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바카라씨는 도살당하는 돼지들보다 축제에 모여드는 난장판 같은 사람들이
더 짐승같이 느껴진다고 한다. 그리고는 지나가는 어느 변호사를 두고
그가 먹을 돼지보다 훨씬 더 돼지라고 한다. 이에 젊은 선생은 반박한다.
돼지는 그저 돼지일 뿐이지만 그는 돼지이면서 동시에 변호사라고 한다.
또 계속 다른 사람들을 가리켜 그는 돼지면서 공증인이고. 또 다른 사람은 돼지면서
시계방 수리공이고, 또 다른 사람은 돼지면시 약사라고 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잘 생각해보라고 한다.
계속되는 의견 충돌에 참다못한 라바카라씨는 위협적으로
"당신들이 틀렸어! 그놈의 인간성 옹호하는 소리는 이제 집어치우시오!
나는 돼지보다 더 돼지같이 보이려고 이리 오는 저 사람들이, 인간성 어쩌고 하면서
점잖은 척하는 좀팽이들보다 차라리 더 맘에 드오!
봐요, 여기, 저기! 얼마나 악을 써대는지 안 들려요?” 한다.
젊은 선생은 굴하지 않고 반박한다. "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하지만 그게 바로
인간적이라서 그런 거예요! 마치 잔인한 고통에 의해 심하게 찢기는 듯 질러대는
비명소리들! 저 사람들은 바로 희생당하는 가엾은 짐승들의 꽥꽥거리는 소리 위에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박자를 맞춰 주고 있는 거예요.”
젊은 선생은 축제의 광경들을 지켜보며 자신의 눈앞에서 인간의 권위가
대학살을 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라바카라씨와 대적해 인간의 권위에
대해 변호하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마침내 그의 믿음은 공포에 떨며 흔들리게 된다.
그는 인간의 야수성이 승리한 추하고 끔찍스런 광경 앞에서 굴복 당해 낙담한다.
라바카라씨는 추악한 인간들의 행동들을 두고 아직도 그 인간성이란 것의 가치를
인정하냐며 소리친다. 그러나 그랬던 군중들이 십자가행렬 앞에서 계속해 헐떡거리고
신음하고 끙끙거리면서 무릎을 꿇고 앉아 주먹을 쥐고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를
울려 퍼지게 읊으며 심하게 울기도 하고 가슴을 친다.
이 모습을 보고 젊은 선생은 "아뇨, 아니에요. 보이세요? 저 사람들 울고 있어요!
울고 있어! 좀 전엔 술에 취하고 짐승 같더니만, 이젠 피 흘리는 그리스도 상 뒤에서
울고 있어! 이보다 더 비극적인 어떤 비극을 보기 바라세요?” 라며 끝을 맺는다.
'이성'을 중시하는 젊은 선생과 이에 회의적인 라바카라씨 사이의 인간성 옹호에 대한 찬반의 논쟁이 확연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라바카라씨는 도살당하는 돼지들보다 축제에 모여드는 난장판 같은 사람들이 더 짐승같이 느껴지게 된다. 젊은 선생은 축제행렬을 지켜보며 자신의 눈앞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대학살을 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간의 권위에 대해 변호하려 애쓴다. 하지만 마침내 그의 믿음은 공포에 떨며 흔들린다. 그는 인간의 야수성이 추잡하고 끔직스런 광경 앞에서 굴복 당해 낙담하고 만다. 그리고 십자가 행렬 앞에서 울부짖는 군중들의 모습에서, 신의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돼지와 인간을 구분지을 수 있게 하는 장면을 보고, 젊은 선생는 그보다 더 비극적인 광경은 없을 듯 더 이상 인간성을 계속 옹호할 수 만은 없게 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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