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신학대학을 졸업한 류태인은 전도사업으로 유명한 안필립 목사를 찾아가 목사가 벌이고 있는 부흥사업에 자신이 동참하기를 원하고, 안필립은 류태인의 투철한 신앙심과 인간적인 성실성을 보고 그를 교회 청년담당 목사 겸 자신의 비서실장으로 채용한다. 안필립의 일을 도와 주던 류태인은 목사들과 그들을 둘러쌓은 비리들을 접하게 되면서 성직자의 권위에 대한 회의를 품게 되고, 폐암을 치료하기 위해 안필립이 운영하는 기도원에서 단식기도를 하던 어머니가 죽자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절규를 남기고 교회를 떠나버린다. 그로부터 10년후 전국적으로 이상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개신교의 13개 종파에서 각각 가장 큰 교회들의 십자가가 3개월에 걸쳐 하나씩 파괴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또한 부서진 십자가 옆에는 항상 '신은 인간의 땅을 떠나라'라는 제목의 책이 놓여져 있었다. 그 책의 내용은 신은 존재하지 않으며, 신이란 인간의 관념이 만들어 낸 소산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신의 존재를 이용하여 세계를 억압하는 인간들의 행태는 바로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어떤 세력들의 독단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간이 궁극적으로 자유를 찾기 위해선 인간의 땅에서 신을 추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이 책에는 안필립의 이니셜로 대표되는 성직자들의 금전적 비리와 이 땅에서 고통받는 사람을 대비시켜
개신교에 대한 총체적인 부정을 기록되어 있었다. 십자가 파괴 사건과 연결된 '신은 인간의 땅을 떠나라' 라는 책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사건을 추적하던 안필립 목사는 여러 정황을 판단하여 류태인이 범인이라고 결론짓고 그를 신에 대한 명예회손 혐의로 고소한다. 그러나 판사는 실재하지 않는 존재에 대하여 명예회손죄가 적용되는지에 대한 법적용의 타당성에 의심을 품고 이 소송이 목사의 독단적인 신앙심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는가를 알아 보기 위해 자신의 친구인 정신과 의사에게 목사에 대한 정신감정을 의뢰한다. 무신론자인 의사는 목사와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에 대한 격론을 벌인다. 이때 자신을 메시아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경범죄로 잡혀오고, 그가 십자가 파괴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목사의 주장에 따라 판사는 그를 소환한다. 여기에서 메시아라고 자처하던 사람이 류태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또한 류태인은 십자가 사건의 범인도 자신이라고 고백한다. 이 법정에서 류태인과 의사 그리고 목사의 논박이 벌어지고, 신에 대한 명예회손이라는 고소 내용은 신앙의 자유와 함께 무신앙의 자유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판사의 결론으로 기각된다. 목사는 재판에 불만을 품고 상급재판소에 항소한다.

이 작품은 신과 인간의 존재와 당위성에 관한 문제, 즉 신과 인간의 원류에 관해서라는 지극히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도 극이 진부하거나 지루하지 않은 까닭은 심각한 주제를 흥미있는 추리극 스타일로 엮어나간 작가의 탁월한 구성력 때문이라 하겠다. 이 작품은 싸르트르(J.P. Sartre)의 무신론적 실존주의의 바탕 위에서 프로이드 학파의 무신론적인 이념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신이라는 존재자체를 인간에 의해서 창조된 하나의 추상적인 관념일 뿐이라고 규정하고, 그 관념이 인간의 자유와 독립을 박탈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관념으로 부터의 해방, 즉 신으로부터의 해방이 인간에게 절대적인 자유와 독립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고들은 작가로 하여금 '신은 종교라는 미명으로 인간을 박해하고 있다'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게 한다. 그리하여 "인간의 종교는 있지도 않는 신을 섬기게 하고 신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를 금지시켰기 때문에 인류지성의 빈곤을 야기시킨 책임을 져야한다"는 프로이드의 학설을 다시한번 상기시키고 있다. 이 작품은 특정 신을 모독하거나 특정 종교를 비방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종교를 통하여 신과 인간의 본질을 다시한번 고찰해보고, 인간의 존재를 확인해 보려는 인간탐구의 노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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