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작
이 이야기는 화두하나 이빨사이에 끼워놓고 낑낑거리는 개잡것들의 지랄짓거리 들이며, 외쪽 눈이라 세상 두루 살펴보지 못하는 싹수노란 땡 중과 귓구멍 콧구멍 뚫렸거나 말았거나 있거나 없거나 하는 혼돈의 암, 수컷들이 비벼대는 몸짓, 소리들이다. 극의 진행성이 띄지도 않으며 방향성도 갖지도 않으며 인종들이 만들어 놓은 생성과 소멸에 대한 지리멸렬(支離滅裂)한 관념의 요소들을 무차별 박살내고 안달하고 싶은 것이다.
화두 하나를 던져라!
- 이 뭣고?
- 부수어 버리리었다.
어쨌던 끝장에 가서는 모조리 부수어 버리는데 뭣을 부수어 버리느냐 하면 너의 대갈통 속의 그 찌꺼기, 잡소리, 헛소리, 개소리, 사념, 관념, 양념 등등.......

'그놈 사자가 본시 잡소리 허고 다니는 돌중들 잡아먹고 댕기는 짐승이었던 갑데. 보니 천지에 큰중 적은중 늙은중 어린중 젊은중 옌네중 꾸부러진중 길쭉헌중 피둥피둥헌중 술내나는 망중 색내나 는 색중 두드리 맞은 중… 온갖 중들이 엉켜 설켜 나대는데 정신 도 없더만.' 후려치는 장구 장단에 맞춰 랩송처럼 쏟아지는 질펀한 대사. '중 이야기 '에서 이런 대사는 양반이다. 작가 여환삼이 속 안 의 말들을 배설해낸 해괴하고 당돌하고 장난스러운 선문답 속에서 관객들이 잠시 길을 잃기도 한다. 200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이 희곡의 스토리는 길 위에 외눈의 땡중 하나와 여인네,남정네가 말씨름을 하다가 몸을 섞다 가 사자한테 잡혀먹혔다가 다시 길 위에서 길을 떠나는,간결하고 순환적인 내용이다. 그 속에 온갖 희로애락과 앙상한 정념과 인생 을 녹여내려 하니 가벼워도 가볍지 않고 무거워도 무겁지 않다. 상황을 동작으 로 시각화하고,대사에 리듬감을 주고,세사람의 삼각구도를 변이시 키는 연극 문법이 활용되었다. 특히 사자 신에서는 하늘개인날 특 유의 역동성이 도드라지는데 외눈박이 사자의 독특한 미술작업과 더불어 나락(사자 뱃속)에서의 고통이 극적으로 표현되었다. 그러나 '하나가 둘이요,둘이 셋이요,셋이 무한 대량수요,모다가 다시 하나'인 잡스러운 연극이라 해도 유기성이 다소 떨어지는 장 면들은 낯설게 다가온다.
"세상 문이 열리었다. 죄짓지 마라. 나쁜 짓 하지 마라. 나쁜 마음 죄 지음에 지옥문이 열리고 착한 일 좋은 마음에 극락문이 열리운다. 여거 세상문을 누가 열은 것이어냐?"
주인공 외눈 중이 외치는 첫 대사부터 심상치 않다. 이어 등장하는 여인네, 남정네 등과 중은 세상 갖가지 화두를 끄집어낸다. 이어지지 않는 언어들로 문답이 오가며 관객들에게 생각거리를 던진다. 온갖 말을 주고 받던 등장인물 사이로 문득 사자가 등장하고 사자는 세 명을 잡아먹는다. 사자의 뱃속에서 혼돈과 관념을 날려버리는 한판 굿이 벌어진다. 극의 진행성은 특별히 없고 방향성도 없다. 연출자 곽종필씨는 사람들이 내놓는 생성과 소멸에 대한 관념을 없애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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