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장마,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한 가족이 모인다. 남편의 죽음 이후 가장의 역할을 큰 딸에게 넘겨버린 어머니, 대학을 중퇴하고 옷 수선으로 가정을 이끌어 온 영주(장녀), 변호사가 되었으나 이혼으로 인해 상처받은 영진(차녀), 돈 많은 유부남을 유혹해 결국 그 남자와 결혼한 영미(삼녀), 그리고 아버지의 제사에도 핑계를 대고 오지 않는 민석 (막내아들)이 이들 가족 구성원이다. 제사의 준비와 아버지 기일 때면 걸려오는 괴전화를 둘러싼 일상적인 가족의 대화는 어느덧 서로의 상처를 덧내는 화살로 변하면서 각자가 감추고 있던 가장 깊은 내면의 소리가 쏟아진다. 이 소리는 몸서리치게 이기적인 각자의 독백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외로움에 대한 항변이기도 하다. 아버지에 대한 따뜻한 추억과 그리움 하나로 황량한 현실을 견뎌내던 영주는 궤변과도 같은 그들의 이기심에 질려 살인을 저지른다. 하지만 그것은 상상 속의 일. 극은 상상과 현실을 오가며 끊임없이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어머니와 두 여동생의 죽음 이후, 또다시 장마철 어느 하루가 영주의 가족에게 펼쳐진다.
죽음 이전과 어느 하나 다를 바 없는 그런 시간들이….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미례 '안나푸르나' (1) | 2015.11.23 |
---|---|
똥강리 미스터리 (공동창작) (1) | 2015.11.22 |
민복기 '슬픈 연극' (1) | 2015.11.22 |
고연옥 '꿈꾸는 화석' (1) | 2015.11.22 |
황석영 '손님' (1) | 2015.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