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천정완 '모두 안녕하십니까'

clint 2023. 12. 10. 13:40

 

 

무언가 불안에 휩싸여 있는 한 남자의 집에는 엄청난 비밀을 갖고 있는 박달웅이 산다. 
가족과도 소통하지 못하고 누군가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정년퇴임 직전의 가장 박부장.
그런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의 돈만 차지하고 싶은 그의 아내. 인기척 소리가 나며 한 여인이 들어오는데 
놀란 박달웅은 급히 총을 겨누며 암호를 대라고 한다. 
귀찮은 듯 암호를 대는 그녀는 박달웅의 부인 이미자이다.
박달웅은 자꾸 끊는 전화가 걸려온다며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고 말 거라는 불안감을 아내에게 설명하지만 
아내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그 무관심이 박달웅을더욱 깊은 불안에 휩싸이게 한다.
열심히 살았지만 세상은 자신들에게 행복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두 택시기사. 이들이 택시 안에서 우연히 현금을 가득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박부장의 이야기에 솔깃한 박기사는 
동료인 조기사와 조심스럽게 돈을 훔칠 계획을 세우고, 
박부장의 아내 또한 남편의 돈을 차지하고 싶어 흥신소 박을 통해 

남편의 돈을 훔칠 계획을 세우는데…
과연 이들은 생각대로 돈을 훔쳐 각자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모두 안녕하십니까?”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우리시대의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소통의 부재로 인해 외톨이가 되어가는 남자들의 이야기이다.
현대사회의 모든 것의 갈등은 소통의 부재부터 출발한다. 소통의 매개체는 포화상태인데 
우리는 부모와 자식, 남편과 부인, 상사와 부하, 직장동료 등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 
소통의 부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서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까지 몰아간다.
삭막한 주변 환경 속에서 오늘 이 작품을 통해 소통의 메시지를 남긴다.
이 시대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 “안녕하십니까?”

 



정년퇴임이 가까워지면서 직장상사와도 가족과도 소통이 상실된 우리시대의 아버지 만년 박부장은 망상 속에 사로잡혀 소통되지 못하는 현실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도심 속 막장인생,
두 택시운전사는 상실된 가족관계와 가난의 현실에서 좌절하며 도둑질을 준비한다. 이렇게 한 남자와 두 남자는 서로 다른 어설픈 현실에서의 탈출을 꿈꾼다.
현실 반영적 세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이 작품은 우리사회의 쓸쓸한 어두운 단면들을 잔잔하면서 유쾌하게 그리고 오늘을 살아 가는 현대인들의 슬픈 자화상을 대변한다.
21세기는 핸드폰, 스마트폰, 인터넷,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메신저 등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많고 다양한 소통의 방법들 속에서 우리의 여전히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미리 짐작하고,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이 작품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청각뿐 아니라 시각까지도 소통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희극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소통장애는 돈을 가진 자는 가진 자 대로 못 가진 자는 못 가진 자대로 불만이 되어 사건을 만들고,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바로 소통장애는 우리의 슬픈 현주소이다. <모두 안녕하십니까>는 “불만”을 주제로 한다. 가진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저마다 불만을 갖고 살고 있다는 얘기다.

 

 

작가의 글 천정완

저보다 형인 배우와 곱창집에서 걱정을 안주삼아 술을 마셨습니다. 술자리가 무르익고 걱정들이 조금씩 커질 때 마다 술이 달았습니다. 우리는 취했고 빗발치는 가로등 밑에서 서로의 뺨을 치며 말했습니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더 해보자. 저는 그 뺨이 아직 얼얼합니다. 생각해보면 걱정은 누군가에게 물려받은 것입니다. 살아야 한다는 것이 저 혼자가 아닌 여러 가지 책임이라는 것이 제일 큰 걱정입니다. 그것이 물질적인 풍요일 수도 혹은 제 마음가짐일 수도 있지만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을 보면 현실은 분명히 제게 벽인가 봅니다. 주먹에 피가 나도록 벽을 쳐도 벽은 단단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제게 높기만 했던 이번에 벽이 조금 낮아졌습니다. 아직 저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모르지만 벽이 조금 낮아졌다는 생각만으로도 많은 용기가 생깁니다. 조금 더 불효자가 될 수 있는 용기, 벽을 더 세게 칠 수 있는 용기. 지금은 손이 아프지만 언젠가 굳은살이 생길 것이라고 자위할 수 있는 용기이런 용기를 준 심사위원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저와 늘 함께 고민하는 극단 독에 감사드립니다. 늘 지켜봐 주시는 가족과 제가 희곡이라는 것을 쓸 수 있게 지도해주신 연극원 극작과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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