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신명순 '도시의 벽'

clint 2025. 1. 20. 15:21

 

 

 

송학진은 부인 윤여사와 딸 둘을 둔 이젠 일선에서 물러난 사학교수다.
평생 고지식하게 학생을 가르치고 지금은 전통문화유산을 보존하는데
앞장서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강인구라는 고아를 자식처럼 
키워 유럽으로 유학보낸 일이 있는데... 10년 전의 일이다.   
그 인구가 도시계획을 전공했고 그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해서
곧 귀국한다는 연락을 받는데, 부인 윤여사와의 대화를 들어보면
10년 전 혼기에 접어든 장녀 정혜와 3살 위인 인구가 서로 사랑하는 것을
알게 되고 서둘러 유학을 보낸 것이다. 그후, 정혜는 유력한 집안에 서둘러
시집보냈으나 결국 이혼하고 집의 2층방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다.
드디어 강인구가 귀국한다. 그는 서울 재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초청받아
낙후된 서울을 새롭게 탈바꿈시켜 현대화하려는 계획이다. 
그러므로 해외의 관광객도 유치하고, 국가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것.
그러나 여기에도 송교수와 컨셉이 전혀 안 맞는 것이다.
사학교수로 전통과 문화유산을 지키려는 그와 더럽고 추한 모습은 과감히
부수고 현대식 건물을 짓고자 하는 인구와의 대립이 그것이다.
게다가 정혜 문제도 둘 사이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
결국 한 집에서 있으며 교수와 인구는 자주 다투고, 
예전 연인사이였던 정혜와 인구도 결국 한달이 넘어서 만난다.
아직도 정혜가 좋다면 결혼하고 싶다는 인구... 약간은 대인기피증이
있는 정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간의 골이 너무 깊어진 것.
정혜는 자신의 문제로 아빠와 인구가 다투는 모습을 보고 집을 나가
무작정 걷다가 교통사로고 죽게 된다.
그리고 더 암울해진 송학진 교수의 집.
어느 날 송학진 교수는 철거 중인 고궁의 축대 밑에 깔려 죽는다.
   
  



1969년 제작극회에서 김경옥 연출로 공연한 <도시의 벽>은

늙은 교수와 젊은 건축가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을 통해

사라져가는 옛것과 도래하는 새것 사이의 대립을 묘사한 작품이다.

그 교수는 옛 문화유산을 부수는 것을 저지하다 죽었지만

마지막에 그의 강의 내용이 흘러나온다. 
"우리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이 모순은 어느 누구의 힘으로

당장 고쳐지는 건 아닐 거에요! 그렇다고 나 자신 어떤 뾰죽한

해결방안을 갖고 있지도 못하고요.

허지만 언제 어느 경우에도 중요한 건 애정이에요.

우리 도시의 주민들은 너무 오래 가난에 시달리느라 그 애정을

잃고 만 거에요. 도처에서 파생하고 있는 파괴, 음모, 저주, 시샘.

허지만 나는 믿고 있어요. 오래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우리 주민들이 지금보다 좀더 잘 먹고 잘 입고...

요컨데 풍족하게 살 수 있게 되면, 그때는 그들도

자기들이 옛날에 무심코 잃어버렸던 것들....

그것들이 진정으로 그리워질 때가 올 거라고요!

오고 말고요! 우리 인간이 다른 짐승과 다르다는 건

바로 그 때문이기도 하나까요!" 

 

신명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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