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씨가문의 팔대독자, 황수남. 서른살 나이에 딸만 내리 다섯.
그런데도 아들을 봐야겠다는 극성스런 수남의 모친은 산부인과에서
이상한 일을 접한다. 딸을 낳으면 멀쩡한데 아들을 낳는 산모들은 중태에
무조건 사내아이만 죽어나오는 것이다.
이에 모친은 박수무당인 홍장군을 찾아가 사연을 전해 듣는데,
이는 미연이라는 낙태귀의 소행. 미연은 천년을 돌고 돌아 잡은 인간의 생을
딸이라는 이유로 모두 죽임을 당했던 한 많은 귀신이다.
수남네가 아들을 순산하기 위해서도 미연의 문제는 해결되어야 할 일.
결국, 삼신할매와 염라국 저승사자까지 인간세상으로 내려오게 되는데...
죽음에 관한 일은 염라국 소관인데, 미연이란 잡귀가 그 계율을 어지럽히니
잡으러 왔다는 것이다.

홍씨는 수남네가 아들을 순산하기 위해서도 미연의 문제는 해결돼야 할 일이라
홍씨는 굿판을 벌인다. 또한 수남과 아내는 홍씨가 일러준 처방대로 합방하기 위해
법석을 떤다. 보름달이 구름에서 나와야 하고, 축시 한가운데, 즉
새벽 2시에 정확히 해야 하고, 오른쪽으로 올라가서 일을 치룬 뒤 왼쪽으로
내려와야 하고 등등, 온갖 정성으로 아들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 와중에 수남네 가족은 출산을 앞두고 해괴한 일을 접한다.
수남부부와 모친만 빼놓고 누나들과
홍씨의 꿈속에 수남의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타나서는 한 대목씩 이상한
얘기를 해주고 간 것이다. 각자들은 얘기들은 말이 안되는데 한데 모여서
퍼즐 맞추듯 얘기를 꿰다보니 그 사연이 드러난다.
사연인즉, 올해 황씨 가문에 액이 껴서, 올해 아들을 보았다간 그 녀석이
장성해서 화투에, 술에, 계집질에 천하의 잡놈이 되어서는 가문이 파산할
뿐만 아니라 모친이 가장 큰 화를 입게 된다는 얘기였다. 모친을 살리기 위해
수남네 태중의 아이를 떼어야 한다는 딸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모친은 아들만 나온다면 다 괜찮다며 낳자고 한다.
결국 수남네의 출산일 긴장된 수남의 가족 앞에 미연이가 나타나는데.....

이 작품은 원제가 <미연이 출생비화>로 극단 민예에서 <고추말리기>로 공연된 작품으로 선욱현작가가 <아름다운 인연>으로 개작하여 극단 배우세상에서 공연한 것이다. 작품에 악귀로 나오는 '미연美緣'의 이름을 극중 모친과 홍씨가 남자이름에 붙여 달래려는 의도인데... 그 이름을 풀면 <아름다운 인연>이 된다. 태아 성감별과 낙태에 관한 익살스럽지만 품위가 살아있는 신개념 놀이판으로, 올려지는 <아름다운 인연>은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남호선호사상과 낙태'를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내며 결국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말하는 연극이다. 태아 성감별과 남존여비의 현재 우리의 고지식한 악습을 황씨가문의 아들 낳기 프로젝트를 통해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그 상황만큼은 해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2001년 민예극단의 초연시 다소 무겁고 진중한 공연의 호흡에 비해 2011년 극단 배우세상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아름다운 인연'은 자칫 무겁게 느낄 수 있는 주제를 쉽게 풀어냈다.

최근 태아의 남녀성별을 고지 금지 의료법 조항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헌법불합치'란 것이 영구적인 조치가 아닌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므로 결국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태아의 목숨을 국가에서조차 방관할수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 작품은 태아 성감별과 남존여비의 현재 우리의 고지식한 악습을 황씨가문의 아들낳기 프로젝트를 통해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그 상황만큼은 해학적으로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작품흐름의 가장 주된 인물인 홍장군을 통해 무속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업보의 무거운 짐과 동시에 인간으로써 느낄 수밖에 아픔을 드러냄으로써 결국 낙태귀 미연이를 단지 귀신이 아닌 인간이 되길 소망하는 하나의 영혼으로 만들어 작품을 풀어내는 것이다.

작가의 글 - 선욱현
내가 아닌 내 안의 어떤 에너지가(타고난 것과 배움과 환경으로 인해) 선함과 또는 악함을 드러내다가 어느 때가 되어 결국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 그때 그것은 지금의 내가 아닌 또 어떤 에너지로 화하여? 누구는 그 길을 천국지옥이라고 하고, 누구는 환생을 한다하고, 괴테의 말대로 죽음이란 장막을 젖혀야 알 수 있는 진실이겠지만 왔다 가는 것이 결국 인생, 생멸(生滅)아닐까? 문제는 왔다가 어떻게 가느냐, 어떤 모습으로 돌아가느냐. 무얼 여기 남겨놓고 가느냐. 그 생멸의 시초요, 그 아름다운 인연이 부모자식인데, 인간, 참 무섭습니다. 부모가 제 아이를 죽이기도 하고, 아들이 부모를 죽이기도 합니다. 인간, 인생, 참 불어터진 라면입니다. 어차피 영양가 없는 이 라면을 어떻게 맛나게 먹느냐가 관건이겠죠, 인생! 생명의 에너지를 죽이는 일. 그 숱한 이야기 자체를 없애버리는 일, 살인입니다. 미안하다, 죄송합니다, 혼들이여! 그 에너지들이여! 죄를 지었는데 어찌 결과가 없을까. 우리 죄를 어찌합니까! 여기 광대들 모여 신나는 제사를 드립니다. 신들 불러 모으고 인간들 불러 모아 떠들썩하게 제사를 지냅니다.
연극은 배우예술이라, 이름도 좋은 극단 배우세상과의 인연에 감사하며, 극단과 극단 식구들의 만복을 기원합니다. 이 작품의 원작인 <고추말리기>를 탄생하게 해주신 극단 민예 정현 선생님께도 다시 한번 고개숙여 감사드리고, 그리고 <고추말리기>를 <아름다운 인연>으로 거듭나게 해주신 강영걸 연출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관객 여러분들도 이 가을 풍성한 소식 많이 들으시길 바랍니다. 아름다운 인연- 복이요,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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