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근삼 뮤지컬 '대박'

clint 2024. 7. 15. 12:49

 

 

열림 막이 열리면 한줄기 빛과 함께 소녀가 훌라후프를 가지고 논다. 
이어 코러스들이 모두 춤을 추며 등장하고 서커스 감독이 나와 
놀부를 소개한다. 놀부 역을 맡은 배우는 준비가 안된 채 등장해 
투덜대고, 감독은 그가 놀부 역을 하도록 부추긴다.
코러스들은 놀부에 대해 분노하며 놀부 심보'를 부르고 
놀부는 자신의 존재를 과시한다.
흥부는 소와 함께 등장해 소의 움직임을 영화로 찍는 상상을 한다. 
마당쇠를 때리는 놀부의 험악한 소리에 놀라 소는 쓰러져 죽고, 
놀부는 이를 계기로 흥부가족을 내쫓는다.
흥부 가족의 방랑길이 시작 되고 감독은 나그네 되어
인생의 노래를 흥부와 주거니받거니 한다.
천막집에서 배고픔을 달래며 상상 속의 음식을 먹는 자식들. 
단속 공무원들이 들이닥쳐 무허가 주택인 흥부 집 철거를 명령하자 
흥부는 또다시 형에게 도움을 청할 결심을 한다.
흥부놀부를 만나 구걸을 해보지만 놀부에게 실컷 조롱당하고 
얻어맞은 후 내쫓긴다.
흥부는 집으로 돌아와 비몽사몽간인 아내와 아이들에게 쌀을
많이 얻어왔다고 둘러댄 후 자신의 춤과 이상을 노래한다.

 

 


흥부의 꿈. 흥부는 뱀과 싸우다가 쓰러진 어미제비의 다리를 
고쳐주고 날려보낸다. 강남갔던 제비, 박씨를 물고 돌아오고, 
흥부는 다 자란 박을 탄다. 박에서 영사기가 나와 흥부가 만든 
영화를 상영한다. 흥부는 자신이 꿈꾸던 세상에 대한 회의에 빠진다.
흥부가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에 배탈이 난 놀부 감독과 응급 요원들이 
그의 배를 가르고 심술보를 빼내었다가 놀부 처의 요청으로 다시 
집어넣는다. 놀부는 정신없이 채집망을 휘두르며 제비를 잡으러 다닌다.
007 가방을 든 허망쇠가 제비 잡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놀부에게 
사기를 친다. 드디어 제비를 잡은 놀부는 다리를 부러뜨리고 
응급치료를 한 후 날려보낸다. 감독의 신호로 박 씨가 쏟아진다.
감독이 코러스와 함께 박타령을 노래하는 가운데 
수많은 박들이 굴러온다. 박이 터지면 거지들이 나와 돈을 요구하고 
채워도 채워도 다 채워지지 않는 주머니에 놀부는 돈과 재물을 다 털린다. 
탐욕스런 놀부의 박타기는 계속되고 놀부의 악몽도 계속된다. 
마지막 박을 타자 갑자기 장엄한 장송곡이 깔리고, 
큰 관짝을 멘 사나이들이 놀부를 관속에 우겨 넣는다.
놀부 역을 맡은 배우는 관에서 나와 흥부 역을 맡은 배우에게 
역을 바꾸자고 제안하지만 흥부 역의 배우는 그럴 수 없다며 도망간다. 
두 배우는 쫓고 쫓기며 끝도 없이 무대를 돌고 돈다.

 

 

흥부전의 권선징악적 소재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이 이근삼의 대박이다.

이근삼 개작의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식 뮤지컬이 아닌 유럽의 광대예술,

즉 서커스 형식으로 관객의 감동과 즐거움을 유도하고 있어 돋보인다.

서울예술단의 2000년 신작 공연으로 독일 출신 연출가

디에트마 렌츠가 신선한 연출로 작품을 이끈다

흥부와 놀부 형제가 대박을 꿈꾸며 벌이는

질펀한 한판은 바로 우리의 자화상이다.

놀부전 특유의 해학을 잃지 않으면서도

하루아침에 한탕을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당대 예술 형식을 뼈대로 창과 음악과 춤이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돌고 도는 인생을 상징한 원형무대도 작품을 표현하기 위한 과감한 시도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한 판으로 짜여 불려진 판소리 홍보가'를 
극화하는 작업은 오랜 시일에 걸쳐 어려운 일이다. 
말의 운율과 음악의 리듬이 극적 구성과 신명나게 어우러져, 
서민들의 소박한 삶의 단면 들에 나타나는 인간의 모순을 통하여 
저절로 웃음을 자아내는 뮤지컬로 거듭나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도 힘찬 
첫 획은 이근삼 선생님에 의하여 그어졌다.
이근삼 선생님의 <놀부전>은 원전의 등장인물 흥부, 놀부에 대하여 
재해석을 내리고, 그밖의 등장인물들은 창조, 발전시켰다. 
놀부는 개미처럼 열심히 일했고, 흥부는 베짱이처럼 굴다가 재산을 
몽땅 탕진한 것인데 피란델로의 <작가를 찾는 여섯 명의 등장인물>에서와 
같이 연습장을 찾아온 놀부와 그의 하인은 2개의 인형과 널찍한 시루떡 
한 덩어리를 반쪽 내어 프롤로그인 인형극으로 일의 자초지종을 펼쳐 보인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300년 전의 놀부네 집 굿판으로 시작하여 
굳이 막과 장으로 구분되지 않는 뮤지컬 한 판이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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