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몽연합군에 의해 강화도- 진도를 거쳐 살아남은 삼별초 병사들은 수장 김통정의 지휘 아래 혼란을 수습하고 제주도로 후퇴한다. 그 후 제주도에 상당한 규모의 외성을 건립하는 등 여몽 연합군에 항거하며 일진일퇴가 거듭되었다. 그러던 중 1273년 음력 4월, 진압군 1만여 명이 제주도에 상륙하고, 삼별초는 힘없이 무너졌다. 지휘자 김통정은 산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서 4년에 걸친 삼별초의 항전은 막을 내린다. 대체로 삼별초 전사들이 제주도에서 궤멸하였다는 것이 통설이나, 일부 세력이 류큐 왕국(오키나와 지역)으로 향하였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오케나와에 상륙하기까지와 상륙한 뒤의 삼별초 전사들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김통정의 뒤를 이인 김도훈이 군의 수장이 되고, 승화후 온의 여식이 피난선에 몰래 탑승했다가 신분이 밝혀지면서 곤란을 겪게 되고, 자신도 전사들처럼 구국과 민생을 위한 혁명군의 대열에 참가하겠다고 맹세를 함으로써 죽음을 모면한다. 오키나와에 상륙하면서 일본군에게 통역을 하는 노학자가 유 송이 등장하고, 남성 전사들 속에서 여장부인 전사가 남성보다 맹렬한 무예실력을 보이기도 하고, 오키나와에 상륙 후 제2의 혁명정신으로 나라와 민생을 구하겠다는 수장 김도훈과 전사들이 할 일 없이 음주로 나날을 보내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수장이었던 김도훈이 노학자 유 송을 살해한 것이 들통이 나면서 전사들의 집단 공격들 받게 되고 그의 운명이 끝나면서 연극도 마무리를 한다.
<최후의 전사>는 고려시대의 12세기 후반부터 13세기 후반까지 100여 년간 이어진 무신정권이 몰락하고 난 이후, 삼별초항쟁의 마지막인 '탐라항전'을 소재로 한 극이다. 100여 년간 이어져온 무신정권은 오직 칼 하나만으로 왕실을 자신의 발아래에 두어, 폭정을 이어갔다. 또한, 고려왕실 역시도 오랜 시간 무신들로부터 빼앗겼던 내부정권을 장악하고자 외세인 몽골의 힘을 끌어들이는 비운의 시대였다. 즉, 이 시대는 무엇이 맞는지도 모르듯 내부정권 장악을 위한 숱한 살육전이 펼쳐지는 시대였다. 즉, 이 현장에서 힘없는 백성들의 고통은 날이 갈수록 더해졌다. 이러한 시기에 '삼별초'는 무신정권으로부터 만들어진 특수부대이지만 무신정권의 내부정권 장악을 위해 온갖 희생은 다 하면서, 수혜는 받지 못하는 무신정권의 수혜세력이 아닌 소외 받은 세력에 불과했다. 그래서 삼별초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왕실과 무신정권으로부터 온갖 혁명, 정권쟁탈에 이용당하기만 하였다. 결국, 삼별초는 자신들의 '내일이 보장된 세상'을 만들고자 '왕정복고'를 위하여 왕실을 도와 무신정권을 몰락시켜 새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당시 고려왕실은 새시대가 오자마자 몽골세력(원나라)을 고려 땅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였으며 몽골이 요구하는 수도를 강화도에서 개경으로 옮기는 것을 단행했다. 이것은 삼별초가 원하는 '왕정복고'가 아니었다. 또한, 삼별초는 그간 100여 년간 몽골과 대항했던 무신정권의 아류세력으로 간주되어 몽골로부터 보복 대상이 되었다. 즉, 삼별초는 왕정복고를 위하여 왕실을 도와 새시대를 열었지만, 그 새 시대는, 삼별초가 원했던 새시대는 아니었던 것이다. 즉, 여전히 삼별초에게는 '내일이 보장된 세상'은 존재하지 않았고, 자신이 칼을 들었던 이유 중 하나였던 '왕정복고' 역시도 몽골이 고려 땅에 완전히 들어오게 되어 이루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삼별초들은 대몽항쟁의 신념과 더불어, 자신들을 지키기 위하여 칼을 들었다. 이것이 삼별초 항쟁의 시작이다. 이렇듯 <최후의 전사>는 무신들과 왕실로부터 소외된 삼별초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3년간 이어졌던 삼별초 항쟁의 마지막인 탐라 최후의 항전(1273년)을 배경으로 극은 시작된다.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팩션 희곡이다. 우선 인물에 대해 파헤쳐보자면, 본 작품에서 나오는 실존인물은 김통정과 작품 외적으로 나오는 고려정부의 수장 김방경이며, 가상인물은 본 작품의 주인공인 김도훈과 더불어 제5군인 진청화, 자혁, 유송, 강평도, 방호, 여월이다.
<최후의 전사>는 제5군이 삼별초 최후의 항전을 치르지 않고 김통정이 언급했던 제2의 혁명을 위한다는 말로 고려 땅을 벗어나 제2의 혁명을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후의 전사>의 시작은 삼별초의 마지막 수장인 '김통정'의 희생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작품에서 김통정은 삼별초 최후의 항전을 이끌었던 수장이며, 제주도의 신화적 전승도 많은 부분 있는 만큼, 실존인물이지만 신화적 인물 같은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한 영웅상이자 과거의 인물로 극 안에서는 기능한다. 그리고 이 작품의 핵심인물인 제5군에 속한 김도훈, 유송, 진청화, 자혁, 방호, 강평도, 여월은 가상인물이지만, 그 당시 삼별초에서 이름을 남기지 못했던 여러 유형의 인물들을 상징한다. 실제로 삼별초가 강화도에서 출발할 때 삼별초들이 1만 5천명으로 추정되었는데, 오늘날까지 이름이 남아있는 삼별초 인물들은 본 작품에서 언급되는 '배중손'과 '김통정'을 비롯하여 15인 정도다. 또한, <최후의 전사>의 창작 중 큰 부분으로 차지했던 것은 바로 탐라가 함락되자 삼별초들의 일부 세력이 오키나와로 피신했다는 설이다. 일본 학자로부터 나온 이 설은 아직 일반화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설을 뒷받침해주는 여러 근거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오키나와의 성에서 출토된 기와명문에, 1273년 계유년에 고려의 기와 장인이 만들었다는 글귀가 있다는 것이다. 1273년은 당시 탐라항전의 삼별초와 많은 부분 연관 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다. 작가적으로 이 부분은 강한 창작 영감이 되었다. 그래서 본 작품에서는 이 일을 기반으로 하여, 삼별초의 신념이 담긴 '제2의 혁명'을 구축하였다. 그래서 본 작품은 팩션희곡이지만, 초반부인 '서장'부터 '2장까지는 실제 역사에 가깝고 '제2의 혁명'이 시작되는 '3장’부터는 픽션이라고 한다.
작가의 글 - 한민규
'인간은 정치적 이념이 씌면, 정치적 이념으로 의한 죄를 지어도 그것을 정당한 일이라고 믿게 되며, 이것의 반복은 인간을 괴물로 만든다!
본 작품의 창작은, 과거로부터 오늘날까지 정치적, 대의명분이라는 말로 악행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정당한 일이라고 여긴 인물들을 통해, '그 주장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시작되었다. 그래서 작가로서 관심 있던 고려 무신정권 시대의 마지막 역사인 삼별초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삼별초의 최후의 항쟁은, 100년간 이어져 온, 무신정권 시대의 마지막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왕실과 외세인 몽골, 그리고 오랜 시간 왕실을 발아래 두었던 무신들의 몰락 이후, 무신들로부터 소외받았던 또 다른 무인들인 삼별초의 마지막을 통하여, 당시 수많은 '변혁'을 통한 '정치적 모순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순점으로부터 희생된 수많은 아픔을 느낄 수 있고, 그 모순점을 통해 오늘날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김도훈'은 삼별초의 최후의 항건 때, '제2의 혁명'이라는 명분으로, 최후 항전을 치르지 않고 도망갔다. 그 후, 김도훈은 자신이 벌이는 모든 악행은 '제2의 혁명'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정당한 일이라고 여긴다. 이러한 행동들이 반복됨에 따라 주인공 김도훈의 행동은 더욱 과감해지며 '혁명이라는 정치적 이념'에 반하는 모든 것들을 희생시킨다. 이것이 실제로 비인간적, 비인륜적 행동임에도 말이다. 즉, 혁명적 대의명분이라는 말로 정치적 괴물이 탄생한 것이다.
세계 역사 속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비일비재하게 나온다. 콜럼버스도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 신대륙 발견이라는 이상으로 대의명분에 쓰였고, 그 결과는 후에 신대륙을 점령하고자 수많은 원주민 들의 살상을 낳는 비극까지 낳았다. 그들의 살상은 모두 신대륙 개발이라는 원대한 국가적 꿈이라는 것에 묻혀버렸다. 나아가 오늘 날 역시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테러나 전쟁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국가적 지시하에 민간인을 사살한 군인이나 이것을 명령하거나 지휘한 지도자급 등 이들은 '새로운 시대'를 열 도약점이라고 믿었고 이 사상에 의해 행해진 결과에 있어서는 정당한 일이라고 믿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죄스러운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들은 다 왜 그랬을까? 바로, '대의명분'의 악용의 폐해다. 인간이 정치적이념, 나아가 정치적이념뿐만이 그 이상의 이념 역시도 공적으로 악용되는 순간, 이 이념 하에 행한 악행은 모두 정당화 되어 어느새 인간의 존엄성마저 잃어버리는 괴물이 된다. 이것은 바로 대의명분이 악용되어 태어난 사회적 괴물들이다. 이러한 사례들을 우린 역사 속에서도 그리고 오늘날에서도 무궁무진하게 목격을 하고 있다. 이처럼 애석하게도 '정치적 이념'을 맹신하여 벌인 악행들을 정당화하는 주장들은 오늘날 역시도 비일비재하다. 그렇기 때문에 <최후의 전사>의 이 작품적 질문들은, 오늘날과의 접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랜 시간 '고려시대 무신정권'에 빠져 있었다. 고려 무신정권의 시대상을 느끼며 많은 부분 아팠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10년 정도 고려무신 정권을 연구하며, 이 시대의 이야기를 창작해왔다. 처음 무신정권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기로 다짐했을 때, 5부작을 연극부문 올해의 신작이었던 <혈우>였다. 이 작품은 5부작 중 2편 생각하고 썼었다. 그중 첫 번째로 발표된 작품이 2016년 창작산실에 해당하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발표된 작품이 2017년 대전 창작희곡 공모에서 우수상을 수상하여 공연작품으로 꺼내어진 <최후의 전사>였다. <최후의 전사>는 후에 2021년 극단 혈우에서 다시 희곡 기반의 내용을 살려 공연되었다. 이 책에 실린 <최후의 전사>는 5부작 중 5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2020년 제주 신화 원천소스 스토리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인 <용의 아이>가 세상에 나왔다. <용의 아이>는 스토리 사업의 일환이었던지라, 스토리가 원천소스가 되어 다양한 장르로 발전이 되고 있는데, <용의 아이> 역시도 본인이 희곡으로 발전시켜 연극으로 만나볼 수 있 게 할 것이다. <용의 아이>는 무신정권 5부작 중 4편에 해당하는 작 품이다. 1편과 3편에 해당하는 작품 역시도 거의 완성이 되어간다. 무신정권 5부작 중 가장 마지막 편에 해당하는 <최후의 전사>가 출판은 가장 먼저 되었다. 그래서 이 순간 작가로서 또 하나 다짐했 다. 남은 4편 역시도 언젠가 출판하여 독자를, 그리고 관객을 만날 날들을 고대해보기로. 그리고 난, 시대극을 사랑한다. 언젠가 오늘날도 한 시대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극이라는 것은, 시대와 시대를 연결하는 관통극이다. 그래서 난, 앞으로도 시대극을 창작할 것이다. 시대극을 사랑하는 젊은 창작자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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