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최인석 '사상 최대의 패션쇼'

clint 2023. 6. 13. 14:05

 

이 작품은 네 개의 그릇이야기의 틀에 담겨 있다. 첫째 그릇은 공연 자체이다. 둘째 그릇은 교도소의 감방에서 수인들이 벌이는 연극이라는 그릇이다. 셋째 그릇은 그 연극의 내용 가운데에 나타나는 나이트클럽의 쇼라는 그릇이다. 넷째 그릇은 그 가운데에서 전개되는 삼국유사의 <水路夫人>이야기다.. 4가지의 이야기들의 내용과 인물들이 서로 넘나들고 겹쳐 들면서 전체 연극이 진행된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공연이 시작되려는 때에 동숭동 바닥의 유명한 건달 지네가 극장 무대까지 쳐들어와 훼방을 한다. 공연 관계자는 지네를 배우로 기용, 겨우 소동을 잠재우고 공연을 시작한다. 무대는 교도소의 한 감방이다. 그 감방에서 두 사람. 아니 지네까지 포함하여 세 사람의 수인이 연극을 해보기로 의기투합 연극을 시작한다. 연극은 나이트클럽의 쇼라는 형식을 갖추고 있는데, 이 쇼 가운데에 <수로부인>이야기가 삽입된다.

황제폐하의 잔치에 숨이 벌어지자 거북이 장군과 두꺼비 장군은 술을 도적질하기 위해 마을로 들어간다. 마을의 건달 지네는 이들의 앞잡이가 되어 약탈행위를 도와준다. 이들의 약탈행위에 분노한 수로부인과 백성들이 난을 일으킨다. 거북이 장군과 두꺼비 장군은 이들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다. 그런데 거북이 장군과 두꺼비 장군 앞에 망령들이 나타나고 이 망령들은 거북이를 황제로 만들어주겠다고 선언한다. 거북이 장군은 새로운 난을 일으켜 황제를 죽이고 황제의 자리를 차지한다. 덕분에 건달 지네 역시 상장군의 지위에 오른다수로부인의 난을 진압하는 전투에서 지네는 수로부인을 만나고, 수로부인의 꿈과 사랑에 취하여 상장군의 자리를 버리고 수로부인의 진영에 가담한다. 그러나, 백성들은 지네가 황제의 앞잡이었다는 것 때문에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 그를 추방한다.

절망적인 상황에 빠진 수로부인에게 황소가 나타나 철쭉꽃을 꺾어주고 헌화가를 부르며 힘을 준다. 수로부인과 백성들은 전의를 새로이 하여 출전한다. 그러나 난을 진압되고 수로부인은 황제의 군사들에게 사로잡힌다. 그녀에게는 징역 1천년이 선고된다. 또한 난에 가담했던 백성들은 무수히 처형된다. 살아남은 황소와 지네, 백성들이 저항하지만 전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다. 그 사이에 망령들의 유혹을 받은 두꺼비 장군이 새로운 난을 일으켜 황제를 죽이고 새로운 황제가 된다. 이런 황제 갈아치우기가 힘을 가진 자들에 의해 여러 번 반복되었다는 것에의 암시이다.

1천 년의 징역살이를 하고 나온 수로부인은 그전 세상과는 딴판이다. 백성들은 이미 수로부인을 잊은 지 오래요 쾌락에 젖어 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지네와 황소는 수로부인을 기억하고 있다. 그들은 수로부인과 더불어 새로운 저항을 시도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눈에 그들의 저항은 우스운 짓. 미친 짓으로 여겨질 뿐이다. 나이트클럽의 사회자가 공연이 끝났음을 알리는 인사를 하는데, 그 자리에 수로부인이 등장한다. 사회자는 이 미친 여자를 쫓아내라고 소함친다.

공연이 끝나면 다시 교도소 감방이다. 수인들 허탈감에 잠겨 있는데 부인이 등장한다. 수인들과 같이 헌화가를 부르며 막이 내린다.

 

 

원래 희곡작가로 알려진 최인석이 오랜만에 내놓은 희곡이다. 79년 데뷔한 유망 극작가였던 그는 86년 공륜 심의에서 작품이 통과되지 않자 소설문학사의 1천만원 고료 장편공모에 응해 당선, 소설가로 전환했다. 그가 극단 뿌리의 서울연극제 출품작으로 1995년 연출까지 겸한 작품이다.

극의 시작은 연극을 준비하는 상황. 그 연극의 배경이 감옥이며 감옥에서 죄수들은 나이트쇼를 벌이고 쇼 안에 수로부인설화가 등장한다. 현실에서 무대를 때려부수던 깡패 지네가 극 안으로 한 겹 한 겹 들어가 수로부인이 부르짖는 인간적인 세상에 공감하는 인물로 변하면서 과거와 현재, 극의 안팎이 중첩된다.

 

 

 

"수로부인은 남북국시대 통일신라 순정공(純貞公)의 부인이다. 신라의 향가인 「헌화가(獻花歌)」와 「구지가(龜旨歌)」의 주인공이다. 수로부인은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할 때 동행하였는데, 바닷가를 지나고 있을 때 한 노인이 높이가 천 길이나 되는 바위 위에 핀 철쭉꽃을 꺾어 와 「헌화가」를 지어 부르며 바쳤다. 이후 바다의 용이 부인을 끌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니, 백성들이 모여  「구지가(龜旨歌)」를 지어 불러 수로부인을 구하였다고 한다."

이 내용을 작가는 그 구지가를 만든 사람도 그 노인이라면? 이라는 상상에서 순정공과 부인이 중앙권력에 반기를 들고 亂을 꾀하다가 실패해 강릉 바닷가까지 쫓기다  수로부인 왕에게 사로잡히자 주민과 군사들이 심기일전 전력을 다해 수로부인을 구출해 낸 것으로 확대대어 그후 천년 후 현재까지 버무려지는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명순 '상아의 집'  (1) 2023.06.15
박지수 '12만km'  (1) 2023.06.14
박지수 '마음속 사거리 좌회전'  (1) 2023.06.12
김용락 '우물 안 영도자'  (1) 2023.06.12
박지수 '무좀'  (1) 2023.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