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조일도 '버리고 간 노래'

clint 2025. 8. 31. 06:32

포스터의 인물이 최병구 시인임.

 

 

정신병동의 어떤 병실. 주인공인 남자 비이환이 포승줄에 묶여 들어온다.

정신감정을 의뢰한 검찰의 조치같다.
이미 정신질환자로 치료 중인 에이환이라는 젊은 남자와 만나고

둘은 갑자기 상하의 관계로 돌변하면서 아들과 아버지처럼 친숙해진다.

아들의 부조리한 생활에 젊고 유능한, 그러나 세상물정과는 상관없이

교과서적인 생활에 익숙한 여검사가 찾아와 이들의 범죄를 심문하기 시작한다.

비이환의 유가증권 위조, 에이환의 살인.

젊은 여검사는 그들의 범죄가 정신 질환에 의해 저질러진 상황이라는

각계의 진정을 거부하며 이들의 행위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행사하려고만 한다.

검사는 에이환과 비이환의 범행당시 관계된 모든 해당자들을 불러들여

소위 증인신문을 펼친다. 그러나 그 증인들은 범죄 행위를 인정하지만

인간적 측면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서 검사를 혼란에 빠뜨린다.

그런 과정에서 에이환은 결국 금치산 선고를 받고 비이환은 영원히

치료 불능인 정신 질환자로 격리 수용된다.

결국 비이환은 법적 구속에서 풀려나지만

그가 살아온 일생이 결국 정신질환자의 행각에 지나지

않았다는 허무와 절망으로 빠져든다.

그는 이미 예고한 죽음을 무대에서 선택한다.

 

 

 

세상의 수많은 시인들이 낸 시집 가운데 시인의 실제 이미지와 딱히 부합되는 시집을 꼽으라면 랭보의 『지옥에서 보낸 한 철』과 인천의 시인 최병구(崔炳九, 1924~1981)의 『버리고 간 노래』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둘은 자신들의 운명의 모습을 그대로 시 속에, 시집 제목 속에 남겨 놓은 특이한 사람들이라고 생각된다. 열정과 고독과 광기의 주인공 최병구 시인 역시 지옥을 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결코 긴 생애를 살았다고 할 수 없는 50대의 어느 여름날, 그는 생전에 부르던 노래들을 머리맡 원고지 갈피에 버려두고 떠났다. 『버리고 간 노래』는 고단하고 한 많았던 삶을 미련 없이 훌훌 집어던진, 바로 최병구 자신을 함축하고 상징한 시집이다. 이러한 시인 최병구의 모습을 조일도 작가가 연극으로 만든 작품이고, 연극 제목 <버리고 간 노래>도 그의 시를 그대로 쓴 작품이다. 

 

 

조일도

1948년 인천 출생으로 한양대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하다가 그만두고 서울예대 연극과를 마쳤다. 197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돼 극작, 연출, 영화제작 등 본격 활동을 시작, 1980년에는 고향 인천에서 극단 ‘집현’을 창단하고 1982년 인천출신 배우 전무송 등을 끌어들여 ‘집현’의 창단극 ‘리어왕’을 직접 연출 무대에 올렸다. 연극 외에도 문화행정가로도 뛰어난 수완을 발휘한 바 있는 그는 인천문인협회 회장을 잠시 맡았고 2005년 지병으로 유명을 달리할 때까지 연극 50여 편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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