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곳이 아닌 저곳을,
지금이 아닌 다른 시간을 찾아
헤매는 마술사와 소녀
그들이 사랑한 것들은 전부 어디로 갔을까.
검은 벽들의 골목길에 홀로 서있는 자동판매기.
그들은 진짜 마술을 볼 수 있을까.
이 작품은 마술쇼로부터 시작돼 마술쇼로 끝난다.
춤과 마술, 또 '기억 자동판매기'의 설정 등
만화 같은 이야기가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 작품은 화려한 도시 속의 어두운 욕망과 외로움과 고통을 그린다.
설정이 흥미롭다.
기억을 없애려 망각 약을 늘 먹는 마술사와
기억을 되찾아 자신의 과거를 알고 싶은 소녀가 동행하게 된다.
예전에 아내의 정절을 의심해 끝내 죽이고만 마술사는 세상을 떠돌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그 기억을 떨쳐버리려 한다.
과거를 기억하고자 하는 소녀는 항상 바다가 가고 싶다.
소녀는 어느 날 '기억 자동판매기'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고
좌절 끝에 환락가로 빠져든다.
이제는 소녀가 기억을 떨쳐버리려 한다.
마술사는 끝내 소녀를 죽임으로써 그녀를 바다로 이끈다.

화려한 도시의 어두운 이면, 그 안에서 상처받은 영혼들의 치유를 꿈꾼다.
시적인 언어와 몽환적 이미지로 가득한 <마술도시>는 전혀 연관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남자와 소녀가 도시를 바라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대 사회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져 가고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나날이 거대해지는데, 왜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점점 병들어 갈까?
하루가 멀다 하고 흉악한 사건이 신문을 장식하고, 연일 들려오는 개발
소식만큼, 그 반대편에서는 추악한 모습들이 매일매일 반복되고 있다.
고통이, 욕망이 돈이 되는 도시. 그리고 그것이 진짜 마술이 되어버린 도시.
너무나 이질감 느껴지는 도시이지만 사실 우리의 모습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마술도시'를 통해, 이곳에서 존재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비춰 본다.

2013.1월. 공연예술제작소 비상에서 김정근 연출로 공연됨. (제3회 요람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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