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사무엘 아담슨 '와이프'

clint 2024. 5. 6. 12:39




연극 와이프는 여성의 권리신장과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으로 1959년, 1988년, 2023년, 2046년의 시점에서 다른 시대의 다른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네 이야기가 조금씩은 연결되어 있다. 네 가지의 사랑 안에는 여자와 여자의 사랑, 남자와 남자의 사랑이 있고 그중에는 이미 이성과 결혼은 했지만 동성을 사랑하는 사이도 있다. 헨리크 입센의 연극 '인형의 집'이 끝나는 시점에서 시작하여 1959년부터 2046년까지 4개의 시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여성과 퀴어로서의 삶을 집중력 있게 다룬다. 영국 극작가 사무엘 아담슨이 쓴 이 극은 제56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 신인연기상 3관왕과 제56회 백상예술대상 남자 최우수 연기상 수상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인정받은 화제의 작품이다.

1막

 


1막 : 1959s 수잔나와 데이지
1959년 영국의 한 극장에서 펼쳐진 연극 ‘인형의 집’ 공연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연극의 마지막 장에서 노라는 마침내 자유를 찾아 집을 떠나지만, 

노라를 연기한 배우 수잔나가 대기실로 들어왔을 때 

그녀를 찾아온 손님은 부부강간으로 원치 않은 아이를 임신한 여성 데이지다. 

사실 수잔나와 데이지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그러나 당시 남성들 간의 사랑은 

범죄로 규정됐고, 여성들 간의 사랑은 그 존재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다. 

 

2막 1988s 에릭과 아이바
펍에 마주 앉은 에릭과 데이지의 아들 아이바, 두 사람은 공공장소에서 

위험하고 노골적인 유희를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저기의 조롱과 주의에
아이바가 게이라는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차별을 당하는 것에 분노한다.

 

2막


3막 2019s 남자(아이바)와 카스.
에릭의 딸 클레어가 중년이 된 아이바를 찾아온다. 

클레어와 약혼자 핀은 연극에 투자하기 위해서 라고 만난 것이다. 

그러던 중 클레어가 아이바에게 죽은 자신의 아버지 에릭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아이바는 처음엔 전혀 모른다고 한다. 

그러다가... 연인이었던 과거를 얘기한다.

 

4막 2046s 수잔나와 데이지
공연을 마친 수잔나에게 그녀의 팬인 클레어의 딸, 데이지가 찾아온다. 

데이지는 자신의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탬버린'을 수잔나에게 선물한다. 

배우 수잔나는 1959년에 같은 작품 ‘인형의 집’을 공연한 배우가 

자신과 동명이인인 수잔나임을 들었다고 한다

 

3막



긴 세월에 걸쳐 여러 세대의 이야기를 전하는 만큼, 이 작품이 그려내는 인간상도 입체적이다. 레즈비언을 인정하지 않는 1959년에 뼈아프게 울며 괴로워했던 데이지는 나이가 들어 이민자를 배척하는 극우 정당 지지자가 되어 있고, 젊은 시절 사회의 차별에 온 몸으로 맞서 싸웠던 아이바 역시 어느새 ‘분노하지 않는 꼰대’가 되어 있다. 모순적인 변화지만, 많은 이들이 밟는 수순이기도 하다. 극은 그렇게 투쟁에 시큰둥해진 아이바가 ‘새롭게 싸울 전장’을 발견하는 모습을 통해 희망을 건넨다. 이 작품이 ‘연극’을 바라보는 시선도 흥미롭다. ‘인형의 집’이 시대별로 다양한 형태로 극중극으로 공연되고, 2019년에는 코로나19 사태를 반영한 듯 마스크를 쓴 스텝들이 ‘젠더 프리’로 공연을 올리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이건 연극일 뿐이야. 아무것도 못 바꿔”라고 자조하는 배우들의 대사나 열 명 남짓한 관객들을 보며 연극의 종말을 점치는 2042년 연극인의 모습은 실제 그 배우 자신의 목소리로서, 또 함께 공연을 준비한 창작자들의 생생한 고민이 담긴 목소리로서 다가온다.

4막



작가의 글 - 사무엘 아담슨
공연계가 covid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2019년 처음 와이프가 공연되었던 영국은 모든 공연장이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적어도 2020년 또한 그러겠죠. 그래서 한국에서 제 연극이 제작되고 공연된다는 소식 에 너무나 기쁘고 겸허한 마음이 듭니다. 염치없지만, 저는 연극에 대해 감성적이고, 여러 면에서 와이프는 연극 그 자체에 대한 연극입니다. 연극이 가진 회복성에 대하여, 연극이 가진 현대 사회의 중대한 사회문제와의 끊임없는 관련성에 대하여, 가장자리에 서있는 사람들의 안식처로서의 연극의 중요성에 대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연극이 죽어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연극은 절대 죽지 않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조차 절대 죽일 수 없습니다. 연극은 새로운 방법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우리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가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걸어 나오도록 묻습니다. 제 작품 안의 인물들이 발견했듯이, 연극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활기를 주며, 우리가 누구인지 완전한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연극이여 영원하라! 연극 와이프를 보러오신 관객 여러분, 환영합니다. 저도 그곳에 있을 수 있다면 좋겠네요, 모두 즐거운 시간 되길 바랍니다.

 

Samuel Adam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