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선비 조남명』은 극작 연출가 이윤택에게는 <문제적 인간 연산>(94년 작품)에 이은 두 번째 역사극으로서 그만의 독특한 연극세계가 아낌없이 표출되는 작품이자, 정치적 혼돈과 인문적 지식인의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이곳 우리사회에 대해 한국적 지식인의 방향을 연극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제시하고자 하는 문화예술계의 사회적 목소리이기도 하다. 친 인척과 주위 척신들에 의해 왕권이 흔들리고 거듭되는 당쟁과 사화로 정치적 혼돈이 극에 달했던 이조 중기 명종조, '왕후는 궁정의 한 과부에 불과하고 임금은 고아일 뿐'이란 상소문을 올린 재야 선비 남명 조식의 의식과 삶의 태도를 밝혀 내면서 한국 전통지식인이었던 선비(Learned man)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 이 연극의 주제의식이 될 것이다.
또한, 『시골선비 조남명』은 우리의 전통공연양식 중 아직 본격적으로 다루지 못했던 선비문화양식을 재창조해내는 작업을 통해 지금까지 전통과 창조란 연극적 탐색은 주로 판소리, 탈춤, 굿, 민요 등 기층민중 연희양식을다루어 온 연극적 탐색의 한계를 넘어서, 우리의 전통지식인이었던 선비문화가 창출했던 소리양식(시조, 영가)과 풍류도의 중심을 이루었던 몸짓양식(양반춤, 택견)을 한국연극의 새로운 공연양식으로 재창조 해낸다.
이런 의미에서 문예회관은 『시골선비 조남명』을 통해 정치적 혼돈과 지식인의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사회에 대해 연극적 상소라는 형식으로 더 나은 사회를 기원하며, 21세기 디지털시대에 우리 전통의 소리와 몸짓만으로제시하는 가장 원초적 공연양식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이러한 공연의 기획은 연극의 대사회적 의식이 약화되고 있는 개인중심시대에 민족의 집단의식을 환기시키는 작업이자 대중 제일적인 발상과 볼거리 위주의 엔터테인먼트 성향에 대한 연극적 저항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 연극은 선비(Learned Man)란 이름으로 불리웠던 한국 전통지식인, 그 중에서도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던 한 재야지식인 남명 조식의 삶의 태도를 다룬 역사극이다. 과거낙방-궁색한 산중독서인-지식불모지대에서의 교육활동-거듭되는 당쟁과 사화에 대한 정치적 환멸의 과정을 거쳐 급기야 상소문이란 재야언론을 통하여 한 시대의환부를 찌른 한국적 지식인의 모습을 그려낸다. 시대배경은 지금 대중적 인기 속에 방영되고 있는 SBS TV 대하드라마<여인천하>와 같은 시대이고, 문정왕후, 윤원형,명종 등이 고스란히 등장한다. 그러나 TV드라마에 등장하는 주 인물들은 주변부적인 인물이다. 이 연극의 주 인물들은 오히려 궁중비화 드라마에서는 등장하지 않거나, 단역으로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재야 선비 남명 조식, 토정 이지함, 당대의 민속학자 서기 등이다. 그리고 사화로 목숨을 잃은 이름들과 왕의 측근에 있었던 도승지들이 연극적 상황을 표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왕후는 궁정의 한 과부에 불과하고 임금은 고아일 뿐'이라는 상소가 던져 졌을때, 이에 대한 궁과 관료들의 반응은 지금 이곳 우리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한 편의 희비극 일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목숨을 건 한 재야 선비의 상소를 무시하지 않고 그의 목숨까지 가까스로 살려 낸 당시 주위 인물들을 통해 정치적 혼돈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적 태도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 점에서<시골선비 조남명>은 정치적 혼돈과 환멸을 극복해 내면서 미래에 대한 건설적 의지를 드러내는 한국지식의 전형을 표현하려 했다.

친·인척과 주위 척신들에 의해 왕권이 흔들리고 거듭되는 당쟁과 사화로 정치적 혼돈이 극에 달했던 조선 중기 명종조, ‘왕후는 궁정의 한 과부에 불과하고 임금은 고아일 뿐’이란 상소문을 올린 재야 선비 남명 조식의 의식과 삶의 태도를 밝혀 내면서 한국 전통지식인이었던 선비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 이 연극의 주제의식이다. 연극이 역사를 다루는 이유는 흥미위주의 궁중비화나 TV드라마 연속극적인 줄거리 위주의 극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연극이 역사를 다루는 것은 선택된 역사적 진실(사실적 단계를 뛰어넘는)을 동시대적 진실로 이끌어 내는 현실반영의 작업이며, 이를 통해 바람직한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함이다. 그러므로<시골선비 조남명>은 450여 년 전에 목숨을 걸고 발언했던 한 선비의 상소문을 지금 이곳 우리의 발언으로 되살아나게 하는 것이며, 정치적 혼돈과 인문적 지식인의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이곳 우리사회에서 한국적 지식인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함이다. <시골선비 조남명>은 우리의 전통 공연양식중 아직 본격적으로 다루지 못했던 선비문화양식을 재창조해내는 최초의 작업이 된다. 지금까지 전통과 창조란 연극적 탐색은 주로 판소리, 탈춤, 굿, 민요 등 기층민중 연희양식을 다루어 왔다. 그러나 이 작품은 우리의 전통지식인이었던 선비문화가 창출했던 소리양식(시조, 영가)과 풍류도의 중심을 이루었던 몸짓양식(양반춤, 태껸)을 한국연극의 새로운 공연양식으로 재창조 해내는 작업이다.
(……) - 참고: 2001년 공연 프로그램

(……)
희곡 텍스트에는, 이윤택이 작가로서 창조하고자 한 한국적 선비 문화의 한 이미지가 시골선비 조남명의 ‘독야청청’했던 삶의 단면들을 통해 구체화된다. 여기서 그의 글쓰기는, 삽화적 장면과 그 속 인물들 간의 짤막한 경귀적 대사, 시, 시조, 코러스 등을 자유롭게 끌어다 쓰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희곡쓰기 스타일을 보여주는데, 넘침이 없는 그 단순함의 미적 질서가 마치도, 빈 공간이 많은 단아한 동양화 한 폭을 연상시킨다. 각각의 삽화는, ‘나는 사람을 만나고 싶소’, ‘똥이로구나’ 등의 제목이 보여주듯 소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되었고, 몇몇 에피소드는 이슈에 관한 토론으로, 한국판 ‘사상 희곡’적 면모도 언뜻 보인다. 무대화된 그림도 동양적 단선의 미를 한껏 살렸다. 궁궐과 서당의 대비, 매화나무, 우물, 사약 마시는 장면까지.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의 연기 수준이 눈에 띄게 다듬어진 느낌이다. 개인기 뿐 아니라, 태껸 등 한국적 몸 움직임에 바탕을 둔 집단율동 등 연기의 앙상블이 미적 질서감을 창조한다. 단선적 삽화구조의 진행을 입체화 다각화 하기 위해, 장면 만들기에서 시·청각적 스펙터클이 강조된다. 사약 받는 장면에서 신하 역의 배우들은 몸 동작으로 그 고통을 최대한 시각화해 내야하고, 무대지시대로 ‘남은 사약까지 꼼꼼히 핥아 마신다’를 실연해 내야 한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똥까지 시각화되어 무대 위에 보여진다. 이에는 역사를 보는 패러디적 시각과 요즘 엽기 취향의 대중문화 성향도 가미된 듯하다. 마지막 ‘상소문체’ 에피소드에서 조식의 상소문 낭독이 이 공연의 감정적 에너지를 크게 실어주고, 우리의 사회적 현실에 대한 공명적 효과도 톡톡히 해낸다. 이 공연의 또 다른 의미라면, 시골 선비정신을 통한 한국혼 찾기의 작업이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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