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베트남 공산화후 1년 남짓한 76년 7월경이며,
'킴손 재교육소용소'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등장인물은, 전시 실전경험이 없는 사이공 의대 출신의 정부군 군의관 출신의
훙하오와 정부군 사병출신의 호앙반, 그리고 칭마이.
칭마이는 전시 교사와 매춘부라는 이중적 직업을 가졌던 베트남 여인으로
한국군인 양국한과의 비정상적 사랑을 간직하고 있으며
이 작품의 Plot을 풀어나가는 중요한 모티브인 다이아반지의 소지자이다.
군의관인 훙하오, 시체의 살을 뜯어먹어본 적이 있는 호앙반,
한국군 양국한과 사랑에 빠졌던 칭마이,
이들은 월남전이 끝난 후, 킴손 재교육수용소에 갇힌다.
그들의 간절한 바람은 어떻게 하면 살아남느냐 하는 것이다.
칭바이는 사랑했던 양국을 환영 속에서 만난다. 이 부분은 상당히 무대적이다.
칭마이는 양국한을 보지만 훙하오는 양국한의 등장을 알아채지 못한다.
연극이어서 가능한 수법이라고 하겠다.
수용소에서 어떻게 하면 살아남느냐에 대한 물음은 탈주라는 답밖에 없다
3명의 월남 사람은 수용소 탈주를 시도하려 하고,
그 방법으로 칭마이가 몸속에 가지고 있는 다이아몬드를 미끼로 하려고 한다.
그들은 수용소의 간수들과 뇌물을 주고 달아날 약조를 하지만
간수들의 폭력에 의해 죽고 만다.
사람들은 죽고 법적인 서류는 완벽하게 갖추어지고,
재물은 폭력을 가진 자들의 몫이 됐다.
그 전쟁에 참여하여 현지 여성을 농락했던
한국군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것이 전쟁이고 폭력의 현장이다.
정창호의 〈해상 아우슈비츠〉는 월남전을 배경으로 하여 폭력을 소유한 자들의 비정상적인 폭력 사용을 폭로하고 있다.
전쟁 중의 사랑이란 인간의 진정한 가치와 존엄을 내포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와 반대로 어쩌면 강자들이 즐기는 육체적 놀이를 달콤한 말로 치장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느낌은 이 작품을 보거나 읽고 나서, 감정의 저 밑바닥으로부터 치솟아 오르는 어쩔 수 없는 분노이기도 하다. 훙하오와 호앙반, 칭마이는 전형성을 띤 인물들은 아니다. 공산치하 일부 베트남인을 상징하고는 있지만 장면의 교체에 따라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가변적 성격을 보여준다. 이에 비해, 간수와 양국한은 전형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해상 아우슈비츠>를 이해하는데 생기는 난점은 우리들이 익숙한 사실주의 극에서 볼 수 없었던 시간과 공간의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공간의 자유로운 교체는 극적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극중 인물이 연극 중에 인물 자신을 관객에게 소개하거나 극의 진행 방향, 현재 상황 등을 설명하는 내레이션의 사용은 서사극적 수법으로, 보여주는 이에 의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이에게 미완의 해결점을 찾게 하거나 그것에 상응하는 사고의 장을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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