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너 뮐러의 <셰익스피어 이후 맥베스(Macbeth After Shakespeare)>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1971년 초연)
권력의 어둡고 잔혹하며 본능적인 해체를 보여준다. 원작의 낭만주의를 벗겨내고
폭정, 정치적 폭력, 그리고 부패한 사회 속에서 주인공이 겪는 심리적 타락의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낸다. 단순한 비극적 몰락이 아닌, 피할 수 없는 순환적 살육의 본질에
초점을 맞춘다. 뮐러는 폭력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모든 독재의 근간을 이루는 기둥으로
묘사한다. 맥베스는 우유부단한 사상가와 자신의 야망에 완전히 사로잡힌 괴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거기에다 사건의 공포와 유혈을 강렬하게 강조하며,
섬뜩한 이미지, 음향 디자인, 그리고 냉혹한 연출을 통해 종말론적 공포감을 고조시킨다.
동독에서의 생활 경험에 큰 영향을 받은 뮐러는 이 작품을 통해 맹목적인 야망, 국가가
자행하는 만행, 그리고 권력의 비인간적인 본질을 비판한다.
뮐러는 주요 원작의 서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텍스트를 재구성하고 대폭 압축한다.
그는 특정 상호작용을 수정하고 새로운 등장인물 요소를 삽입하여 희생자와 가해자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1972년 뮐러는 자신의 해설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 장면(마녀들 등장 장면)부터 나는 원작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형이상학적
토대, 특히 '예정론'이라는 개념을 억누르고 싶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마녀들로
시작하지 않으며, 초자연적인 힘은 더 이상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폭력의 역사는
끝이 없고, 피는 새로운 살인을 낳으며, 악순환은 더욱 끔찍해진다. 하이너 뮐러는 작품을
압축했고, 범죄는 연이어 발생하며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지옥의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독백은 연극적으로 단축했고, 성찰이나 양심의 가책을 말로 표현하는 순간은 없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가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맥더프 가족을 죽이기로 결심하는 것처럼,
뮐러의 맥베스는 이미 살인에 익숙해져 있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을 더 어둡게 묘사하는 데
주저함이 없으며, 그 누구도 긍정적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3장 시작 부분의 지시문에서,
위대한 셰익스피어의 던컨 왕조차도 왕좌 모양으로 쌓인 시체 더미 위에 앉아 있다.
맥베스는 이전의 피의 폭군이 행했던 일을 그대로 이어가는 피에 굶주린 폭군일 뿐이다.

이러한 잔혹극은 진지함의 전복과 '영웅의 몰락'을 통해 더욱 증폭된다. 뮐러는 맥베스에
사회학적 차원을 부여하여 귀족 엘리트와 대립되는 농민과 병사들을 부각시킨다. 귀족의
압력 아래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을 반영한다. 이 작품은 세상을 바꿀 혁명에 대한
유토피아적 믿음을 제시하지 않는다. 9장에서 맥더프는 문을 빨리 열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지기를 칼로 찔러 문에 못 박고, 나중에는 하인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의 혀를 잘라버린다. '위대한' 자의 언어에는 귀족의 허례허식이 통하지 않는다.
첫 장면에서 뮐러는 던컨이 맥베스에 대해 거창하게, 온갖 명예로운 칭호로 가득 채워
표현한 말을 단순한 "착한 맥베스"로 바꾼다. 이렇듯 등장인물들은 심리적 깊이가 없고,
우스꽝스럽게 변질되어 피비린내 나는 권력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린다. 그들은 자신들이
누리는 권력의 희생양이며, 그 권력은 그들을 돌처럼 굳게 만들었다.
뮐러는 "사소함에는 해방감이 있습니다. 우리는 실제적인 공포에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추구하는 바는 바로 그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맥베스는 현시대를 풍자하는 작품으로 볼 수 있지만, 작가 본인은 그런 해석을 거부한다.
그는 1974년 맥베스를 연출한 한스 홀만 감독을 비판하며, 이란 공산주의자 학살이나
미국의 베트남 전쟁과 같은 시사 문제를 지나치게 작품에 녹여내면서도 폭력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에 대한 미학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내 초연한 슬로베니아의 미니 시어터 공연(불랸(Ivica Buljan: 연출)
셰익스피어 희곡을 독일의 극작가 하이너 뮐러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한 <셰익스피어 이후 맥베스(Macbeth After Shakespeare)>는 원작을 조금 더 잔인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작품은 1970년대 초반 공연되자마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동독 연극사에 길이 남을 평가를 받기도 했다. 어떤 이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폭력과 포르노와 연결시켜 비관적으로 그려냈다”고 하였고, 어떤 이는 “일부러 긍정적인 시각을 잃은 것”이라며 옹호하였다. 극단 미니 시어터는 뮐러의 원작에 주인공들의 분열성과 진지함을 전복시킴으로써 잔인함을 더욱 증폭시킨다. 불랸(Ivica Buljan)에 의해 연출된 이 작품에서는 무대 위에 특별한 세트 없이 오직 젊은 배우들의 혈기로만 가득하다. 이는 이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젊고 남성적인 에너지에 의한 것인데, 여기에 2명의 여배우가 공조하고 있다. 마치 격투장을 연상케하는 공간은 누구도 비집고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밀도 있어 보인다. 연기공간이 되기도 하는 무대는 배우들의 움직임과 연기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것은 우리 시대의 폭군, 맥베스의 매력적일 정도로 이상하고 잔인한 모습을 담은 연극이다. 또한 어떤 죄책감이나 주저함 없이 여기저기 공포를 퍼뜨리고 다니는 잔인한 인물이다. 무대 바닥은 서울의 위도와 경도를 숫자와 기호로 표시한 것이다. 이것은 이 공연이 현재 여기서 일어나고 있음을 명시하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가 미니씨어터의 '맥베스'를 공연하기에 이상적인 공간은 아니라는 점이다. 무대를 중심으로 4면으로 객석이 있다고는 하지만 본래 객석 위치의 관객 수는 압도적이다. 이 작품의 공연을 위해 임시로 만든 무대의 왼쪽과 오른쪽 및 뒤쪽의 객석에는 각각 적은 수의 의자 밖에 없다. 사실 객석이라기 보다는 평평한 무대 위에 의자를 몇 개씩 갖다 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 '맥베스'는 이상적으로는 극장이 무대를 중심으로 완전 원형 공간 또는 그렇지 않을 경우 사방의 객석을 같은 높이로 경사선에 배치한 공간에서 공연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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