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모파상 구태환 번안 '비계덩어리

clint 2025. 4. 16. 18:09

 

 

인간의 탐욕과 위선은 어디까지인가!
6.25 남북전쟁이 한참인 한반도. 서울의 유력자 몇 명이 부산으로 
탈출하기 위해 이동 허가증을 손에 넣고 마차를 탔다. 
승객은 막걸리 장사로 돈을 번 이춘삼 부부, 종로에서 잡지사를 
운영하던 배부장 부부, 그리고 민주주의자 오병구와 수녀, 
젊은 여자 수향이 전부였다. 
<비계덩어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매혹적인 몸매의 이 여인은 
매끄러운 살결에 검고 아름다운 눈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탈출하는 데 정신이 쏠려 먹을 것을 준비해오지 
못했으나, 다행히 수향이 자신이 준비해 온 음식을 다른 일행에게 
기꺼이 나눠 주는 덕에 배고픔을 면할 수 있었다. 
일행은 국군 대위의 검문을 받고 대전에 잠깐 머물게 되었다. 

그런데 이 젊은 창녀에게 눈독을 들인 국군 장교는 수향에게 

잠자리를 요구하고 이를 계속적으로 거절하는 수향 때문에 

수향과 함께 하는 일행들을 부산으로 보내려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덩달아 어쩔 수 없이 붙들려 버리게 된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데…

 



사람들의 탐욕스러운 시선이 한 여자에게 쏠린다. 그들의 시선에 담겨있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의 본능인 식욕과 성욕...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과 양면성...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이 단어들의 조합은 역겨운 냄새를 풍긴다.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무시하며 우월성을 음미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욕구와 본능이 위협받는 한계상황 속에서 이기심과 추악함을 드러내게 된다. 그들은 가장 업신여기던 한 여자를 자신들의 식욕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누군가의 성욕을 해결해 자신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이용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들이 이중적인 모습.. 그리고 가장 비도덕적이고 추악한 본능인 외면. 결국 그녀는 성욕으로 치욕을 격고 식욕으로 처참한 배단을 겪게 된다. 하지만 이 희생된 여자에게는 이기심도 위선도 없는 것인가? 수향, 그녀는 소외의 두려움 때문에 위선 가득한 인물들에게 인정받으려 한다. 배고픈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권하는 모습은 한편으론, 소외되고 싶지 않은 인간본능. 무리 안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되는 것을 즐기는 다른 모습의 위선. 그리고 모두의 안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은, 인정받고자 하는 인간의 또 다른 욕심이 숨겨져 있다. 희생양이 된 한 인물 조차도 지울수 없는... 인간의 욕구에 허덕이는 모습.. 그것이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어떤 것이라면 나 자신은 어떤 이기심과 어떤 양면성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본다. 

 



기 드 모파상 (1850∼1893)
모파상은 노르망디 지방 센마리팀 현의 미로메닐에서 출생했다. 그는 12세 되던 해에 부모가 별거하는 바람에 어머니와 동생 에르베와 함께 에트르타의 별장으로 이사했다. 그 뒤 1863년에 이브트의 신학교에 입학했으나 2년만에 학교를 그만두었으며, 스스로 소설가 플로베르를 스승으로 삼아 문학에 뜻을 두었다. 모파상은 19세, 1869년에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에 합격했으며, 이듬해에는 프러시아 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다. 이윽고 22세 때 그는 해군성에 취직하면서 파리로 이주했고, 이때부터 일요일마다 플로베르를 방문하여 본격적으로 문학수업을 받았다. 플로베르를 통해 에밀 졸라 등 여러 문인들과 교제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모파상은 1876년에 발표한 시 <물가>로 비로소 재능을 인정받았으 며, 1880년에 졸라가 주재하는 문집 '메당의 저녁'에 출세작이 된 <비계덩어리>를 발표했다. 그는 안질 등 신경 계통의 병 때문에 알제리와 브루타뉴 등을 여행하는 동안에도 틈틈이 작품을 발표했다. 모파상이 결정적으로 이름을 떨치게 된 것은 장편소설 <여자의 일생>을 발표하면서 부터였다. 톨스토이는 이 작품에 대해 위고의 <레미제라블> 이래 최고의 명작이라는 찬사를 바꿨다. 그 후 모파상은 장편 <벨아미>의 성공으로 요트를 사서 이탈리아 등지를 여행했다. 그는 안질과 불면에 시달리면서도 장편 <죽음처럼 강하다> 등 히트작을 발표했으나, 때때로 갑작스런 발작을 일으켜 친구들을 놀라게 하곤 했다. 결국 그는 42세가 되던 해에 자살을 기도하여 파리의 정신병원에 수용됐고, 다음 해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번안각색의 글 - 구태환
어린 시절 기드 모파상의 <목걸이>는 나에겐 적잖은 충격을 준 단편소설입니다. 그의 작품은 읽기가 수월하고 인물과 그들이 내뱉는 언어를 통해 상황이 아주 쉽게 잘 전달됩니다. 그리고 그는 인물들을 극한의 상황으로 밀어 넣는 재주가 탁월합니다. 사실 그 극한의 상황은 스스로의 탐욕과 위선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보는 이들에게 씁쓸하고 허무한 웃음을 선사합니다. 묵직한 주제를 아주 쉽고도 날카롭게 전달하기에 많은 독자들은 그의 작품에 열광합니다. 외국작품이라고 하나 공감이 가는 보편적인 인간내면의 이야기를 우화적으로 잘 풍자하고 있기에 마치 어른들을 위한 동 화책 같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비계덩어리>란 작품도 그의 그런 작품세계를 잘 반영한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인간의 이기심과 허영이 인간의 본능 앞에서 여지없이 드러나는 것을 보여줍니다. 역시 좋은 작품은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이야기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 중 <비계덩어리>를 꼭 무대화하고 싶었습니다. 일단 인물들이 명확하고 개성 있으며, 극한 상황 속에 처한 인물들의 처지가 참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고스란히 무대화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한국 관객들에게 좀 더 친숙한 상황으로 번안하여 공연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희곡은 독자를 위해서 존재하기보다는 공연을 전제로 하기에 원작의 의도를 최대한 살리 면서 공연에 올릴 수 있는 대본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 대본으로 실제 2008년 3월 대학로 블랙박스 씨어터에서 공연하였습니다. 번안 초연이라 흡족하지는 못했지만 관객과의 교감과 주제 전달부분에서 충분히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작품은 등장인물들이 고르고 남녀 구성도 좋아 대학에서도 공연작으로 활용되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공연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겠지만 기록적인 측면에서 자료가 정확하게 책으로 남겨진다면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되기에 이렇게 출판을 결심하였습니다. 앞으로 이 작품을 계속해서 공연할 것이기에 지금 미진하게 번안된 부분은 차후 더욱 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인간본질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