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드 복스팝의 지하 연습실.
주머니가 조금 가볍다는 것 외에는 별문제가 없는 특별한 저항 정신도
굉장한 고뇌도 아닌 순수 밴드음악에의 열정으로 뭉친 젊은 친구들이 있다.
단지 그들은 더 훌륭한 보컬을 구하기 위해 고민하고,
좀 더 좋은 리듬을 만들어내기 위해 갈등을 밎는다.
소심함으로 과거 오디션을 망쳤던 건 보컬이자. 현 세컨기타 담당,
알바 인생 병태는 우연히 자신이 일하던 라이브카페에서 빛나는 보컬
선아를 만나고 밴드는 새로운 보컬을 맞아 온전한 모습을 갖추게 된다.
밴드 복스팝의 첫 라이브의 감동도, 병태와 선아의 풋풋한 로맨스도 잠시.
이제 불과 몇 일 앞으로 다가온 하이서울 페스티벌의 오디션을 준비하던
밴드는 갑작스런 사고 앞에 위기를 맞고,
병태와 선아만은 '다만 우리의 노래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기타를 매고 오디션 장으로 향하는데...
알렉트릭 기타의 잭이 꼽히면 마지막 무대의 막이 오른다.
오늘 당신의 꿈의 엔진은 힘차게 뛰고 있는가?

창작 뮤지컬로서는 흔치 않게 스테디셀러가 된 <오디션>은 젊은 시절의 꿈과 좌절을 그린 작품이다. 제13회 한국뮤지컬 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극본상을 수상하였다.
꿈을 향해 달려가면서도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는 6명의 '복스팝' 멤버들은 우리가 거쳐 왔던 청춘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젊음은 가난해도 빛이 난다. 이상을 꿈꾸고 무모함에 도전할 수 있는 근거 없는 용기에 충만하다. 무명 록밴드인 '복스팝'은 보장 없는 미래에 불안해하면서, 꿈과 열정을 불태우며 하루하루를 아름답게 꾸며간다. 그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시절을 되돌아 보면서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 없는 것은 현실의 안락함과 불안한 꿈을 맞바꿨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아이는 꿈을 쫓아 어른이 되고, 조금씩 잊혀져 가지
우리가 떠나 온 그곳, 내 꿈의 엔진이 꺼지기 전에,
식어 버리기 전에, 이제는 만나고 싶어 다른 내일을.'
극중 곡 '내 꿈의 엔진이 꺼지기 전에'의 가사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이 뮤지컬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는 젊은 날 품었던 꿈의 따뜻한 온기다.
돌이켜보면 맹목적이었지만 순수했던 열정은 그 시기를 인생의 가장 밝은 빛으로
빛나게 한다. 한 멤버의 죽음으로 꿈을 잃는다는 내용이 다소 맥 없게 느껴지지만
사장된 꿈에 대한 애잔한 정서만큼은 확실하게 전해진다.
특히 뮤지컬 <오디션>은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는 콘서트 형식으로
연습 장면부터 마지막 오디션 장면까지 실제 콘서트를 방불케 한다.
초연부터 호흡을 맞춘 배우들의 음악적 앙상블 역시 탄탄하다.

이 뮤지컬 <오디션>은 작가이며 연출인 박용전의 실제 이야기라고 한다. 작가 개인의 경험이지만 이상하게도 한국에서 음악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바로 그 지점이 뮤지컬 <오디션>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든다. 한국이란 나라는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음악인들을 단 한번도 환영한 적이 없는 곳이다. 상품으로서의 음악만이 있었지 개인의 정서와 사상을 표현한다는 의미의 예술적 음악은 언제나 지하골방에 처박혀 신음해야 했다. 가장 멋진 밴드 중 하나라는 들국화가 언더그라운드라고 명명되는 곳이 한국이다. 뮤지션을 이야기하는 뮤지컬 <오디션>이 비극일 수 밖에 없는 것은 작가의 의도라기보다는 필연적인 리얼리즘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준비한 오디션이 있는 날, 복스팝 멤버들은 모두 떠나고 병태와 선아 만이 남는다. 병태는 무대공포증 때문에 한번도 무대에서 노래를 해본적이 없었지만 오디션에 홀로 서기로 한다. 어쿠스틱 기타 잭이 꼽힐 때의 노이즈를 신호로 그는 노래를 부른다. <오디션>의 마지막 감동은 해피 엔딩도 비극적 결말도 아니다. 신의 대리인이 내려와 갈등을 해결해주지도 않는다. 이 열린 결말은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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