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늦가을, 남매는 영문도 모르고 집에서 쫓겨난다.
이모 집에도 방문하고 무작정 거리도 헤매 보지만, 그들을 반기는 사람은 없다.
아이들이 떠도는 그 거리는 이미 모두가 떠난 흔적만 가득하다.
“넌 소중한 존재라서, 비싼 존재라서 빨간 딱지가 붙어 있는 거야.”
화려하게 붉히다가 사그라 드는 낙엽 속에서 남매도 마른 잎사귀가 되어버린다.
외면의 계절을 맞이하는 누군가의 첫 수난극이다.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삶의 비극은 특히 아이들에게 더 가혹하게 느껴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사회를 배우는 중이고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이기에, 어른들은 대체로 아이들과는 심각한 상황을 교류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비극들이 아이들에게는 아무 대비도 없이 부딪치고 깨지는 과정처럼 여겨지지 않을까? 연속적으로 직면하게 되는 알 수 없는 혼란들과 그 속에서 당장 결론지어야 할 선택들. 그래서 그 세계는 초현실적인 풍경일 것 같았다.
김정수의 ‘붉은 가을’은 환상과 비극적 현실을 중첩하는 극적 구성을 통해 비극적 현실을 비현실적 실체로 그려낸 신선함이 보인 작품이다. 관객을 장시간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감각적 대사와 이야기 구조 붉은색의 이미지들과 상징들을 능숙하게 활용한 작품이라 하겠다.
작가의 말 - 김정수
붉은 색상의 사물들을 엮어 다가 낱말 놀이하는 기분으로 그려본 이야기입니다. 순환하는 모든 것에는 늦가을처럼 상실의 순간이 있습니다. 소생 때마다 점점 작아지는 게 꽃나무는 꼴에 더 잘살아보겠다고 해마다 잔가지만 배로 뻗어 냅니다. 그래도 매번 다르게 자라는 모습이 이상한 안도감을 주네요. 도돌이표에 막혀 끝 음 없는 노래를 악쓰며 부르는 우리, 이젠 이것도 노래가 싶지만 끝까지 따라 불러 봅니다.
김정수 2022년 <발걸음 소리>로 한국 극작가협회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
한국 사회에서 아이로 산다는 것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 어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어른들의 세계에서 아이로 산다는 것에 대해....
어른들의 세계에서 어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붉은 가을 속, 현아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른들의 무책임에 마음이 너무 아파옵니다. 이 작품 속 어른들은 결코 가질 수 없는 욕망과 결핍 속에서 너무나 이상한 존재로 보여집니다. 이상한 존재들로 가득 찬 세계에서 현아와 양욱은 어디에서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이해하기 힘들고 두려움이 가득한 이 세계에 빠져 미궁 속에 영원히 헤매지 않으려면 멀리멀리 도망가 자신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하지만,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을 때... 마지막 그곳이, 집일 때...
현아는... 우린…
(연출: 송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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