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병도 '쌍가락지'

clint 2023. 6. 3. 11:03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작품인데 최근에 읽어본다. 공연이 안 된 작품이라 무관심했던 게 그 이유인데작품을 읽고 우와-“ 잘 쓰여진 걸 느끼고 진즉에 봤으면 공연이라도 함 해봤을 걸생각한다. 이병도 작 쌍가락지

 

먼저 시간에 대한 코멘트가 없는데 활빈당이 출몰했다는 내용으로 대강 유추해보면 이조 문종때로 보인다. 외딴 산골 초가집 한 채가 이 작품의 무대이다. 아비, 어미, 아들이 나오는데, 아들이 해설 겸 첫째 아들, 둘째 아들을 겸한다.

 

대대로 이곳에 터를 잡고 농사일로 하루를 보내는 아비와 어미, 큰아들(일남). 그런데 어미의 말로는 큰애가 요즘 뭔가 걱정이 있는 듯 하단다. 당신이 좀 뭔 일인지 물어보라 할 때, 일남이 드릴 말씀이 있다며 들어온다. 그동안 열심히 농사일을 하던 일남은 집을 떠나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다고 한다. 아비는 쉽게 아들을 이해하고 세상이 쉬운 곳이 아니다. 나가서 그 세상에서 꼭 무엇인가 얻은 다음에 돌아오라고 말한다. 어미는 시어머니한테 물려받은 금으로 된 쌍가락지 중 1개를 주며 필요할 떼 요긴하게 쓰라고 준다. 그리고 떠난다.

 10년 후, 떠난 큰아들은 소식도 없고 어느덧 청년이 된 둘째 이남이가 부모와 같이 농사짓고 있다. 그러나 이남이도 일남이와 같이 세상으로 나가겠단다. 아비와 어미는 일남이 나갈 때와 똑같은 말을 전해주고 쌍가락지 1개를 준다.

 10년 후, 이제는 꼬부랑 노부부가 된 아비와 어미. 그런데 복면을 쓴 사내가 갑자기 들이닥치고 노부부는 그가 일남이인지 금방 알아본다. 일남인 어깨에 부상을 당하고 추격을 피해온 듯하다.

아비는 무엇인가 얻었느냐고 묻자, 일남은 아직 못 얻었단다. 다만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은 절 활빈당 수령이라 하고, 잘 입고 배부른 자들은 절 산적 괴수라 하옵니다..” 라고 한다. 그리고 어미한테 쌍가락지를 끼워드린다. 배고픈 무리들과 어느 주막에서 요긴하게 썼는데, 나중에 탐관오리 집을 털다가 우연히 되찾았단다. 아비는 냉정히 아들을 보내고 아들도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하며 떠난다. 얼마 후, 포도사령이 된 이남이가 들어온다. 급한 일이 있어 온 거란다, 그리고 어미한테 쌍가락지를 끼워드린다. 포도대장에게 뇌물로 줬던 게 어느 주막집 노파가 가지고 있어 다시 찾았고, 하늘의 뜻으로 알고 어미에게 꼭 끼워드리고 싶었단다. 그리고 지금 산적 괴수를 쫓고 있는데 잡으면 포도대장으로 승진해 모시러 오겠다고 하며 급히 나간다. 기다리고 기다린 두 아들을 순식간에 보낸 아비와 어미와 허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