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최인호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

clint 2025. 1. 22. 12:52

 

줄거리
소년은 둘째 아들로 태어나 형, 그리고 남동생이 있다.

아버지는 자식들의 어린시절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홀로 고생하시며

3형제를 키우신다. 어머니와 소년(둘째아들)은 목욕탕을 자주 오진 못하지만

어려운 형편 때문에 소년의 목욕비를 아끼려 여탕에 함께 들어간다.

소년은 나중에 커서 이 시절을 너무나 그리워 한다.

소년은 어느덧 커서 학생이 되고, 사춘기는 시작된다.

길에서 만난 이발소 면도하는 여자를 보고 첫눈에 반하고

그녀를 보고 싶어 이발소를 다닌다.

그녀의 무릎은 어머니와 흡사하게 편하고 포근하다.

학생은 대학생이 되고 미래의 아내가 될 여자와 사랑을 하게 되고

그녀와의 결혼 승낙때문에 집에와 가족들에게 허락을 구하게 된다.

어머니는 며느리를 너무 맘에 들어하신다.

둘째아들은 영화감독이 된다.

영화촬영 도중 어머니께 전화가 오고 치매를 암시하듯

어머니는 이런저런 말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다.

촬영이 끝나고 손자와 어머니는 봄나들이를 간다.

영화감독이 외국 촬영을 나갔을 때 어머니는 돌아가셔 임종을 지켜드리지 못한다.

 

 

 

 

사람이 태어나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은, 어느 민족을 막론하고 '어머니'라고 한다.

또, 여러 나라 말에서 '엄마'를 뜻하는 단어는 'ㅁ' 발음을 가지고 있다.

가장 편해서 발음 같지도 않은 '으음'의 'ㅁ'인 걸 생각해보면,

가장 편하고 가까이 있는 엄마에 가장 편하고 쉬운 발음을 겹쳐놓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어머니가 늘 편한 것은 아니다. 모자 또는 모녀관계가 애초에 계약치고는

터무니 없이 불공평한 것이기 때문이다. 낳아달라고 하지 않았어도

멋대로 누군가를 낳은 어머니는 자기 마음대로 주고, 보살피다가 갚을 기회

한번 제대로 주지 않고 낡은 육체만 남겨 두고서 어디론가 떠나버린다.

그래서 어머니는 편안하기보다는 슬프다. 그래서 '어머니'라는 주제는

문학에서 언제나 새롭다. 최인호 역시 소설이라기보다는 자전에 가까운 글을 통해

아직 남아 있는 채무를 변제하고자 애쓴다. 하지만, 종이 부스러기따위로 갚을 수

있는 빚이 아니란 걸 저자가 더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어머니에 대해 이처럼

말할 수 있는 재주를 가진 저자가 마냥 부러워지는 건 '종이 부스러기'로라도

갚을 능력이 없는 내가 그저 안타깝기 때문이다.우리의 시대상을 독자에게

친근한 필체로 풀어가는 작가 최인호가 어머니를 그리며 써내린 이 작품이다

곱지도 똑똑하지도 품위 있지도 않았던 어머니.

그러나 나이를 먹고 머리가 반백이 되어도 가슴이 텅 비었음을

느낄 때마다 찾게 되는 어머니. 우리 모두의 어머니도 마찬가지이다.

이 시대의 어머니들은 험난한 우리 현대사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왔다. 가족들을,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던져버렸다.

그러나 살 만큼 살게 되었다는 지금, 우리 어머니들이 겪은 고난과 아픔은

점점 잊혀지고 위로 받기는커녕 외면당하고 버림받는 경우바저 생기고 있다.

최인호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기 전,

그 수고로움이 모두 잊혀지기 전에 그 마음속에 남아 있는 어머니 상을 다시 한 번

형상화해냈다. 그리고 어머니를 영원히 마음속에 새겨두겠다고 다짐하며

'어머니, 어머니는 영원히 죽지 않습니다'라는 말로 이 절절한 사모곡을 맺는다.

 

 

 

 

 

작가의 글 - 최인호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 90년대 중반에 쓴 장막희곡으로 경쾌한 대사와 빠른 장면의 전환, 춤을 연상시키는 배우들의 동작을 통해 마치 뮤지컬을 감상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이는 작가의 의도적인 계산이었는데, 이러한 작의는 예술의 전당에서 초연된 김철리 연출에 의해서 극적으로 성공리에 형상화되어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아있다.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의 제목은 드보르 작곡의 노래 제목에서 빌려온 것으로 누구나 가지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과 인류가 살아있는 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모성에 대한 의미를 심각하지 않게 무대 위에 형상화해보려는 열정의 소산이었다.

작가인 나로서는 가슴 설레는 기대감을 금할 수가 없다. 원작자인 나로서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희화적인 장면과 캐릭터를 좀 더 대학교 때 연극에 참여해본 적도 있고, 한때 몇 편의 희곡도 써서 직접 무대 위에 올려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아직도 희곡을 떠올리면 문학청년처럼 무지개를 바라볼 때처럼 가슴이 뛴다. 따라서 언젠가는 형식과 내용에 충실한 좋은 희곡을 쓰고 싶은 것이 작가로서의 내 꿈이다. 이러한 나의 꿈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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