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픔이란 무엇일까? 왜 슬플까? 관객은 이 연극을 보고 무엇 때문에 슬퍼할까?
오랜 기간 계속된 부부의 습관적 삶의 모습들이, 이별을 앞 둔 그들의 다소곳한 삶의 모습이, 어떻게 관객에게 슬픔을 자아낼 것인가? 웃긴 말이지만, 슬퍼서, 슬퍼보여서 슬픈 것이 아니라, 지속돼 온 삶을 연속하려는 안간힘 때문에...... 물론, 그 안간힘마저도 회피와 도전의 안간힘이 아닌, 늘 그래왔던 일상적 삶의 패턴 속에서 보여 지는 것. 아주 오랜 동안 지속되어 온 부부의 삶. 그 삶의 그저 하루, 를 보여주는 것이다. 좀 특별한 하루. 어느 한 명의 상실을 앞둔 부부의 일상.

어느 날, 아내가 깍아 주는 사과를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는 남편. 평범한 일상이지만, 사실 남편은 병으로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에게는 이런 사소한 일상마저 소중한 순간이다. 차분하게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려는 남편과 애써 남편의 죽음을 외면하는 아내. 두 사람은 처음 만났던 다방에서 흘러 나왔던 팝송을 들으며 지난날을 회상하는데….
“이젠 그냥, 뭐 그냥 혼자는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갈 수 있을꺼 같은데... 아내가...”
만호는 주특기인 만담으로 아내를 위로하기도 하고, 간직하고 있던 아내의 첫 데이트 의상을 선물하기도 한다.
아내의 웃음은 만호의 가는 발목을 더욱 안타깝게 붙잡는데...
부부가 아닌 친구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그들. 이제는 사진 속에서만 함께 웃을 수 있지만, 그들은 그렇게 사랑을 했다.

그렇게 슬픔 속에서 행복의 단편들을 찾아 나서는 부부의 담담하면서도 잔잔한 일상을 그린 2인극. 인생의 애잔함이 꽤나 눈물샘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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