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최씨의 후손인 최형준이 죽어 선산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형준은 혼백이 된 아버지와 어머니, 조부모, 그 외 친척들을 만난다.
아버지는 화장(火葬)을 해 얼룩덜룩한 상복차림으로 등장하고,
나이도 늙수그레해 보이는데,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에 작고했는지
아버지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부녀자들도 마찬가지다.
할머니는 젊어 보이는데, 딸은 꼬부랑 할머니다.
형준이 혼령들과 조우하던 중 경주 최씨 가문의 선산을
남평문씨 가문에서 소유권을 주장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리고 지리학 교수인 최형준도 그런 조상들의 요청으로
교통사고사를 당해 죽은 걸 알게 된다. 40대 중반 한창 때 죽은 그는
부모, 조부모 등 선조의 위세에 눌려 이 산송(山訟)에 참전하게 된다
양 가문의 혼백들이 선산에 떼지어 등장한다.
최형준의 가세로 일방적으로 몰리는 남평 문씨.
반대로 기세를 잡은 최씨 가문.
문씨 가문에서도 소유권 증명을 위해 생존자중 법무사를 죽도록 만들어
등장시킨다. 양 가문의 혼백들의 대결이 생사람 싸움에 못지 않게,
희극적으로 흐르며 혼령들의 소유권 분쟁은 점입가경에 이른다.
어느 가문이 이길까?
<산송(山訟)>은 조상의 무덤을 두고 벌이는 경주 최씨와 남평 문씨의
다툼을 극화한 최해주작가의 작품이다.
명문 가문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선산을 두고, 두 가문 사이 벌어지는
소송과 전쟁을 담은 블랙코미디다.
200년 동안 지속된 최씨와 문씨 집안의 선산 싸움이 죽어 귀신이 되어도 싸우고 있다.
수세에 몰린 이들은 살아있는 자손을 소환해 사투를 이어가고,
결국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과거의 죽은 사람이 가문의 체면과 성공을 위해 산 사람들을 죽인다’는
무거운 내용을 해학적인 표현으로 보여준다.
현세에서 그치지 않고 내세까지 이어지는 두 가문의 지난한 다툼은
과연 누구도 알 수 없는 그 무엇을 위해,
어디까지 현실을 희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해 두 가문이 내어놓는 대답은 오늘날 유교가 가지는
의미와 위치, 그리고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제목 산송(山訟)은 묘지를 쓴 일로 생기는 송사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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