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국군과 인민군의 교전이 한창인 때, 사람들이 사는 곳과 떨어져 한센병을 앓는 오빠와 숲속에서 사는 소녀가 있다. 한센 병을 앓던 아버지는 죽었고 엄마는 오래전에 떠났다. 소녀는 엄마를 간절히 그리워하며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내려가고 싶어 한다. 소녀는 학살로 숨진 사람들이 가득한 골짜기에서 전도사에게 발견되다. 산 아래로 내려가 전도사 부부와 가족처럼 살아간다. 소녀는 마을에 편입되고자 애쓰며 전도사 부인을 ‘친엄마’로 생각하고 집착한다. 그러나 아기를 낳은 전도사 부인을 소녀를 점점 멀리한다. 어느 날, 소녀의 진짜 친엄마(빨치산)가 찾아와 소녀를 데려가려고 하지만 소녀는 친엄마의 존재를 부정하며 전도사 부인을 친엄마라 생각하고 따라가지 않는다. 그날 밤, 인민군의 고역으로 국군 사상자가 발생하고 마을 사람들은 군과 경찰이 자신들을 의심해 골짜기로 끌고 갈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한다. 전날 밤에 빨치산(친엄마)이 소녀를 찾아간 걸 알게 된 사람들은 소녀를 국군에게 끌고 가 희생양을 삼으려고 한다. 하지만 소녀의 오빠가 나타나 소녀는 빨치산이 아니라 한센병에 걸린 가족 때문에 산에서 숨어 살고 있었다고 밝힌다. 소녀는 예전 잔치 자리에서 소원 하나를 꼭 들어주겠다는 국군 대장의 약속을 상기시키며 전도사 부부와 서울로 떠나게 해 달라고 한다. 대신 자신을 찾아왔던 친엄마가 일러준 빨치산 근거지를 알려준다. 소녀가 빨치산의 딸에 문둥이 가족이라는 걸 알고 전도사 부부는 자신들만 서울로 떠나려고 하고, 소녀는 새로 태어난 아기 때문에 전도사 부부가 자신을 버린다고 생각해 자신을 데려가게 할 계획을 품고…. 그 시간, 군인들은 양민들의 머리에 멸치 포대를 씌우고 골짜기로 데려가 사살한다. 소녀는 골짜기를 헤매며 죽은 아기들의 시신을 거둔다. 더 이상 엄마는 필요 없으며, 자신이 엄마가 되어 아기들을 안아 주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학살의 주범을 외부에서 들어온 재앙덩어리, 소녀로 지목하고 소녀에게 희생양으로 삼는다. 소녀는 산속에서 엄마 같은 존재가 되어줬던 고목에 묶여 눈을 감고, 오빠는 추위에 얼어붙은 소녀의 시신을 지킨다. 엄마 나무의 품에 매달려 자신도 나무가 되고 싶다던,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자신에게도 싹이 나고 꽃이 필 테니 봄이 올 때까지 자신을 지켜달라던 소원을 지켜주기 위해서.
2021년 제13회 통영연극예술축제 희곡상 ‘수상작품이다.
달과 골짜기는 양민 학살이 자행되던 한국전쟁의 비극을 다룬 작품으로, 한센병 환자를 가족으로 둔 소녀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한 소녀의 비극을 통해 전쟁과 학살로 파괴됐던 엄마라는 생명의 세계, 나아가 회복할 생명의 세계를 그렸다.
1950년 여름 보도연맹과 부역자 등으로 몰려 1000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통영양민학살사건’을 소재로 한다. 대립하는 이념의 속에서 그저 자신을 안아주는 엄마를 찾았던 순수한 12살 소녀를 통해 한국 전쟁의 비극적 역사를 비춘다.
심사평
모든 작품을 읽고 최종 선정 회의에서 각자의 추천작을 제시하여 중복 추천된 작품 중심으로 결정 회의를 하였습니다. 최종당선작은 세 사람 모두에게서 추천을 받은 <달과 골짜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일상어로 쉽게 쓴 작품들이 대세인 요즘, 이 작품은 첫 페이지부터 문학적인 대사들이 인상적입니다. 작가가 책상 위에서 한 줄의 대사를 찾기 위해 고심했음이 느껴집니다. 또한 드라마 전체적으로도 한국 전쟁 당시 학살당한 이들의 아픔을 대사로 설명하는 게 아닌 인물 배치와 사건 구성으로 풀어내며 몰입도와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소녀와 변영훈이란 인물도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공연 또한 기대되는 작품으로 세 사람 모두 이견 없이 당선작으로 추천하였습니다.
(심사위원 : 극작가 선욱현 이사장, 극단 객석과무대 문종근 대표, 대전문화재단 이정만 본부장.
수상소감 - 박지선 작가
“한국전쟁 양민 학살을 다룬 기사를 읽던 중,
그때 아이였지만 지금은 백발이 된 여성의 인터뷰를 접하게 됐다.
당시 남북 이념 대립이 분노의 대상이었다면,
한센병 환자는 혐오의 대상이었다.
전쟁으로 파괴된 세계를 회복하고 싶었다.
진득하게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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