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신호권 '불연성 쓰레기장'

clint 2025. 1. 23. 06:40

2025 경상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심사평 / 장창호 (극작가)
시대성 · 개성 어우러져 부조리한 삶 꼬집어

예심에서 가려진 작품들은 크게 리얼리즘과 전위극 형식으로 나뉘었다. 그중에 <6월의 벌레>와 <골뱅이 슬러시> <차 한잔하시겠어요?> <불연성 쓰레기장>을 마지막까지 살펴보았다. <6월...>은 내용보다 기법에 치중하였다. <골뱅이...>는 이미지에 비해 흐름이 단조로웠다. <차 한잔...>은 구성이 그럴듯했음에도 밀도가 약했다. 
<불연성 쓰레기장>은 시대성과 개성이 아우러진 작품이다. 한 여성(현숙)의 직장생활로 인해 버려진 존재들(엄마, 전남편, 태아, 개의 성대 등)의 항변-그녀가 반추하는 마음의 소리이기도 한-을 우의적 상징으로 엮어간다. 부조리한 삶을 리얼하게 질문하는 솜씨는 신인 극작가의 탄생에 걸맞는다. 당선을 축하하며, 중요한 극작가로 성장하길 바란다. 

 



당선소감 / 신호권
20년 넘은 낡은 꿈 이뤄…앞으로도 달릴것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은 아주 오래된 꿈이었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막연하게 동경해 오던 일이니 20년이 훌쩍 넘어, 어떤 때는 낡은 꿈처럼도 느껴졌습니다. 그 낡은 꿈을 지탱해 온 것은 지금도 내가 글을 쓰고 싶다는 분명한 자각이었고, 글을 쓰는 지난한 행위를 지탱해 온 것은 그 낡은 꿈이었습니다. 이제 그 꿈을 이루게 해 주신 경상일보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버리거나 잃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때로는 자의로, 때로는 타의에 의해 하나씩 하나씩 놓아 보낸 것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가끔 생각이 나면 기분이 무거워지곤 합니다. 그런 기억은 정말 지워지지 않는 불연성 기억일 때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현숙 씨’의 쓰레기장이 어떤 모습일지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절대로 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만은 지켜주고 싶었고, 그들에게 목소리를 준 것이 오늘 여러분과 소통하게 된 이 졸고의 시작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저는 현숙 씨와 반대로, 자신을 버리지 않았던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꿈꾸고 사랑하는 것들을 버리지 않고 소중히 감싸안은 채, 더디고 뒤뚱거릴지언정 잰걸음으로 더 달려 보려고 합니다. 그렇기에 이 글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버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버려야 했던 수많은 현숙 씨들에게 바치고자 합니다. 조금 늦을지라도 품고 살아갈 수 있다고, 우리는 스스로를 더 사랑했으면 한다고. 끝으로 제 모든 글의 중간검토자이자 최종검토자인 아내 박은우, 저에게 항상 힘이 되어 주시는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 부부를 비롯한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 사랑을 담아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아울러 제 미숙한 졸고들을 기꺼이 읽어주셨던 부산 연극계의 여러 선생님들과, 10년의 교직 생활을 거치는 동안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 여러 동료 선생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약력]
-부산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현 부산 세정고등학교 교사 재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