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은? 20세기의 가장 훌륭한 시는?
한 박사논문에서 조사된 바에 따르면 그 정답은 윤동주였고, 또 윤동주의<서시>였다.
그밖에도 윤동주와<서시>는 '사회변혁에 가장 영향을 준' 시인과 시로 꼽히기도 했다.
일제 식민지 시대 일본 형무소에서 옥사한 저항시인 윤동주.<서시>는 연희전문대를 다니던 윤동주가 1941년 11월 고국에서 쓴 마지막 시다. 그리고 그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는 말을 남기고 일본으로 떠났다. '조선어'로 쓰여진 <서시>가 나올 당시 조선은 일본어가 상용어였고, <매일신보>가 유일한 한글사용 언론이었던 폭압적인 일제의 조선어 말살정책이 한창이던 때. 윤동주는 모국어로 시를 썼다. 윤동주는 자신의 시 18편을 묶어 출판하고 싶었지만, 시국을 염두한 그의 지인들은 만류했다.
그리고 윤동주는 현해탄을 건너 일본으로 떠났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는 미래의 어떤 결단을 암시하며. 하지만 그의 미래는 불과 3년도 안돼 끝나버렸다. 민족해방을 6개월 앞두고 28살의 윤동주는 고문후유증을 견디지 못해 옥중에서 싸늘한 주검이 되어갔다. 별을 사랑한 시인, 그러다 별이 되어버린 시인 윤동주. 그 윤동주가 연극으로 되살아났다.
윤동주의 생애를 다룬 연극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연출 표재순/작 조한신)가 공연된다.
극단 갖가지는 '우리 민족의 가장 어두운 시기에 별과 희망을 노래했던 윤동주의 삶을 되짚어 봄으로써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역사적 위치와 사회적 책임감을 성찰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특히 최근 국회에서 '짤리고 깎인' 친일진상규명법을 보노라면, 식민지 지식인으로 고뇌했던 윤동주가 '과연 식민체제는 끝났는가' 질문을 던지는 듯해 등이 오싹하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그의 양심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번 연극은 윤동주의 생애를 다루고 있다. 단지 시대순의 위인전기는 아니다. 그가 실제 살았던 '삶'과 그가 몸으로 부딪쳤던 '시대'를 교차해 보여준다. 시인의 내면세계와 그의 내면세계를 만들어낸 역사적 사실을 결합시키기 위해 다양한 연극기법이 동원된다. 전통적인 연극기법과 스틸, 영상의 다큐멘터리 기법이 혼합되고, 여기에 무용과 빛이 동원되면서 무대는 보다 역동적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연극의 구성은 윤동주가 살았던 시간과 공간이 '하늘' '바람' '별'로 상징화돼 짜여졌다. 하늘-먼저 윤동주가 생애 절반인 14년을 살았던 북간도. '하늘'로 명명되는 윤동주의 북간도 시절은 그가 외지의 땅에서 일본의 사슬에 매여 있는 조국을 바라보며, 조국 독립의 열망을 불태우는 시절도 그려진다. 그에게 북간도는 자신의 꿈을 그릴 수 있는 거대한 하늘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바람-한반도 서울. '바람'처럼 윤동주는 질곡의 역사 속에서 현실과 충돌한다. 시인의 생명인 조국의 말과 글이 점차 빼앗기는 강탈의 시대. 살아 남기 위해 자신의 영혼도 팔아야 하는 배반의 시대를 윤동주는 서울에서 보낸다. 어둠을 물리치려 하지만, 그의 양심은 역사의 바람에 계속 흔들린다. 별-1942년 일본으로 건너간 윤동주. 우리에게 가야 할 길을 가르쳐 주는 '별'을 바라보듯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바라보며, 시인은 필사적인 구원의 기도를 올린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을 보며, 별을 노래하며 아침을 기다린다. 그러나 1943년 7월 13일 일경에 의해 체포된다

프롤로그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출판 기념회이다. 정지용 시인이 발문을 읽고, 강처중은 윤동주와 시집에 대하여 설명을 한다. 기념회장 한구석에서 친구 문익환은 윤동주와 같이 보냈던 시간을 회상한다.
1장. 어린 윤동주, 송몽규, 문익환이 언덕위로 뛰어오른다. 뒤이어 외삼촌 김약연과 아버지 윤영석이 따라 들어온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이사 가는 아이들은 즐겁기만 하다. 하지만 내성적인 윤동주에게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김약연은 하늘을 가리키며, 모든 사람이 연결되어 있음을 조카에게 알려준다.
2장. 윤동주는 민족교육의 중심지인 평양의 숭실학교에 입학한다. 정지용의 시를 읽으며 문학적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신사참배 문제로 윤산은 교장이 해직당한다. 학생들은 항의의 표시로 자퇴를 하고 문익환과 윤동주도 학교를 떠난다. 떠나는 학생들을 위해 윤동주는 자신의 시를 읽어준다. 떠나는 학생들 뒤로 숭실학교는 폐교된다.
3장. 용정으로 돌아온 윤동주와 문익환은 송몽규를 만난다. 그는 독립운동에 투신했다가 체포를 당한 것이었다. 그는 요주의 인물로 감시를 당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겪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따져보며, 미래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한다. 모두가 조국을 위하여 일생을 바치기로 하지만, 송몽규와 윤동주는 문학을 문익환은 신학을 택한다. 윤동주는 전공과목을 놓고 아버지와 심하게 다투지만, 결국 연희전문학교 문과 진학을 허락받는다.
4장. 그는 자유로운 대학 생활을 즐긴다. 당시 연전은 한국어로 강의를 하는 곳이었고, 민족 정신을 높이는 요람이었다. 그는 부지런히 책을 읽으며 정신적인 발전을 한다. 후배 장병욱과 강처중을 알게 되고, 외국 시인들의 영향을 받는다. 젊은 학도들은 대학의 낭만을 즐긴다. 윤동주는 친구들에게 밤하늘의 별을 보며, 별을 노래하는 마음이 무엇인지를 말한다.
5장. 윤동주는 시를 쓰지 못한다. 상황은 암울하고 일제의 압제는 나날이 광포해진다. 친일파 교장이 임명되고, 한글은 학교에서 더는 배울 수가 없게 된다. 어두운 조국의 현실이 그의 앞에 펼쳐지자, 그는 고통이 가득 찬 도전적인 시들을 쓴다. 그는 교회를 찾아가 신앙 고백을 하듯이 거친 시(팔복)를 낭송한다.
6장. 윤동주는 하숙을 같이 하는 정병욱에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육필본을 선물한다. 하지만 윤동주와 송몽규는 일본으로의 유학을 결심하고, 유학을 위하여 창씨 개명을 한다. 그들은 일본에서 자신들이 배워오게 될 학문들이 이 나라의 독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치욕을 견딘다.
7장. 일본은 전쟁에 여념이 없다. 윤동주는 그 상황에서 박춘혜를 만난다. 그의 마음은 여자에 대한 애정과 그가 해야 할 일로 혼란스럽다. 송몽규는 경도에 와서 일을 시작하자고 한다.
8장. 윤동주는 처절한 현실을 생각하면서 사랑을 포기하고, 자신의 희생을 선택한다.
9장. 경도에 온 윤동주는 송몽규의 하숙집에 자주 방문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은 일본의 징병제에 대하여 토론하고, 그들은 그것을 기회로 조선의 독립을 쟁취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또한 유학생들을 모아 이 생각을 강령으로 만들어 퍼뜨리려고 계획한다.
10장. 윤동주를 기다리는 가족들은 그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모두 그의 평상시 행동을 상기하고는 그럴리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 경찰은 그동안 송몽규와 윤동주를 감시하였으며, 그들의 무장봉기 계획을 빌미로 그림을 체포한다. 그와 송몽규에게 독립운동 혐의가 씌워진다. 재판이 벌어지고, 그들은 2년형을 받는다. 이어진 차가운 감옥생활, 계속 주입되는 주사에 시달리던 겨울날 윤동주는 외마디 소리를 남긴 채 하늘의 별 속으로 올라간다.
에필로그.
아버지 윤영석은 윤동주의 화장한 뼈를 현해탄에 뿌리고 왔다고 친지들에게 말한다. 시신이 없는 장례식, 친구 문익환은 윤동주의 시를 낭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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