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러브레터』는 일본열도를 사로잡은 그의 영화처럼 절제된 언어, 섬세하고도 여성적 묘사, 영롱한 문체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주인공 히로코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남자 후지이 이츠키의 두 번째 기일에
우연히 그의 낡은 중학교 졸업앨범을 보게 된다.
그리고 앨범 뒤에 실려 있는 ‘후지이 이츠키’ 이름 아래 적힌 주소를 손목에 베껴 적는다.
그의 어머니 말에 의하면 그 주소의 집은 없어지고 그 자리엔 도로가 나 있다고 하였다.
히로코는 아무도 받을 리 없고 어디에도 도착할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일 기념으로 그 주소로 편지를 보낸다.
그런데 허공에 떠돌아야 할 편지를 누군가가 받고 답장을 보내온 것이다.
그것도 이미 2년 전에 세상을 떠난 ‘후지이 이츠키’란 이름으로......
계속해서 편지를 주고받던 히로코는 우연한 기회에 그 주소의 집을 방문하게 되고
답장을 쓰는 사람이 그와 동명이인으로 그의 중학교 여자동창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그 여자동창이 자신과 많이 닮았다는 것도 알게 된 히로코는
어쩌면 그녀가 그의 첫사랑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게 된다.
히로코는 동명이인인 그녀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질투를 느끼기도 하고
그를 원망하기도 한다. 몸은 비록 저 세상에 있지만 히로코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그가 살아 있었던 것이다.
자기와 편지를 주고받고 있는 이 여자가 어쩌면 그의 첫사랑일지도 모른다는 그녀의 추측은
마지막 장면에 가서야 살며시 사실로 드러나는데......
"오겡끼데스까?(잘 지내시나요)" 라는 대사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순백색 위의 도화지에 그려진 맑은 수채화 같은 러브레터....
그 러브레터가 10여년을 돌아 후지이 이츠키를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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