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에두아르도 드 필리포 '거대한 마술'

clint 2025. 2. 22. 05:50

 

 

 

바다가 인접한 한 호텔의 야외 정원, 고상해 보이는 투숙객들이 한데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가장 큰 화두는 호텔에 방문한 유명 인사 '칼로게로'와 
그의 아내 '마르타'의 관계. 그들에 대한 소문을 나누던 투숙객들 앞에 
칼로게로와 마르타가 나타난다.
그날 저녁 투숙객을 위한 '오토'의 마술 공연이 펼쳐진다.
오토는 무언가를 사라지고 나타나게 하는 마술을 시작하며 

마르타를 무대로 초대한 마술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마르타.
당황한 칼로게로는 아내를 다시 나타나게 해달라고 요청하지만
오토는 "아내가 이 안에 있다"며 조그마한 상자만을 건넨다. 

그렇게 공연은 계속되는데....

마르타가 사라진 것은 진짜 마술인가?

이 상자속에 마르타가 그녀가 있을까?

비상식적인 상황에 처한 칼로게로.

그는 마술사에게서 받은 상자 뚜껑을 열지 못한 채

객석으로 돌아가고 현실과 환상, 진실과 허구 사이에 갈등하는데... 

 

 

 

 

20세기 이탈리아 연극계에서 배우, 극작가로 활동한

에두아르도 드 필리포의 대표작이다.

작품은 마술적 환상에 기대 살아가던 주인공이 스스로

환상 세계의 주인이 됨으로써 실존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루이지 피란델로의 계보를 잇는 이탈리아 현대 연극의 대표작가로 

이탈리아의 몰리에르라 불리는 에두아르도 드 필리포는 이 작품을 통해

실재와 거짓 환상이 뒤섞인 삶의 속성을 들여다보고

결국 삶의 본질은 개인의 신념에 따라 규정되는 것임을 깨우쳐 준다. 

코메디아 델라르테 전통을 계승한 코미디로 파리 공연의 큰 성공에 힘입어

세계 각국에 에두아르도 드 필리포의 대표작으로 소개되어 왔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진 세상,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
마술은 판단하고 구분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이용한다.
마술을 보는 인간은 눈앞에 벌어진 일의 실체를 파악하고자 노력한다. 
기존 세계의 논리로 마술을 이해하려고 하지만, 모든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다. 
그리하여 마술의 환상성은 더욱 견고해진다.
연극 <거대한 마술>은 믿음과 의심을 재료로 완성되는 마술의 속성을 
우리의 삶에서 발견해낸다. 불확실성의 세계에 살아가는 인간의 삶은 정답을 
찾으려는 투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작품은 그러한 인간의 처절한 사투와 욕망을 

전면에 드러내며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거대한 마술>은 연극의 형식에 마술이라는 요소를 결합하여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한 호텔에서 펼쳐진 마술쇼에서 비롯된 여러 이야기를 담을 뿐만 아니라

실제 마술을 선보이며 관객을 작품 속 환상의 세계로 이끈다.

 

 

 

에두아르도 드 필리포(Eduardo de Filippo)

20세기 이탈리아 연극을 대표하는 극작가, 연출가이며 네오리얼리즘이 풍미하던 이탈리아 영화의 뛰어난 배우로서 흔히 이탈리아의 몰리에르라고 불린다. 1930년 동생 남매와 함께 극단을 창단해 1945년까지 자신이 쓴 희곡들을 주로 공연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무대와 영화를 가리지 않고 연기하는 전천후 배우였으며 끊임없이 희곡 창작의 열정을 불태우는 작가이자 연출가였다. 무엇보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가슴엔 평생 비범한 배우로 활동한 그의 모습이 남아 있다. 배우로서 명성이 그의 뛰어난 작가적 역량을 넘어선 적도 있지만, 그는 작품을 통해 에두아르도가 아닌 다른 사람이 연기하기 힘들다고 생각될 자신의 분신들을 창조했다. 드 필리포는 시적 상상력이 넘치는 나폴리 방언과 표준 이탈리아어를 작품에 따라 또는 극적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이 두 언어가 한 작품에 혼합되면 희극적 기지 속에 오묘한 비극성이 녹아드는 극적 효과를 유발한다. 작가는 소품부터 거작에 이르기까지 현대 사회를 세밀하게 해부하고 수많은 인물들의 초상을 그려 냄으로써 사회적 불평등과 현실의 참담함을 집요하게 밝혀내며 이탈리아 희극의 새로운 경지를 이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