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은 전쟁중의 조그만 동굴에서 이루어진다.
먼저 전쟁을 피해 동굴에 숨어 있는 매명(대학교수)과 화령이 등장하고
쥐잡기 놀음이 시작된다. 곧이어 역시 전쟁을 피해 온 집단인
신세계 정신병원 환자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억압심리가 하나씩 표출된다.
여기서 주객이 전도되고 뒤이어 역시 도피자인 김기자와 애인 문주가 동굴로 온다.
성집착 환자인 성파와 그 외의 위험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화령의 미친놀음이 시작된다. 먼저 매명의 재판극이 이루어지고 지식인인 매명은
화령과 광인집단의 육체적 정신적 폭력에 여지없이 무너져 결국 미쳐버리고 만다.
뒤이어 권력을 움켜진 화령과 감독관의 갈등이 있고 이 와중에 김기자의 애인인 문주는
왜곡된 욕구충족으로 동굴 내부로 들어가 희생을 당하는데, 그 광경을 지켜보는
김기자는 자신의 위험, 공포 나약함 때문에 애인의 희생을 방관만 했다.
이어 감독관과 화령이 권력을 놓고 한판 격투가 벌어지고 감독관은 숨진다.
신원장의 자기 변호가 있고 전 등장인물이 새 감독관(화령)을 따라 또 다른 곳으로
떠나가고 폭행당한 문주는 동굴에 남아 미쳐버린 육신을 감독관 옆에 앉힌 채
무대막은 서서히 내린다.

이근삼의 1969년 발표작 <광인들의 축제>는 전쟁 중인 산중의 한 동굴에 모이게 된
피난민들의 이야기로써 각자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동시에 위로 하려한다.
따라서 침울한 혼돈의 시대를 상징하는 전쟁이라는 상황과 벗어나기 힘든 현실을
상징하는 동굴이라는 배경은 이 극에 나오는 각각의 등장인물들과 함께 상징적인
존재로 생각할 수 있겠다.

무력한 지식층을 대변하는 매명, 자기 과시욕에 불타는 화령, 비겁한 현대인의 표상인 김기자, 권력자였으나 또 다른 권력에 의해 무너지는 감독관과 물질 만능 주의와 폭력주의 내지는 인간경시 풍조를 상징하는 상술과 삭도, 여성으로서 남성에게 상대적으로 억눌리고 짓밟힌 여성상을 대변하는 옥씨, 거기에 대한 옹호와 권리 주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예씨,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지만 결국엔 권력에 희생된 피해자층을 대변하는 문주. 그들의 자기주장과 좌절, 그리고 남겨진 모습들을 상황 별로 그리고 있다. 이러한 인물과 인물 간에 빚어내는 상황을 통해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반성과 그를 통한 삶의 의지 재충전이다. 현실에 비굴해지고 나약해지는 또한 거기에서 좌절을 느끼면서도 다시금 현실로 되돌아가야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나약한 모습이 바로<광인들의 축제>에 등장하는 인물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작가의 글 - 이근삼
이 작품은 실의와 좌절 그리고 분통이 일썩였던 1960년 중후반에 쓴 작품이다. 어차피 희극형식으로 표현될 수 밖에 없었으며 그때 이 작품을 연출한 이승규씨는 주제를 살리면서도 희극으로 잘 소화해주었다. 그러나 공연중 軍事독재를 풍자한 작품이라는 말이 돌아 한동안 고역을 치루기도 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이 그런 와중에도 여기저기서 공연되었다. 시대도 달라지고 사회도 급변한 오늘날 이 극이 어떤 인상을 줄런지는 알 수 없으나 연출가는 시대에 민감한지라 새로 꾸며내는데 고심했으리라 짐작한다. 극단<가교>는 요 몇년사이는 그 풍부하고 독창성있는 연기진을 활용하여 대중연극에도 깊히 관여해 많은 대중을 극장에 끌어놓았고 공연타산에도 성공해 왔다. 그러나 <가교>의 초창기를 알고 있는 사람들로부터는 과거처럼 실험적이며 도전적인 성격이 소실되어 간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이러한 비판의 소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가교>의 단원들이다. 극단운영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운영은 현실이다. <가교>는 이런 면에서 고민도 많았으나 이 극단이 대중속에 폭넓고 깊이 파들어가 관중의 저변을 확대했다는 공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앞으로도 대중과의 유대를 끊임없이 유지하되, 새로운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참신한 연극을 개발하는데 힘을 써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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