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은 일제강점기 말 목포 인근의 작은 섬마을 갈매도.
평온한 시간이 흘러가던 어촌마을에 어느 날 일본 형사가 들이닥쳐
숨겨둔 군자금을 찾는다는 이유로 조상들의 묘를 파헤친다.
이 일로 마을에 화를 당할까 두려워진 마을사람들은 몸이 불편하지만
마음씨 좋은 광수를 제주(祭主)로 정해 조상의 원혼을 달래는 제사를 지낸다.
하지만 고기잡이를 떠났던 어선이 풍랑을 만나 어선이 난파해 어부들이 목숨을
잃는 등 우환이 생기자 광수를 제주로 다시 한 번 당제를 지낸다.
그러나 광수 부인이 문둥병에 걸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마을사람들은
광수에게 책임을 돌린다. 우물가에 모인 동네아낙들은 병에 걸린 광수의 아내를
다그치고, 광수의 말 못하는 딸 순이는 당 입구 오동나무 밑에서 ‘볼일’을
보려했다며 덕석몰이(멍석말이)를 하려 한다.
광수는 “내가 내 정성 다해서 올린 당제여. 원체가 복 없고 운 없는 놈잉께로
만사형통일 꺼라는 생각이야 못혔지만…이 년 미운 마음으로 나를 족쳤으면
하는 것이 이 박복한 놈의 생각이구먼”이라며 대신 덕석몰이를 당한다.
그리고 일본 형사가 군자금을 찾는다는 이유로 조상들의 모든 묘를
파헤치자고 행패를 부릴 때 형사를 죽이고 잡혀간다.

이만희 작가의 작품은 대부분 넉넉한 인심으로 사람을 감싸 안는데
이 작품은 사정없이 사람을 물어뜯어서 우리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작품 시대가 과거이고 등장인물도 지나간 시대를
살아간 사람이지만, 그 속에서 시대를 넘어서는 삶의 본질과
최소한 지녀야 할 인간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말엽 전라도의 한 어촌을 배경으로 일제의 온갖 압박 속에
궂은 일을 도맡아 하던 광수라는 인물이 마을 주민의 집단 따돌림에
희생당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작품은 해학적이고 인간미 가득하던 이 작가의 기존 작품과 다르다.
자기 잇속 때문에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는 인간 군상을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조선인과 일본인 사이에서 태어난 나카무라 형사의 입을 빌려
"조센징은 스스로 투사가 되려고 하지도 않고 투사가 나오면 따르지도 않고
그러면서 가짜 투사는 많다."고 꼬집는 실랄함이 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연극을 발표해온 이만희 작가는
“30년 전에 쓴 작품이지만 등장인물이 30여 명에 이르는 대작이어서
지금까지 빛을 보지 못했다. 인간 그 자체에 집중하며
사람 냄새 나는 글을 쓰려고 했다"고 말한다.
2009년 경기도립극단을 만나 공연된 작품이다.

작가 이만희의 작품세계
희곡을 흔히 '행동 문학' 이라 말한다. 즉 등장인물의 행위에 의해 존재하는 문학이라는 것으로 극의 인물이 어떤 특징을 보여주며, 어떤 기능을 작품 내에서 수행하고 있는지에 따라 플롯이 결정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희곡을 바탕으로 공연되는 연극은 소설과는 달리 인물에 대한 직접적 설명이나 묘사가 거의 불가능하다. 대사나 독백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그것은 인물의 내면적 심리를 나타내는 것이지 인물에 대한 직접적 설명은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연극은 모든 사건이나 상황을 무대를 통해 현재화해서 나타내고 인물의 심리를 무대 위에서 구체화, 현재화한다. 이것은 연극의 특성을 잘 활용하는 것이며 그 한계를 가장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작가 이만희는 여타 희곡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대부분 희곡들이 주동인물의 내면심리를 고백의 방식으로 드러내는 방식을 사용하지만 그는 등장인물의 내면적 심리를 단순히 독백에 의존하지 않고 무대 위에서 구체적이고 또 별개의 인물로 형상화하여 제시하며 시간의 역전을 통해 이루어지는 극적구조를 즐겨 사용하여 '지금 여기'로 구체화를 이룬다. 또 사실적이며 표현력이 뛰어난 언어, 잘 발달된 유머감각으로 언어 미학에 작가가 얼마나 주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에게 'Literary Drama'(문학적 희곡)를 쓰는 '흥행작가' 라는 이분법이 적용되기도 한다. '예술적인 것'의 조화를 꾀하는 작가 이만희, '상업적인 것' 그의 작품 대부분을 살펴보면 문학성과 연극성 사이의 거리, 혹은 괴리를 극복하고 순수와 대중, 고급과 저급, 예술성과 상업성이라는 이분법을 초월하는 단서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이 뿜어내는 언어적 힘에서 이 특성은 가장 잘 나타난다. 작가의 극적 대사가 지닌 힘은 평자들로부터 '말의 향연', '말의 축제'로까지 격상되어 고평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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