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장 폴 사르트르 '더러운 손'

clint 2025. 5. 2. 17:37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럽의 가상국가 일리리.

독일의 지배를 받고 있던 중 소련이 독일과의 전쟁에서 우위를 보이기 시작하고

소련을 환영하는 일리리의 노동당에선 내분이 일어난다.

사회주의 사상의 승리에 일조하고 싶은 부르주아 지식인 출신의 위고는

그런 내분에 휘말려 상대 정파의 보스 에드레르를 죽이라는 명을 받고

그의 비서로 파견된다. 그러나 에드레르의 현실적인 정치론과 인간적인 면모에

위고는 흔들리게 되고 결국 암살 의지를 꺾고야 만다.

그러나 자신의 아내 제시카와 에드레르의 밀회를 목격하곤 에드레르를 살해한다.

치정살인죄로 위고는 2년 동안 복역하게 되고, 출소했으나....

그동안 자신이 믿었던 정파의 노선이 에드레르와 같아 졌음을

자신이 믿었던 신념들이 정작 정치판에선 중요하지 않았음을 깨닫고

자신을 숙청하러 온 자들에게 스스로를 던진다.

 

극단 신협 국내 초연 공연사진(1951년) 당시 작품 제목이 붉은 장갑이었다.

 

 

J.P. Sartre의 <더러운 손>은 그 자신에 대한 고백록이라 불려질 만큼 그의 자서전적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그의 여러 희곡작품 중에서도 특히 <더러운손>은 목적과 수단의 문제, 공산주의와 인간적 도덕성의 갈등을 그려내고 있는데, 이러한 주제는 1947년에 그 자신이 설립한 정당인 <민주혁명 연합>의 비참한 패배, <유물론과 혁명>에 있어서의 통렬한 비평, 헝가리 사태에 대해서 표명한 의연한 반소련적 태도 등의 그의 여러 경력을 함축하고 있다. 특히 그의 지나친 사회적. 정치적 관심은 그 자신의 사상적 발전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브르조아지 신분에 대한 죄책감에서 연유된 것이라 비평가들은 분석하고 있는데, <더러운 손>의 주인공 '위고'는 그의 태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그의 자서전적인 작품이라 평한 것이다.

 

 

 

사르트르의 '더러운 손'은 표면적으로 공산주의 사상에 대한 불합리성을 냉소적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치 사상적인 색채는 단지 작품의 소재일 뿐 본질이라고는 할 수가 없겠다. 오히려 박약한 실천의지를 가진 부르주아 지식인 위고를 통해 현실 정치와 사상의 괴리와 정치적 상황의 비열함을 드러낸다고 보는 것이 옳다. 자신이 배운 사상과 현실은 얼마나 괴리를 겪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몸소 느꼈을 테니 위고의 나약함이 오히려 나약함으로 다가온다기 보다는 위고를 나약하게 만드는 정치적 상황이 더욱더 크게 느껴진다. 혹자는 위고의 선택이 무모하고 희망 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줄거리 상으로도, 이 작품의 의미로도 위고는 '재생불가'를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옳다고 생각한다. 그는 개인의 가치 철학에 대한 신념이 얼마나 가치 있는 가에 대해 분명히 알려주고 있는 캐릭터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것을 중점으로 둔다고도 볼 수 있겠다.

 

 

 


장 폴 사르트르의 《더러운 손(Les mains sales)》은 1948년 4월 2일 처음으로 파리 앙트완느 극장에서 공연 되었다. 그가 소설보다는 오히려 희곡을 통하여 활동했다는 것도 사실이며, 그의 장편소설 《자유의 길》을 제외하고는 거의가 다 희곡작품이며, 그것을 연대순으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파리떼》1943년, 《닫힌 문》1945년, 《무덤 없는 주검》1946년, 《존경할 만한 창부》 1946년, 《더러운 손》 1948년, 《악마와 신》 1951년, 《네크라소프》1956년.《더러운 손》은 우리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과제를 취급했다는 점에서 많은 관객들의 관심을 샀거니와 영화화까지 되었다.

 

 


이 《더러운 손》은 사르트르의 희곡 중에서도 가장 문제시되었던 작품으로 동구라파의 한 가상 국 일리리아의 공산주의적 정당의 내분을 둘러싸고, 또한 공산주의의 이상을 동경한 나머지 입당한 한 지식인이 공산주의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움직임에 불만을 품고 그 모순을 폭로하며, 목적과 수단의 배치 속에서 그는 이상주의에 대한 환멸을 느끼며 결국 자기의 이상에 죽어간다는 것이다. 이 희곡의 줄거리는, 우리 주위에서 너무나 많이 유사한 사건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확실히 이《더러운 손》은 사르트르의 희곡 중에서도 그가 늘 기회 있을 때마다 표현한 그의 태도, 다시 말하면 정치에 의한 인간의 기계화에 반대하는 그의 태도가 잘 표현되었을 뿐만 아니라, 소련의 공산주의적 정치와 여하한 파시즘의 정치에도 반대한다는 태도가 잘 나타나 있다. 이 《더러운 손》에서 다룬 이 문제는 비단 허구로만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현실적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전후 현재 우리들이 직면하고 있는 최대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