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희곡 가작 당선 작
당선 소감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그리움을 생각한다. 한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예술인들의 열정에 먼저 고개 숙여 감사를 올리고 싶다. 하늘로만 치솟는 빌딩의 위용이 돋보이는 세상에서 낮은 소리의, 어쩌면 꺼져가는 숨결에 우주보다 더 큰 의미를 불어 넣는 예술인의 순례에 어느 시대라도 사랑이 좀 더 가까이 하길 바라본다. 작품을 쓴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다시 또 이런 자문 앞에 서있다. 그런데 밝은 낮에 등불을 켜 들었다는 사람이 떠오른다. 나 또한 사람이 그립고 그보다 더 스승이 그립다. 이 세상보다 더 끊임없이 이어질 순례의 행렬에서 조금은 편하게, 낙오되지 않으려는 나약한 심정 때문이리라. 인제인가 진정한 스승을 찾아 그 분 앞에 바로 서기까지 체력을 다지고 정신력을 더 키우도록 해야겠다.
오늘이 있기까지 고마운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고, 심사 위원님과 신문사에 은혜를 갚도록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해 본다. 정말 감사합니다.
해선망(작, 최용훈 연출)은 망망대해 무동력선에 갇혀서 고기를 잡는 소외된 인간들을 그리고 있다. 주어진 한계 상황에 부딪히고 지쳐서 어떤 희망, 개혁의 의지조차를 포기한 그들의 삶을 담담히 보여주는 이 작품은 적나라한 사회고발이요 나아가서는 피루체로 서의 인간 상황을 말하고 있다. 미약하나마 탈출과 반항을 표시하던 인물들은 폭풍이 다가왔을 때 오히려 나약하다. 폭풍 후에도 똑같이 계속되는 삶은 절망만이 아닌 인간 존재 실존의 모습을 띄기도 했다. 풍요롭고 정화의 상징이었던 바다가 메말랐듯이 오늘날 우리 사회나 인간성도 메마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번 공연 중에서 가장 호감이 가는 작품이다.
희곡에서 '무동력선'의 생활을 리얼하게 묘사하면서도, '무동력선'의 상징적 의미를 비교적 다양하게 부각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여기에는 연출의 공로가 컸는데, 특히 소품 라디오의 사용은 뛰어났다. 삭막할 수밖에 없는 배의 상황에서, 고장 나서 나오다 끊어지다 하는 라디오의 설정은 분위기와 리듬감의 변화를 손쉽게 하여 공연 전체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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