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고객님"
팍스마트의 화장품 매장에 반품 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눈가주름방지용 화장품을 사갔는데
오히려 눈가주름이 더 늘었다는 불만을 가진 정란이다.
오후에 매장을 찾아온 정란은 갖은 꼬투리를 잡아내며 환불을 요구한다.
또 다른 손님 지은은 계속해서 상품을 교환해줄 것을 요구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웃어야 하는 판매원 희경과 승아는
고객이 어떤 요구를 해도 웃으며 들어야 한다.
정란을 현장 직원의 근무 태도를 평가하는 본사 암행어사로 짐작한
희경과 승아는 마트의 지점장 상필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상필은 당일 암행 근무평가가 없다고 한다.
다시 등장하는 정란은 승아에게 진심이 담긴 사과의 표현으로
무릎을 꿇고 빌라고 한다.
결국 승아 대신 희경이 무릎을 꿇고 사과하나 정란은 받아주지 않는다.
마트 개점 이래 최강 진상손님의 등장에
희경과 승아는 끝까지 웃을 수 있을까?
일상 속 모니터 뒤, 전화 뒤로 숨어버린 우리들의 잔인한 민낯이
만들어낸 가장 비극적인 희극이다.
<불멸의 여자>는 감정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두 여성의 하루를 그린다.
작품은 고객이 어떤 불합리한 요구를 해와도 모두 웃으며 응대해야 하는
화장품 판매사원 희경, 승아가 환불과 교환을 요구하는 손님 정란, 지은을 만나
벌어지는 상황을 통해 판매직 종사자들의 고문과도 같은 일상을 밀도 있게 다루고 있다.
극 중 인물들은 모두 서로를 이름이 아닌 지점장, 고객, 사원이라 부르며
인간 대 인간의 관계가 사라진 현대 사회의 일면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연극을 본다기보다 실제 누군가의 실랑이를 훔쳐보는 듯한
불편함과 쾌감을 동시에 얻게 된다. 특히 판매사원 희경과 손님 정란의 결말은
허를 찌르는 반전을 선사한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돌변한다.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되는 폭력은 약자가 약자에게 행하는 비뚤어진 분노로 발전한다.
잘못된 폭력이 또 다른 분노를 야기하면서 부조리한 살인 사건들이 벌어지는
사회의 단면을 그린다.
연극 ‘불멸의 여자’는 극작가 최원석의 경험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로
공연 당시 사회에 큰 화제를 일으키며 제5회 서울연극인 대상, 연출상을 수상.
작품성과 화제성을 모두 인정받은 작품이다.
최원석 작 '불멸의 여자'는 2023년 영화로도 상영되었다. (감독: 최종태)
-> 봉준호 감독이 극찬한 영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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