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과 악, 증오와 사랑, 삶과 죽음, 신과 인간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친 99년 당시 최고 역작으로 불려졌던 작품이다.
대학생 과 고등학생 형제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늘 신을 찬양하며 기쁨 속에 살고 있지만 동생은 은연 중 이게 진정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아름다운 삶인가에 대한 회의에 빠진다. 그런 어느 날 낡은 성당의 천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 기도하고 있던 부모를 덮치는 일로 형제는 졸지에 고아가 된다. 그 사건을 계기로 두 형제는 극과 극으로 신에 대한 태도를 달리하는데 형은 더더욱 신에 매달리는 형태로, 동생은 철저히 신을 배척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동생은 신을 조롱하는 방법으로 여자와 간음을 하고 그걸 안 형은 뭇매와 함께 동생을 내쫓는다.
그리고 25년이 흐른 후 주임신부가 된 형의 성당으로 동생이 비밀이 가득한 눈빛으로 홀연히 나타나는데....
그러면서 서서히 극은 본 궤도에 오른다. 테레사라는 여인을 보고 사랑에 빠진 동생과 테레사를 짝사랑하는 성당지기 청년의 질투, 그리고 비밀스런 대철의 과거 추적, 이어지는 살인과 자살 등등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극의 비밀이 극 후반에 드러나며 엄청난 전율을 느끼게 한다.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플롯에 미스테리 기법이 가미되어 신과 인간의 문제를 아주 극적이고 드라마틱하게 연결해 놓은 작품이다.

본 작품은 소극장 특유의 치열한 주제의식이 강하게 드러났던 작품으로 성스러움과 속스러움, 신과 인간, 죽음과 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까다로운 문제의식으로 펼쳐낸 심리극이다. 한 성당을 중심공간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규범과 욕망, 특히 성욕 사이에서 처절한 고통과 갈등을 겪다가 파탄의 길을 걷는 인간군상들의 비극이 있다. 독실한 카톨릭 집안의 형제 사이에서 벌어지는 신에 대한 극단적 대립,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야망과 사랑, 신에 대한 규범과 인간의 규범 사이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갈등 등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선과 악이 이 안에 농축되어 있다. 성당의 주임신부로 있는 주대철에게 어느날 바람처럼 홀연히 동생 주대원이 찾아온다.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두 사람이 청년 시절 부모의 죽음으로 인해 발생한 극단적인 종교 갈등으로 헤어진지 25년만의 일이다. 이 성당에는 요한이라는 집사 청년이 있고 테레사라는 여인이 있다. 테레사를 좋아하던 집사 요한은 대원이 테레사를 좋아하는 낌새를 차리자 조금씩 그의 뒤를 캐기 시작하는데......
진지하지만 잠시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손에 땀을 쥐는 긴장과 흥미를 주어 지금도 꼭 다시 보고 싶은 연극으로 많은 연극인들이 추천하는 이 연극은 공연 내내 매진 사례를 기록함으로서 웃겨야만 통한다는 대학로의 편견을 여지없이 깬 것으로 유명하다.

작품은 신과 인간에 관한 진지한 성찰과 사색을 담는다. 인간에게 공존하는 본능과 이성, 쾌락과 절제, 믿음과 불신,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 내밀하게 부딪치며 어느덧 신과 인간 존재에 대해 근원적 질문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동생과 형이 신이라는 거대한 바다를 뛰어넘으려고 발버둥 치는 연어 같은 인간의 삶은 처절한 몸부림으로 대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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