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소부의 망설임
2. 영화를 보는 연인
3. 전화를 기다리는 여인
4. 엇갈린 만남
5. 못말리는 가족
6. 두 남자
7. 손에 키스하는 두 사람
8. 식당에서 만난 우아한 부부
9 욕심쟁이들의 사랑
각 장면들은 '사랑하는 대상에게 사랑 고백을 망설이다가 결국 사랑을 잃고 마는 남자',
사랑의 표현이 없는 남자와 표현이 과다한 남자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여자',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어렵사리 보이려하지만 그때는 이미 상대가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된 연인',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려고 노력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연인',
'서로에 대한 사랑이 서로를 구속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함께 있어야만 하는 가족',
'헤어지는 순간에 떠나지도 남아 있지도 못하는 두 남자',
'처음에는 상대를 만나러 가는 것이 기쁘고 즐겁지만 점점 지치고 힘들어지는, 그러면서도 서로를 버릴 수는 없는 연인'
각가의 인물들이 사랑의 딜레마에 빠지면서 경험하는 사랑의 이중적인 모습들을 담고 있다. 연극은 사랑하는 사람과 싸우고 길 밖으로 뛰쳐나온 사람들이 자신의 사랑을 부정하며 수많은 인파 속으로 섞여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위의 독립된 장면들은, 서로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되지 못하는 인파 속에 섞인 개개인들이 각자 경험하는 사랑의 단상들로 설정되었으며, 이 장면들은 싸우고 나온 바로 그 사람, 혹은 인파 속 다른 사람의 이야기 일 수도 있다. 각 장면들이 모두 끝나면 인파에 섞여 헤매던 사람들이 도착한다. 그곳은 다름아닌 자신이 뛰쳐나왔던 바로 그곳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자신들의 사랑에 희망을 걸어보는 것으로 연극은 끝을 맺는다.
연출의 글 - 노승희
'사랑하는, 사랑하지 않는'은 인간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유지시키고 싶어하면서도 사랑을 지속시키지 못하는, 혹은 지속시킬 수 없으리라는 실존적 불안과 자기 한계에 고통받고, 그럼에도 끊임없이 그 한계를 넘어보려 애쓰지만 여전히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는 사랑에 대한 인간의 실존적 딜레마에 착안하여 출발한 작품이다. 이를 위해 인간이 사랑할 때 그로 인해 파생되는 행위들이 사랑의 관계를 유지시키는 데에 긍정적이기도 부정적이기도 한 사랑의 이중적인 속성을 그려봄으로써 사랑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실존적 딜레마를 표현하여 역설적으로 사랑에 대한 인간의 강한 갈망을 그려보고자 하였다.
연출자는 사랑의 이중성이라는 내적 정서의 세계를 표출하기 위해 현상적인 것을 설명하는 언어중심의 연극을 배제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언어 이외의 배우의 움직임과 행위를 통한 시각적 이미지 중심의 극형식을 선택하였다. 따라서 '사랑하는, 사랑하지 않는' 은 대본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에 참여한 연기자들 각자의 삶의 경험과 그에 따른 자유로운 연상과정을 근거로 만들어진 집단 창작작품으로, 무대에 올려진 공연은 연기자들이 일상에서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의 단면이다. 이러한 일상의 재료들을 연출자는 그 형상화 과정에서 단순화와 압축미의 형식을 가미하여 사랑의 이중적 속성을 표출하고자 하였다. 이에 장면들은 각각 독립된 이미지이지만, 그것들이 연결되면서 시각적 이미지를 축적하게 되고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력을 동원하도록 사랑의 관계를 단순화된 구도하에 병치시키고 있다. 따라서 연출자는 이중적인 사랑의 딜레마를 형식화시키고자 절제된 대사와 압축적이고 단순화된 움직임, 반복과 병치를 이루는 패턴화된 동작을 사용하였다. 비언어 연극을 공동창작하기 위해 수없이 시도된 즉흥극 등 작품의 밑그림을 그려내는데에 오랜동안 인내로 버텨준 연기자분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그외의 스탭 여러분들이 보여준 열과 성의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연출자가 의도하는 무대를 올릴 수 있도록 시종일관 충고와 격려로 힘을 불어넣어 주었던 극단 대표 손정우 선배의 따뜻한 사랑에 지면을 통해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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