중학교 여교사인 ‘유화이'의 독신자 아파트에 서툰 좀도둑 ‘장덕배'가 들어온다. 군대를 갓 제대하고 도둑전선에 뛰어든 그는 도둑이라고 하기에 너무나 어리숙하다. 수첩을 꺼내 들고 밧줄 묶는 방법을 연구하는가 하면, 쉴새 없이 조잘대는 ‘유화이' 에게 꼬박꼬박 대답까지 해주는 친절한 도둑이다. ‘유화이' 또한 만만치 않다. 제대로 된 가전제품 하나 없는 자기 집에 온 도둑이 불쌍해서 비상금도 털어 가라고 하고, 상대가 무서운 도둑이라는 것도 잊고 소리치며 대들기도 한다. 이러한 가운데 '덕배'와 '화이'는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이름을 밝히며 친구가 되기로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분신자살을 하겠다며 소동을 벌이는 아래층 남자 '김추락'의 출현으로 동네 경찰은 엉뚱하게 ‘화이’네 집을 찾아와 ‘장덕배'를 긴장하게 한다. 자살소동이 잠잠해질 즈음 이번엔 갑자기 영업사원 '서팔호'가 찾아와 ‘유화이’에게 프로포즈를 하고, 별난 아버지 '유달수'가 찾아와 '장덕배'를 남자친구로 오해하며 상황은 꼬여만 가는데….

초겨울, 독신자 아파트에 사는 유화이의 집에 서툰 도둑 장덕배가 찾아온다. 등장부터 허접한 덕배는 밧줄 묶는 법조차 모르는 초보 도둑이다. 필요한 물건만 가지고 나가는 다른 도둑과 달리 말싸움이나 하는 그를 보며 화이는 덕배의 순진함에 그저 웃음만 나온다. 그러다 귀찮게 계속 전화를 해대는 서팔호와의 통화중 덕배의 말에 유화이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덕배는 사과를 하고 나간다. 하지만 집앞에 경찰차에 소방차까지 있는 걸 보고는 다시 들어와 자살을 시도하려다가 아랫집 사람의 자살소동 때문에 와 있단걸 깨닫고 바로 포기한다. 그렇게 얘길 나누던 둘은 화이의 권유로 친구 사이가 된다. 얘기하는 동안에 이런저런 일이 벌어지고 그러면서 둘은 더 가까워 지고 자살소동이 일단락 되자 덕배는 집을 나온다. 첫눈이 온다며 맥주를 사들고 힘없이 라디오를 듣던 화이를 다시 찾아온 덕배. 둘은 결국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끝이 난다.

<서툰사람들>은 젊은 관객층의 호응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주목받는 영화감독이자 연극연출가인 장진의 초기 작품으로 세속도시에서 전개되는 뉴로망적 아이러니. 장진이 보여주는 이 도시 속의 우스꽝스런 낭만, 그리고 역설은 관객에게 대단한 연극적 재미로 다가선다. 그는 부조화의 일방적 현실을 초월하거나 건설을 꿈꾸지 않는다. 세속도시에 투신하려한다. 장진의 투신, 혹은 자멸을 구원해 주는 힘은 사랑이다. <서툰사람들>은 그런 의미에서 장진의 사랑학이다. 여교사와 도둑의 엉뚱한 만남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이 꾸준히 사랑받은 이유는 작품속에서 오는 결코 가볍지않은 사회풍자와 지루하지 않은 상황의 전개, 등장인물들의 소시민적 캐릭터에서 오는 친근함때문일 것이다. 거꾸로가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세상에 총구를 겨눴던 지강헌의 일화가 주인공 장덕배를 대변하는가 하면 남자에 대한 편견을 가진 화이의 독신자 아파트 문이 잠겨있지 않은 상황은 세계를 향하는 그들의 존재양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상징이기도 하다. 상호간 서툰 몸짓으로 열린 세계를 향하는 장덕배와 유화이의 만남은 처음부터 세상에 대한 뒤집기의 언어감각으로 펼쳐진다.

초연과 달리 화이가 집밖에서 들어오는 장면이나 덕배의 등장, 춤으로 이어지는 화이와의 만남, 덕배의 어설픈 침입등은 대본상에 없는 가마골<서툰사람들>의 특유의 장면들이다. 또한 마지막 부분에 희곡에서 보여주는 덕배의 두 번째 방문은 초연때부터 삭제되었고 덕배가 남기고 간 스타킹을 머리에 쓰며 우는 화이의 연기는 관객들이 꼽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자살하는 남자 김추락의 나체출연은 초연때도 충격이었지만 동시에 관객들에게 웃음과 더불의 막혔던 감정을 해소시켜주는 장면이고, 구애하는 남자 서팔호에 가하는 덕배의 일장연설과 ‘작은아버지’는 관객들을 덕배의 편으로 만드는 데 최고의 장면이다. 또한 극중 광고를 시도했던 별난아버지 유달수의 ‘차세대 종합주택적금’은 ‘차세대 외환주택적금’으로 바뀌어 매회 찾아오는 협찬사의 직원들과 더불어 관객들까지 즐겁게 해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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