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우영 '줄'

clint 2023. 9. 21. 11:39

 

“안 그래도 추워서 얼어 죽을 것 같은데 새치기하지 마세요!”
대형 쇼핑몰 앞. 이영과 세준의 새치기 소동으로 극은 시작한다.
고객의 오픈런을 위해 줄서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는 사이 어느새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여기에 이영과 세준에게 줄서기를 의뢰한 고객 사현과 오윤이 등장하며 

어느새 한 편의 연극 무대로 탈바꿈한다.
그러다가 첫번째로 온 텐트에서 계속 핸드폰 벨이 울린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사람이 움직이지 않자 난리가 난다.
‘회사는 줄 서는 곳이 아니다. 삶은 줄 서는 것 그 자체다’의 논쟁 속에서도 
차디찬 얼음 바닥 위에서 12시간 줄을 서고 12만원을 손에 쥐는 이영과 세준의 삶을 생각한다. 첫 번째로 대신 줄을 선 사람의 비극적 결말 앞에 결국 ‘줄’은 줄을 세우게 한 고객과 줄을 서는 사람의 가치는 다른지를 묻는다.

 

 

작가의 글 - 김우영

줄을 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 본인을 위해서 건, 타인을 위해서 건 줄서는 데에는 목적이 있다. 줄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새치기를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묵묵히 자신의 차례가 올 때까지 그 시간을 견디는 사람이 있다. 줄을 서기 위해 새벽에 텐트를 가지고 나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대신 줄 서줄 이를 고용하는 사람이 있다. 한국 사회는 태어났을 때부터 경쟁이 시작된다. 많은 사람이 순서와 번호에 집착한다. 그런 집착하는 모습은 우리가 줄 서 있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여태 많은 줄을 섰을 것이고 앞으로도 서게 될 것이다. 이 줄은 단순히 뭔가를 사기 위해서가 아닌 인간관계에 얽혀 있는 줄이 될 수 있다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위해 줄 서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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