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초, 제2차 대전에서 열세에 몰리던 일본은
본토방어를 위해 만주 관동군 주력부대를 본국으로 보내고
조선 청년들을 강제 징병한다.
훈련도 무기도 없이 전장에 내몰린 축생년 20살 청년들 -
이철규, 김병현, 윤학구, 민병주, 신용석은 만주에 도착하자마자
강력한 소련의 공격에 맥없이 항복하고,
연이은 일본의 종전선언으로 시베리아의 포로수용소에 억류된다.
혹한과 기아, 중노동, 차별대우에 지치고 불안한 조선청년들은
서로 간에 크고 작은 갈등을 일으킨다.
억류 2년 만에 일본군 포로는 본국으로 송환되고
정부가 수립되지 않아 송환에서 배제되자,
조선인들의 절망은 더욱 깊어진다.
3년 반이 지나서야 귀국하게 되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건 빨갱이라는 올가미 뿐.
시베리아에서 지옥의 시간을 버틴 을축생 청년들 앞에
이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까?
일제강점기 강제 징병 문제를 해방 직전 끌려간 조선인 관동군을 중심으로 풀어낸다. 혼란과 격동의 시간을 견딘 조선인 청년들의 선택과 행로를 살펴보며 ‘국가, 경계,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일제강점, 해방 후 혼란, 한국동란, 미소냉전, 남북대치 시대에 모든 것을 빼앗긴 을축생 20살 청년들... 힘없는 조국이 싫어서, 대접받고 싶어서, 소작농 아들이라서 각자의 사연을 안고 떠난, 영웅도 무엇도 아닌, 그저 보통 청년들. 시베리아 삭풍을 견디고 돌아왔지만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힌 기어이 살아내어 찬란한 청춘들 하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묻는다.
경계란 무엇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그리고 시간이란 무엇인가? 그래서 부탁한다. 우리를, 을축생 20살 청년을 기억해 줘.
시베리아에 강제 억류되었다가 귀환한 생존자 고 이규철씨의 시베리아 포로생활과 귀국과정을 기록한 ‘시베리아 한의 노래’를 펼쳐 놓은 듯해 보이고 극중인물 이철규을 비롯해 마지막 생존자 6명의 이야기를 현재 시점에서 1945년 조선 청년들이 일본군이 되어 만주 관동군 이야기부터 시베리아 수용소, 한국전쟁, 전재민수용소와 시베리아 포로수용소 당시 일본군으로 함께 참전한 마사키 겐지의 아들이 보내온 편지까지를 담아내고 있다. 아들을 통해 마사키 겐지는 시베리아 포로수용소에서 일본군으로 함께 보낸 조선인 청년들을 향해 화해와 용서를 보내고 있다. 시계방을 운영하며 일본에서 살아가던 마사키는 일본 정부로부터 보상과 화해를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조선인 청년들을 그리워하며 재산 5만 엔을 위로금으로 전달한다는 유언까지 읽으면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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