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강은경 '원더풀 초밥'

clint 2025. 8. 31. 16:32

 

 

파장 무렵의 <원더풀초밥> 오늘도 하루종일 파리만 날렸다. 
요리사 겸 주인, 신기손은 자신의 시원찮은 초밥실력에 잔뜩 풀이 죽었다. 
막 문을 닫으려는 초밥집으로 5명의 손님이 찾아든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전혀 기억이 없는 정체불명의 신비한 소녀, 떠돌이 '따라'. 
집을 뛰쳐나와 본드와 부탄가스를 흡입하며 헤매다 어디서 짱돌 맞고 
가게로 뛰어 들어온 비행청년, '고릴라이마' 
죽이는 몸매에 죽이는 얼굴을 지닌 화려한 고급콜걸, '비너스No.5'. 
매번 이<원더풀초밥>을 찾아와 구걸하는 걸인노파, '쓰레기통할매'. 
사랑에 죽고 사랑에 사는 사랑 중독자, '진순애'. 
이들은 한밤 내내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게 되고, 신기손의 초밥을 맛보면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게 된다. 
환상 속에서 이들은 그들의 잃어버린 꿈과 아득한 추억과 소중한 바램과 
냉정한 현실과 자기인식의 행복감을 맛본다. 
이들의 환상과 더불어 신기손의 초밥은 서서히 그가 열망하는 
<원더풀초밥>만의 진실한 맛을 얻는다. 
새벽, 그들만의 조촐한 파티에서 깨어나 그들은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손님들이 다 나간 텅 빈 가게. 신기손은 접시에 마지막 남은 초밥을 본다. 
주위를 둘러보고 약간은 긴장하며 초밥을 맛본다. 
그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번진다.



신예 작가 강은경과 여성연출가 오유경의 작품 <원더풀초밥>은 
초밥집에 모여든 여러 군상들을 보여준다. 
유독 초밥이 소재가 된 것은 단순하면서도 까다롭고, 섬세하면서도 
부드러운 여러 맛을 가진, 마치 우리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정성이 들어간 초밥이 소중하듯, 우리들의 삶도 소중하다. 
<원더풀초밥>에는 그런 소중한 삶을 확인하는 많은 사람들과 
맛있는 초밥이 나온다. 그들의 환상과 코믹함은 삶의 용기가 되고 마지막에는 
초밥집 주인인 신기손이 맛있는 초밥을 만드는데 성공하게 된다.



1인 다역의 연기와 불필요한 소품과 의상을 제거한 극 형식은 역동적이고 
활력 있는 진행으로 인물과 상황의 변화에 대한 관객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무대에서 흐르는 묘한 시간의 흐름을 통해 환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 작품은 2001년 혜화동 1번지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인간의 삶을 재료에 따라 달라지는 초밥에 비유한 이 작품은 

손님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하는 현실에 직면한 어느 초밥집을 배경으로 

무엇과도 비견될 수 있는 다양한 인간의 삶과 그 가치에 대해 성찰하고 있는 작품이다.

 



<원더풀초밥>이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이야기는 삶에 대한 가치다. 

연극은 ‘초밥’이라는 음식을 매개로 한 이 작품은 인간 개개인의 삶의 소중함을 

들여다보게 한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식욕’처럼, 어떻게 살까? 

무엇 때문에 사는가? ‘나’는 누구인가? 하는 본질적 질문들이 반복되는 것은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부조리한 현실과 만난다. 

점점 상품화되어가는 인간의 가치, 경쟁구도 속에서 관계망을 잃어버린 삶, 

무엇이 중요한가를 인식하지 못한 채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현실, 

연극은 그러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삶에 대해 질문한다. 

스스로를 소중히 생각하며 살아가는 삶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아주 단순한 질문조차 잃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연극 <원더풀 초밥>은 아주 근본적인 이야기를 건네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숙종 '템프파일'  (2) 2025.09.02
이여진 '토일릿 피플'  (11) 2025.09.01
조일도 '버리고 간 노래'  (4) 2025.08.31
이오 '마술 도시'  (5) 2025.08.30
최인석 '내가 잃어버린 당나귀'  (6) 2025.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