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박양원 '실종기'

clint 2024. 6. 30. 13:50

 



작가가 되고픈 창욱은 오늘도 소재거리를 찾느라 
자기의 아파트 방에서 신문과 만화를 뒤적이고 있다
그럴 차에 처음보는 카메라맨이 2대의 카메라를 메고 

이곳에 불쑥 찾아온다. 카메라맨은 병태. 

그는 어느 날 공원의 으슥한 곳에서 촬영을 했다면서 

한 남녀의 밀회 사진을 보여준다. 여자는 바로 창욱이 사귀는 정숙.

그래서 바로 이들의 다음 만나는 곳을 찾아가서 절교를 선언한다.

그런 후, 두 사람은 비슷한 나이에 뭔가 통하는 것이 있어 친구가 된다.

병태는 창욱에게 요청해 그 아파트에서 당분간 기거하게 된다.

그리고 이조백자를 선물로 주는데... 이 백자는 최근 도난되어

신문에도 난 현상금이 크게 붙은 그것과 유사하다. 

별 직업이 없이 시골에서 보내오는 생활비로 살아가는 창욱은 

혼자 지내는 동안 내면의 자아인 창욱2와 대립하는데, 

창욱2는 선량하게 살아가는 창욱을 적당히 못된 짓으로 

유도하며 그래야 현재보다 더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다고 꾄다.
시골에서 돈을 가지고 올라온 처녀 오민이 왔을 때도 

창욱1과 2는 오민과 같이 자라, 안된다며 다툰다. 

그리고 이 아파트가 비었을 때 관리인이 밀린 관리비를 받으러 

왔다가 백자를 보고 신문에 난 도난당한 백자로 여겨 

창욱과 단판을 짓는다. 입다무는 조건으로 시골서 보내온 돈 2백을 

전부 빼앗기다시피 관리인에게 준다. 

병태를 보호하려는 심사에 자신이 대신 피해를 본 것. 

이 일로 창욱1, 2는 또 싸운다. 

차츰 창욱2에 밀려 조금씩 악해지는 창욱1. 

어느 날 병태가 돌아오자 둘은 격전을 벌인다.     

 



극단 산하 <실종기> 기간 : 1971.4.7~11 국립극장 
작가 : 박양원 연출: 차범석 


박양원의 작품인 <실종기>는 작가 지망의 창욱이라는 청년이 사랑도 잃고, 돈도 잃고, 생존의 의미조차 상실해버린 상태에서 잘린 꼬리를 찾는 개처럼 무언지 찾아 헤매다가 아무것도 찾지 못한 채 자멸과 자학으로 치닫고 알쏭달쏭한 친구 병태의 목을 조른다는 이야기다. 스스로가 만들어놓은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자기를 잃어버리게 된 축소된 한 인간의 작은 몸짓을 몸부림으로 바꾸어 보려는 슬픔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겉도는 이야기가 주제의 명확성을 흐려놓았고 이 정상적인 사회에 사는 비정상적인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비정상적인 사회에서 비정상적으로 사는 인간을 낳고만 것 같다. 무대를 빽빽할 정도로 채운 얼기설기 헝클어진 커다란 건물의 표현은 거대한 문명사회를 상징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 같은데 연극에 겉도는 이야기와 유리된 낯선 느낌으로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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