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막 <잠수의 땅>은 칠순 다된 순실이라는 잠수(해녀)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통해서 우리의 근대사를 재조명해 보고
산업사회로 치닫는 와중에서의 인간의 양상을 표상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89년 포항에서 열린 제7회 시국연극제에
제주대표 극단 이어도가 공연하여 주목받은 바있다.
이 작품은 3대에 걸친 가족이야기를 리얼하게 엮은 작품이다.
즉, 순실이라는 물질솜씨에 뛰어난 노파가 국내는 물론,
중국 등지로 나가 작업을 하다 중국 청도서 만삭인 몸을 풀고
만수를 해산하다 죽은 해녀 친구가 사준 신발을 가슴에 풀고 돌아온다.
설상가상으로 순실 남편도 4.3사건으로 실종되고,
우여곡절 끝에 결국 혼자 몸으로 백수네 가족을 맡아 기르게 된다.
세월은 흐르고 친어머니로 수십년 가계를 이끈 순실은 아직도 물질을 한다.
그러나 개발바람이 마을에 불어 닥치면서 온 동리가 들뜨게 된다.
백수는 부친의 묘가 있는 밭을 팔 셈으로 묘의 이장을 서두르게 되나
순실은 한사코 반대하게 되고....
결국 그 묘가 허묘인 것을 알게 되면서 순실의 과거가 드러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순실 가족의 비극을 통해 오늘날 거리낌 없이 땅을 투기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현실에 땅은 곧 탯줄이고 가족관계를 유지시키는 기본적 조건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결국 모진 역경과 절망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굳건한 신념과 땅을 지키려는 불굴의 여인상, 그리고 가문을 지켜 나가는 의지가 점철된 강인한 제주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의 배경엔 4. 3사건이 깔려 있어 극적 상승을 돕고 있다.
3면의 바다로 둘러 쌓인 한반도는 일찍이 바다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특히 제주도는 척박한 토질로 인하여 필연적으로 바다를 경작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로 인하여 잠녀의 역할은 가정경제나 역사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을 수 없다. 제주 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 동해, 서해, 남해안은 물론 일본이나 중국 청도까지 바깥물질을 나가게 되었으며 이들의 억척스럽고 강인한 생활력은 오늘날의 풍요로운 제주를 건설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천혜의 절경으로 말미암아 국제관광 도시로 변모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 바람은 어촌에까지 미치고 있는데 여기에 바다를 떠나는 잠수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의 원인을 잠수들이 애환을 통해 살펴보고 황폐화 되어가고 있는 인간성을 바다와 땅, 혈육의 의미를 통해서 정화시켜 건강하고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데 작가의 의도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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