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휴머니즘으로의 승화 과정이란 주제를<소매치기>(김길호 작,)에서 본다.
이 희곡에서도 급전구조를 통해 위기와 써스펜스의 묘미가 살아나 있다. 교도소에서 소매치기전과를 가진 한 외팔이가 출소를 한다. 그가 돌아갈 곳은 어디인가? 그를 따스하게 맞이하여줄 공간은 그 어디에도 없다. 결국 그는 서울역 소매치기 소굴로 되돌아간다. 왕초와 그의 옛 동료들이 반가이 맞이해 준다. "아, 이 곳이 나의 영원한 안식처란 말인가 ..." 그러나 그는 결심한다. 다시는 이런 추악한 일을 계속할 수 없다고! 그는 이 문제로 두목과 심한 대립을 하게 된다. "이제 나도 바둑판의 반듯한 모양과 구조처럼 정직하고 진실되게 살아야겠다고 ..." 조직을 지켜 나아가야 할 입장인 왕초는 이에 대해 강력한 반발을 보인다. 화가 난 왕초는 폐결핵으로 고생하는 부하 소매치기를 향해 혹독하게 소리친다. 빨리 나가서 오늘 일당을 벌어 오라고! 각혈과 기침을 하며 거의 죽어 가는 이웃 동료 소매치기, 그러나 왕초는 다구친다. 빨리 오늘 너의 몫을 벌어오라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하루 자기 몫을 채워야 한다는 소매치기 구조의 엄격한 규율, 주인공 외팔이는 이를 그 누구도 위반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동료는 죽어가고, 왕초는 다그치고, 주인공 외팔이는 그 사이에서 갈등한다. 주인공의 갈등은 관객 모두의 갈등으로 전이된다. 수확물을 공평하게 나누어가야 하는 소매치기 일당들의 삶, 이를 위해서인지 왕초의 폭압적인 언사는 점점 극에 달한다. 마침내 이를 견디지 못하는 주인공 외팔이, 그는 의연히 이렇게 외친다.
"두목, 내가 가겠소! 이 친구 몫까지 내가 감당하기로 했소! 내가 그 대신 가겠소!"
외팔이는 친구를 살리기 위해 사람들이 붐비는 서울역 대합실을 향해 뛰쳐 나간다. 기차의 기적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한다. 외팔이의 의연한 행동에 모두가 놀란다. 전기에 감전된 듯 전율한 모습들, 모두가 제 자리에서 꼼짝 못한다. 관객은 주동적 상황과 반동적 상황 사이에서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 지 망설이고 고민한다.
"아, 또 악의 소굴에서 허우적거려야 한단 말인가 ... 저래서는 안될텐데 ... 그런데 친구를 위해 저런 의로운 일을 하다니..."
외팔이의 본심을 이해하게 된 왕초, 그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안돼! 너 만은 고향으로 돌아가야해! 나가서는 안돼!"
왕초의 외침과 행동은 강한 급전 효과를 자아낸다. 주인공 외팔이를 만류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미지, 뒤따라 나가 참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그 꿈틀거림, 이는 아름다운 휴먼 드라마로서의 품격을 살리는데에 기여한다. 이 작품은 당시 인텔리층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내 김길호의 전성기를 여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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