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양수근 '나도 전설이다'

clint 2023. 3. 14. 10:10



미술품을 소장하던 시대가 가고 부자들이 극작가의 희곡을 소장하는 시대가 도래 했다.
프랑스 왕립박물관 증축과정 중, 지하창고에 매장 되어있던 '오이디푸스왕' 초판본이 발견됐다. 

이 작품은 2천 500년 전 그리스 비극의 대가 소포클래스가 나무껍질을 깎아 직접 쓴 것으로, 

경매가가 무려 10조원을 넘으면서, 희곡 한 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극작과나 문예창작학 과 희곡 전공이 의대 수능보다 점수가 높은 세상. 

그야말로 신춘문예 희곡 당선만 되면 삼대가 풍 족하게 먹고 사는 그런 세상이 되었다.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한 극작가... 그는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이 보이는 칠성급 호텔에서 글을 쓴다.

또 한 남자, 극작 작품을 부호들에게 중개하고 그 수수료로 먹고 사는 드라마딜러가 등장한다.

딜러는 회장님이 전설의 작품을 기다린다며 원고를 독촉한다.
그리고 어디선가 고물장수 소리가 들리면서 

작가는 밤새 극단 연습실에서 술에 취해 꿈을 꾼 것이 었음을 알게 되는데...


작가의 글 - 양수근
물질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 과연 예술가는 무엇으로 남아야 하는가?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난 리처드 매드슨이 그의 나이 24살에 쓴 소설 <I Am Lengend〉 핵전쟁 이후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든 인간들이 좀비가 되고 오직 단 한 사람 주인공만 살아남아 좀비들과 사투를 벌인다는 것으로, “인간은 고독에서 이길 수 없으며, 비록 혼자 생존을 하는 행운을 얻었다 해도, 지구상에 살던 60억 명의 인류가 단 한 사람도 살아있지 않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라는 의문을 던지며 과학문명의 발전이 오히려 인류에게 두려움과 공포가 되어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하는 것에서 착안하였다. 전설로 남고 싶은 극작가와 연출의 이야기. 황당하고, 웃기고, 그러다가 쓰리고 아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애환을 풍자하고 싶었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우리는 돈과 물질의 좀비, 탐욕의 좀비, 권력의 좀비가 되어 그 누구도 좀비 세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그 어떠한 유혹에도 구애받지 않고 살아가는 예술가가 있다면 “그가 곧 전설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양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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