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태수 '해가 지면 달이 뜨고'

clint 2018. 3. 26. 14:52

 

 

 

어느 작은 달동네 매사를 박치기로 해결하는, 실향민이자 만두가게 주인인 서만칠, 특전사 출신 주인의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여인 강동희와 소아마비의 동생 동수가 작지만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우성준이라는 사내가 이사를 오게되면서 처음부터 동희와 신경전을 벌이게 되고 급기야 만칠은 박치기를 날리게 된다. 성준은 만두가게에서 만두를 몰래 훔쳐 먹고 나온 어느날 우연히 동희의 동생 동수와 친해지고 생선을 다 팔지 못한 동희를 도와 남은 생선을 팔아주게 되면서 작은 사랑을 만들어 간다. 동희는 어렵게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동수의 소식을 접하고 기뻐하게 되지만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내게 되고 터무니없이 큰 합의금으로 인해 힘들어 한다. 성준은 동희를 돕기 위해 물건 납품업자에게 보증금을 빼, 막노동을 시작하게 되고 돈의 출처를 의심하게 되는 동희와 어색한 관계가 되어버리나 곧 동희는 성준에게 동업을 제의하게 된다. 그러던 와중 만칠은 갑자기 쓰러지게 되고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동희와 성준에게 만두비법이 든 책을 남기고 생을 마감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성준과 동희에게 아이가 생기고 생선가게는 ‘서만칠아바이만두’로 바뀌어 개업기념 촬영으로 행복함이 넘쳐난다..

 

 

 

 

작가의 글
고향은 우리삶의 근원입니다. 그곳이 도시이건 시골이건 고향은 우리삶을 지탱해주는 그리움의 원천입니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에서는 고향을 잃은 사람들이 그 그리움을 어떻게 가슴에품고, 어떻게 또다른 삶으로 그것을 승화시키느냐 하는 것을 보여주려 합니다. 즉 해로 상징되는 삶의 일상성과 달로 비유되는 삶의 근본이 하나의 조화로 화합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고향을 떠나 망우리 달동네에 모여 살아가는 만칠과 동희 동수남매, 성준의 삶을 통해 보여주려 합니다. 남·북 분단으로 고향이 있어도 가지 못하는 만칠과 댐 공사로 고향이 수몰되어 고향을 잃어버린 동희와 동수 남매, 그리고 고향이 어디인지조차 모르는 성준은 망우리 달동네에 둥지를 틀고 각박한 현실의 힘든 삶을 살아가지만 언젠가는 고향에 돌아가겠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현실의 고통을 잊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며 힘들고 지칠때마다 서로 조금씩 의지하여 마침내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아픔을 새로운 둥지에서 치유하게 되어 새로운 고향을 찾고 즉 삶의 뿌리를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97년) 와 '땅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98년)에 이은 극단 신화의 서민극 시리즈 세 번째 무대 '해가 지면 달이 뜨고' 이다. 연극 매니아를 열광시키는 실험성이나 시류를 논하는 거창한 주제의식을 거둬버리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는 기획 취지에 맞게 이번 작품 역시 어렵지만 꿈을 잃지않고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 주변 인물들의 삶을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다. 무대는 전쟁통에 단신월남해 아직까지 북에 두고 온 부인과 자식을 잊지못해 만두를 빚으며 살아가는 실향 노인 만칠의 망우리 달동네 집이다. 여기에 세들어 사는 생선장수 처녀 동희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소아마비 동생 동수, 그리고 여자 속옷 노점으로 먹고사는 청년 성준 이 등장한다. 이전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달동네에 사는 노인과 그 주변에서 사랑을 키워나가는 젊은 남녀의 얽히고 설킨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로 극이 진행된다. 옥수동 판자촌에서 목욕탕에 딸려있는 이발소를 거쳐 망우리 달동네로 장소를 옮겼을 뿐, 등장 인물의 구성이나 서민들의 작은 행복과 좌절, 그리고 희망을 차례로 말한다는 점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거리를 두었던 만칠과 성준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동수는 몇번의 실패 끝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다.하지만 동희가 오토바이 사고를 내 1천5백만원이라는 거액을 물게 되고 만칠은 말기위암 선고를 받는 등 구체적인 사건은 다르지만 큰 틀은 이전 작품들과 비슷하게 흐른다. 동희에게 청혼을 하는 장의사 졸부 봉필의 등장은 동희와 성준의 관계를 진전시키는 역할과 함께 관객에게 웃음을 안겨준다. 이처럼 적당한 웃음과 슬픔을 한데 버무려놓은 것도 이미 형식화된 장치이다. 

극단 신화의 서민극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관객은 배우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즐길 수 있지만 한번이라도 이전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달동네 서민들의 애환' 이라는 소재의 제약에 묶여 틀에 박힌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능청스러운 북한 사투리로 관객을 마음대로 쥐었다 놓는 연기파 윤주상의 탄탄한 연기와 그를 둘러싼 출연 배우들의 조화가 극의 무게중심을 잡아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